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아시아 순방에 나선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주 사흘에 걸쳐 일본, 한국, 중국 정상과 회담을 마쳤는데요. 각국에서 밝힌 대북 접근법과 순방국들과의 공조 방안들을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백성원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진행자) 방문한 나라별로 논의 방식이라든지 강도가 조금씩 다르지 않았나 싶은데 어떻습니까?
기자) 그래도 큰 줄기는 일관적입니다. 세 나라를 돌면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의 심각성과 해결 필요성을 강조했고, 또 하나의 의제는 무역, 통상이었었다, 단순하긴 합니다만 이렇게 나눠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진행자) 북한 문제와 통상 문제가 주요 의제였다, 그런 말씀인데 트럼프 대통령이 안보와 실리를 둘 다 챙겼다는 반응이 나오는데요.
기자) 실제로 그런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일본에선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개인적 친분이 강조되지 않았습니까? 두 사람이 이미 몇 차례 만나면서 서로 “통하는” 장면을 보여줬었고요.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 아베 총리와 골프도 치고 각별한 관계를 과시하면서도 미국의 경제적 이득을 극대화하는 모습이었습니다. 한국 방문 중에도 내내 혈맹을 강조했고, 그러면서도 무기 세일즈 발언을 잊지 않았습니다.
진행자) 그런 모습은 중국에서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습니다.
기자) 중국에 가기 전부터, 그러니까 한국과 일본을 순방 중인데도 중국 얘길 했거든요. 중국과 무역불균형 문제를요. 그리고 나서 중국을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 이틀간 방문하면서 무려 2500억 달러가 넘는 무역협정을 중국과 맺었습니다.
진행자) 역대 유례가 없는 협정이었죠? 자, 첫 아시아 순방에 나섰던 트럼프 대통령, 북한 문제와 관련해선 어떤 메시지를 던졌는지 정리해 보죠.
기자) 첫 방문지인 일본에서 벌써 이번 순방에서 북 핵 문제들 최고 안건으로 삼겠다는 걸 분명히 했습니다.
진행자)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북한 얘길 했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기자)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내려서 군복으로 갈아입기가 무섭게 북한에 상당히 강력한 경고로 들릴 수 있는 말을 합니다. 들어보시죠.
[녹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극적인 화법이 느껴지죠? 어떤 국가, 어떤 독재자, 어떤 체재도 미국의 결의를 과소평가 말라는 얘길 방금 들으셨습니다.
진행자) 다음날 열린 미-일 정상회담에선 더 강력한 대북 압박 의지가 강조됐던 것 같고요.
기자)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1시간 정도 정상회담을 했습니다. 그리고 곧바로 공동 기자회견을 가졌는데요. 역시 북한 문제가 주요 이슈였습니다. 우선 핵 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반복하는 북한에 대해 강한 압박을 계속하기로 했고요. 미국과 일본이 굳건한 동맹으로 대북 압박을 강화하는 동시에 러시아와 중국 등 국제사회의 적극적 동참을 이끌어나가기로 합의했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대통령이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인 ‘전략적 인내’를 또다시 거론했어요.
기자) 자세한 얘길 하기보다는 전략적 인내는 이미 끝났다, 그 동안 여러 차례 강조했던 이 원칙을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무슨 일이 일어날지 한번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했는데, 이 역시 뭔가 중대 조치가 임박했다는 느낌을 주는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화법이죠. 이런 메시지를 아베 총리가 화답하듯 받아 구체화했는데요. 대화를 위한 대화는 의미가 없다는 전제 하에 일본의 독자적 대북 추가 제재 방안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두 정상이 빈틈없는 공조를 과시하는 이 장면, 차례로 들어보시겠습니다.
[녹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아베 신조 총리]
진행자) 빈틈없는 공조를 과시했다고 말씀하셨습니다만, 이게 안보 문제에 국한된 거 아닌가요? 경제 문제에 대해선 두 나라 간 이견도 있는 거 같아서요.
기자) 특히 무역 분야에 있어선 온도차를 보인 게 사실입니다. 이건 한-중-일 3국에서 다 마찬가지였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각국 정상들과 친밀함을 과시하다가도 무역 문제, 그러니까 미국과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사안을 거론할 때는 주저 없이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북한 문제는 아닙니다만, 이 발언을 들어보시죠.
[녹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일본 경제인 간담회에서 나온 얘긴데요. 지금 일본과의 무역은 공정하지도 개방되지도 않다는 트럼프 대통령 발언입니다. 반면 아베 총리는 구체적인 언급을 회피했고요.
진행자) 이런 실리 외교는 한국에서도 예외가 아니었어요.
기자) 험프리스 미군 기지에 도착하자 마자 미국 일자리를 만들러 여기 왔다고 했으니까요. 미-한 FTA(자유무역협정)에 대해서도 성공적이지 못했고 미국에 그렇게 좋은 협상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한국 측이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무기를 주문할 것이라고 한 점도 그런 범주에 들어가고요.
진행자) 자, 자연스럽게 트럼프 대통령의 다음 순방지 한국으로 얘기가 넘어왔는데요. 지난 7일 한국에 도착했는데, 미군 기지부터 방문하지 않았습니까?
기자) 평택의 캠프 험프리스 방문으로 방한일정을 시작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평택 미군기지로 내려가 트럼프 대통령을 영접했는데, 어떻게 보면 파격이라고 할만합니다. 굳건한 미-한 동맹을 과시하는 의미가 있다, 그런 평가가 나왔는데요. 흥미로웠던 장면은 문재인 대통령이 기자의 질문에 답변하자마자 트럼프 대통령이 추가 답변에 나서서, 한국에서 수십억에 달하는 장비들을 주문하는 것으로 말씀해 주셨다, 미국에서도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렇게 방한의 성과를 돌려서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미국의 이익을 우선순위에 둘 것이라는 트럼프 행정부의 기조와도 일치하는 발언으로 들리네요.
기자) 비슷한 발언은 또 있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대한 인상을 말하던 중 험프리스 기지 건설에 굉장히 많은 돈을 들였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한국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고 미국도 많은 부분을 지출했다고 말한 점, 역시 미국의 이익을 강조한 대목이었습니다.
진행자) 그리고 나서 문재인 한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 열렸는데요. 두 사람이 처음 만나는 건 아니죠?
기자) 정상회담은 세 번쨉니다. 지난 9월22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미-한-일 정상회담 이후 46일 만이고요. 이번 정상회담에선 북한을 겨냥한 트럼프 대통령의 경고성 발언이 나왔는데요. 사상 최강인 미국의 군사력을 거듭 강조하면서 이를 결코 사용하는 일이 없길 바란다고 했습니다. 특히 북한의 위협에 맞서 모든 범주의 군사력을 사용할 준비가 돼 있다고도 강조했고요. 북한에 협상테이블로 나올 것을 촉구한 점도 눈에 띕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북한이 스스로 핵을 포기하고 진지한 대화에 나설 때까지 최대의 제재와 압박을 가한다는 데 미국과 같은 입장이라는 점을 확인했고요.
진행자)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일정 중 가장 관심을 끌었던 건 8일 국회 연설이었던 것 같습니다. 중요한 메시지를 많이 담고 있죠?
기자) 예. 특히 1993년 7월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이후 24년 만의 국회연설이었고, 돌출 발언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기 때문에 더욱 관심을 많이 끌었습니다. 이 자리에서도 미-한 동맹과 대북 압박이 가장 강조됐는데요. 핵과 미사일 개발이 김정은 체제를 더 위협할 것이라는 지적,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 요구, 미국을 시험하지 말라는 경고가 30분 넘게 이어졌습니다. 특히 아주 정제된 표현을 사용하며 한국의 번영과 북한의 열악한 상황을 조목조목 비교해서 눈길을 끌었는데요. 직접 들어보시죠.
[녹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의 말을 그대로 옮기면, 한국의 기적은 자유국가의 병력이 1953년 진격했던 곳, 이곳으로부터 북쪽으로 24마일까진 미쳤다, 번영은 거기서 끝나고 북한이라는 감옥국가가 시작된다, 그런 뜻입니다.
진행자) 단어 선택이나 비교 방식에서 상당히 고심한 흔적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기자) 특히 북한 인권 문제를 겨냥할 때 그런 노력이 더 두드러지는데요. 잔혹한 독재자는 주민을 저울질하고 점수를 매기고 충성도를 자의적으로 평가해 등급을 매긴다는 표현도 썼고요. 북한 주민들은 외국에 노예로 팔려가기 위해 정부관료에게 뇌물을 준다면서 차라리 노예가 되기를 원하는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그리고 북한을 지옥에 비유했습니다.
[녹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김정은에게 하는 말인데요. 북한은 당신의 할아버지가 그리던 낙원이 아니라 그 누구도 가서는 안 되는 지옥이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표현은 거칠지 않지만 내용은 상당히 날카롭네요.
기자) 한국 국회연설 내내 그런 기조를 이어갔습니다. 전임 미국 대통령들의 한국 방문 시 연설과 비교해도 북한을 훨씬 더 자주 언급했고 묘사도 아주 구체적이었습니다. 북한 인권과 납치 문제, 남북한 경제력, 미국과 북한 간 분쟁의 역사, 아주 폭넓은 주제를 특정 사례를 들며 조목조목 짚었는데요. 남북한의 극명한 대비를 통해 북한뿐 아니라 다음 순방지인 중국에도 모종의 메시지를 던지려는 의도가 아니겠느냐, 그런 평가가 나왔었죠.
진행자) 연설에 대해선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올 수 있겠습니다만, 한국에선 대체로 긍정적인 평이 많은 것 같습니다.
기자) 파격적이고 거친 표현을 쓰지 않겠느냐, 그런 우려와 달리 철저히 준비된 용어와 사례가 줄줄이 이어진 데 대해 작은 반향도 일었습니다. 한국인들이 그 동안 트럼프 대통령에 가졌던 부정적 인식을 바꾸는데 도움이 됐다는 평가도 있고요. 무엇보다 연설 내용의 깊이에 대해 얘기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한국현대사를 죽 훑어나간 것도 그렇고, 미국여자프로골프 대회를 석권한 여성 골프선수 이름을 거론한 것도 큰 관심을 끌었습니다. 연설 내용도 그렇고 전달 방식이나 제스처 등에서 막말꾼의 이미지 보다 노련한 정치인의 모습이 비쳐진 거죠.
진행자) 메시지는 명료한데 방향은 모호하다, 그런 지적도 나왔습니다만, 아무튼 한국 정치권에선 긍정적 평가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자, 이렇게 강한 인상을 남긴 트럼프 대통령, 바로 중국으로 떠났죠?
기자) 그렇습니다. 그리고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했고요.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다음 발언을 들어보시면 이날 분위기를 압축적으로 파악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먼저 트럼프 대통령입니다.
[녹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 중국은 북한 문제를 빠르고 쉽게 해결할 수 있다고 했고요, 시 주석이 속히 나서줄 것을 촉구한다고도 했습니다. 한마디로 지금 북핵 문제 해결에 시간이 없으니까 중국이 빨리 행동에 나설 것을 주문한 겁니다. 그런데 시 주석 반응이 영 구체적이지 않았습니다. 이어서 들어보시겠습니다.
[녹취: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시 주석은 한반도와 아프가니스탄과 같은 국제사회의 문제에 긴밀히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이 정도 선에서 비켜갔습니다.
진행자) 그래도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서 경제적 실리를 챙겼다는 평가가 나오는데요.
기자) 그래서 실용주의 외교라는 점이 자꾸 강조되는데요. 두 정상이 북한 문제에 대해선 앞서 들으신 것처럼 원론적인 입장을 내놨습니다만, 실리를 챙기는 데는 주도 면밀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 불균형 문제에 대해 중국을 탓하기보단 이전 정부에 책임을 돌렸는데요. 여기엔 중국의 선물보따리가 한몫 했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정상회담 뒤 두 정상은 무려 2500억 달러에 달하는 사업거래를 체결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또 시 주석은 그 대가로 대등한 미-중 관계의 성과를 얻었다는 평가이고요.
진행자) 두 나라가 서로 이득을 챙겼습니다만 북핵 문제엔 별 성과를 못 거뒀다는 지적이 그래서 나오는 거군요.
기자) 앞으로 좀더 두고 봐야겠지만 워싱턴의 중국과 한반도 전문가들도 대체로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두 정상이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재확인한 것만큼은 성과이지만 중국이 대북 압박을 강화할 것인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겁니다. 특히 중국이 대북 원유제공을 중단할 것인지, 그게 아니라면 북한과 관련해 무슨 약속을 한 건지, 앞서 약속한 조치들은 어떻게 할 건지, 확실한 게 없다는 다소 회의적인 평가가 나왔습니다. 결국은 앞으로 북한의 움직임에 좌우되지 않겠느냐, 이런 수동적 전망으로 귀결되는 분위기고요.
첫 아시아 순방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 한국, 중국에서 밝힌 대북 메시지와 세 나라와의 공조 방안에 대해 정리해 드렸습니다. 백성원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