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개인적으로 김정은 위원장에게 실망했지만 대북 기조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맥스 보커스 전 중국 주재 미국대사가 밝혔습니다. 보커스 전 대사는 ‘VOA’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중국을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이 강력한 대북 독자제재를 촉구하더라도 시 주석은 일정 부분만을 합의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보커스 전 대사는 6선의 상원의원 출신으로 2014년부터 2017년 초까지 오바마 행정부의 마지막 주중 대사를 지냈습니다. 박형주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중국 베이징 현지에 머물고 계시는 것으로 압니다. 트럼프 대통령을 맞는 베이징 정가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보커스 대사) 중국 인사들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논란과 대립이 없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문을 ‘국빈방문 플러스 (State Visit Plus)’라고 부르며, 양국 관계를 정말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걸 보여주려 합니다. 또 양국 관계가 진전된 방향으로 나아가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기자)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주석에게 강력한 대북 독자제재를 촉구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북 원유 공급 중단 등이 거론되고 있는데, 중국이 얼마나 수용하리라 전망하십니까?
보커스 대사) 중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말을 경청하려 하겠지만, 아주 약간만 합의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중국은 한반도 불안정을 원하지 않습니다. 중국 지도부는 원유 공급 중단 같은 너무 강한 압박이 북한 붕괴와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염려합니다. 이후 어떤 정권이 들어설지, 김정은이 보복 조치에 나설지 어떻게 알겠습니까? 이런 이유로 중국은 독자제재를 포함해 너무 강한 압박은 거부할 겁니다.
기자) 하지만 북한의 셈법을 바꾸기 위해 강력한 압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은데요?
보커스 대사) 김정은이 오히려 반대로 나올 수 있습니다. 더 적대적 대응을 할 수 있다는 얘깁니다. 또 북한은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핵무기 프로그램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기자)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이른바 ‘세컷더리 보이콧’이 가능한 행정명령을 발표했습니다.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조치라는 분석인데요, 중국에 압박이 될까요?
보커스 대사) 이런 조치들이 아주 생산적일 것이라고 보지 않습니다. 19차 당대회 이후 권한이 더욱 막강해진 시 주석이 더 반발할 수 있습니다. 저는 양측 모두 좀 더 성숙하게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주석이 마주앉아 ‘김정은’이라는 문제를 이야기해야 합니다. 함께 협력할 때 공고하고 장기적 해결책을 찾을 수 있습니다. 미국이 중국을 계속 압박하고, 비판한다면 중국은 반대로 행동할 수 있고, 미국과 협력하지 않을 겁니다. 그게 사람 본성입니다.
기자) 최근 맥매스터 백악관 보좌관은 중국 측이 요구하는 이른바 ‘쌍중단’을 일축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서 유연한 입장을 보일까요?
보커스 대사) 지금 그럴 가능성은 없습니다. ‘쌍중단’이 출발점은 아닙니다. 물론 몇 년 뒤 그런 방향으로 귀결될지 모르지만, 그건 미국과 중국을 포함해 주변국들이 김정은에게 체제보장을 확신시켜줘야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김정은이 이를 확신한다면, 아마도 핵 프로그램 감축을 고려할지도 모르겠네요. 그렇지 않고는 핵 능력이 있어야 자신이 존중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을 고수할겁니다.
기자) 하지만 김정은 위원장은 핵 포기 의사가 없음을 여러 차례 밝히지 않았습니까?
보커스 대사) 하지만 앞서 말한 그런 상황이 김정은에게 지렛대를 줄 것입니다. 지금 핵 동결과 포기를 약속한다면 그런 지렛대를 상실하는 거죠. 김정은은 그걸 원치 않을 겁니다. 물론 혹자는 “말은 이미 마구간을 떠났다”면서 김정은이 이미 충분한 핵 능력을 보유했고, 감축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할지도 모릅니다.
기자) 지난 4월 ‘마라라고’ 미중 정상회담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대해 엇갈린 평가를 반복해 왔습니다. 어떤 의도가 있는 걸까요?
보커스 대사) 저는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공통의 문제 해결을 위해 협력하자고 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미국이 중국, 혹은 북한에 대해 어떤 불만을 가지고 있는지 충분히 검증해야 합니다. “신뢰해라. 그러나 검증하라”는 레이건 전 대통령의 유명한 말이 지금 상황에도 적용될 겁니다.
기자) 지금 중국은 북한에 어느 정도 영향력이 있습니까? 그리고 시 주석은 김정은을 어떻게 평가하나요?
보커스 대사) 중국과 북한 정상 간 대화가 가능한 수준의 외교적 영향력은 없습니다. 하지만 중국에겐 원유 공급 중단 같은 경제적 지렛대가 많이 있습니다. 시 주석은 “김정은에게 개인적으로 매우 실망했다”는 말을 여러 장소에서 자주 했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중국은 ‘무능’까지는 아니더라도, 김정은을 통제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시 주석이 김정은에 대한 좌절감을 언급하지도 않았겠지요.
기자) 북한은 지금 두 달 가까이 도발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중국이 혹시 영향력을 행사한 걸까요?
보커스 대사)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김정은은 스스로 판단하며, 행동할 겁니다. 19차 중국 당대회 기간 미사일 발사를 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지만, 하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소강 상태이고 저는 이것을 좋은 신호로 보고 싶습니다. 김정은이 ‘유연함’을 보여주려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기자) 주중 대사로 베이징에 있는 동안, 북중 관계가 악화되는 것을 지켜보셨을 텐데요, 북한에 대한 중국의 입장이 달라졌다고 느끼셨습니까?
보커스 대사) 그렇지는 않습니다. 중국 인사들은 북한을 제재할 것이지만, 북한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는 제재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곤 했습니다. 인도주의 측면도 있겠지만, 이런 입장은 중국이 북한과 여전히 협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기자) 중국이 북한을 ‘전략적 자산’에서 ‘부담’으로 느끼고 있다는 분석도 있는데요?
보커스 대사)북한과 중국은 모두 서로에게 자산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19차 당대회 때 김정은이 보낸 축전에 대한 답신에서 시 주석은 그를 ‘동지’라고 표현했지요. 여전히 어느 정도의 동맹을 유지하고 있는 겁니다. 동시에 시 주석에게 김정은은 통제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기자) 혹시 대사 시절 중국 측과 비공식적으로라도 북한 붕괴 이후 시나리오를 논의한 적이 있습니까?
보커스 대사) 두 정부 모두 북한 붕괴 이후 시나리오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물론 저는 그런 논의에 관여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모든 관련국들은 각자의 방안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기자) 그럼 중국 측으로부터 그런 시나리오를 들은 적이 있습니까??
보커스 대사) 없습니다. 저는 대사 재임 동안 양국의 협력과 한반도 문제를 제대로 다루기 위한 방법들을 줄곧 이야기해왔습니다. 한국과 일본, 주변국들이 모두 동의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 논의하자고 했습니다. 미국과 중국이 순차적으로 원하는 한반도 상황이 무엇인지 이야기 하자고 했습니다. 당장 합의를 이루기 어렵겠죠. 영원히 그럴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붕괴가 아닌 안정을 위한 길을 모색해야 합니다.
기자) 한국이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과정에서 사드 추가 배치와 미-한-일 군사동맹, 미사일 방어체계 등을 수용하지 않겠다는 이른바 ‘3불’을 제시했는데요. 미한 동맹에 미치는 영향은 없을까요?
보커스 대사) 한국이 상당히 지혜로운 결정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중국이 더욱 적대감을 가졌을 겁니다. 그리고 한국 사람들은 과거 자신을 침략했던 일본과의 군사적 합의를 받아들이지 못할 겁니다.
기자) 하지만 한국이 ‘3불’을 이행한다면 한국에서 미국의 대북 억지력을 축소시킬 것이라는 지적도 있는데요?
보커스 대사) 미국도 대북 위협에 맞서기 위해 한반도에 군사력을 배치해야 합니다. 억지는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우리의 목적은 군사력 사용이 아닌, 위협 감소입니다. 이곳에서의 위협은 김정은이고, 이를 감소하기 위해 군사적 방법이 아닌 더 많은 외교적 방법, 특히 중국과의 더 깊은 협력이 필요합니다. 또 이것을 신뢰해야 하지만 검증해야 합니다.
기자) 이번 미중 정상회담에 어떤 기대를 가지고 있습니까?
보커스 대사) 시 주석과 중국은 자부심이 강하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또한 마찬가지죠. 그 어떤 쪽도 상대를 협박해서는 안 됩니다. 양측 모두 상대의 인식을 존중해야 합니다. 공동의 이해를 모색하는 방향으로 협력해야 합니다. 저는 이번 회담에서 양측이 인위적 이해가 아닌 새로운 단계의 솔직한 이해에 도달하기를 바랍니다.
기자) 두 지도자의 ‘케미스트리’는 괜찮습니까?
보커스 대사) 아주 흥미로운 부분입니다. 두 지도자의 성향이 전혀 다르죠. 시 주석은 공학도 출신이고, 체계적이며, 예측 가능합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더 변덕스럽고 직관적입니다. 하지만 두 지도자 모두 자신의 책무를 이해하고 있습니다. 서로 다른 성향에 대해 서로 협력하고 경청해, 두 나라가 더 나은 공조를 시작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지금까지 맥스 보커스 전 중국주재 미국 대사로부터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에 관한 전망을 들어봤습니다. 대담에 박형주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