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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문답] 법안으로 보는 미 의회 대북 기류


2일 미국 연방의사당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에드워드 마키 민주당 상원의원(연단)이 연설을 하고 있다.
2일 미국 연방의사당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에드워드 마키 민주당 상원의원(연단)이 연설을 하고 있다.

지난 1월 3일 제115대 미 의회가 개원한 지 1년이 다 돼 갑니다. 현재까지 북한과 관련해 상하원을 거친 법안과 결의안은 모두 19건에 달하는데요. 이조은 기자와 함께 법안 진행 상황과 의회 내 대북 기류에 대해 짚어보겠습니다.

진행자) 북한을 특정해 발의된 법안과 결의안 수가 특히 이번 회기에 상당히 많아 보이는데요. 어떤 것들이 있었는지 소개해주시죠.

기자) 상원에 6건, 하원에 13건으로 대체로 하원에서 많이 발의됐습니다. 북한 테러지원국 재지정 촉구, 북한인권법 연장, 탄도미사일 개발 현황 조사, 대북 합동위원회 결성, 북한 여행 금지, 새 대북 제재, 대통령 대북 선제타격 제한, 이런 여러 가지 내용을 담은 법안들이 상정돼 있습니다. 또 북한의 괌 위협을 비난하고 탄도미사일 개발을 비난하는 결의안들이 있고요. 114대 의회에 총 13건이 상정됐던 것과 비교하면 확실히 늘어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진행자) 19건 중에 실제로 의회를 통과해 효력을 발휘하고 있는 법과 결의안은 2건에 불과한데요. 어떤 안건들인가요?

기자) 네, 법안과 결의안 각각 1건씩 2건인데요. 먼저 법안으로서는 이달 1일부터 발효된 ‘미국의 적국에 대한 제재법(H.R.3364)’입니다. 공화당 소속인 에드 로이스 하원 외교위원장이 최초 발의한 법으로, 북한과 이란, 러시아에 대한 각각의 제재를 하나로 통합한 것인데요. 북한과 거래하는 해외 금융기관은 미국의 금융시스템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또 북한과 거래하는 국가에 대한 미국의 원조도 금지시켰고요. 아울러 상,하원에 각각 별도로 발의됐던 ‘북한 테러지원국 재지정 법안(S.672/H.R.479)’을 조율해 미 국무부에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할 지 여부에 대해서도 결정하도록 한 조항이 포함됐습니다.

진행자) 나머지 결의안 내용도 설명해주시죠.

기자) 하원 군사위원회 공화당 측 간사를 맡고 있는 조 윌슨 위원이 발의해 지난 3월 채택된 결의(H.Res.92)입니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을 규탄하는 내용인데요. 결의 형태로서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고고도 미사일 방어시스템, 사드의 한국 배치를 환영한다는 하원 의원들의 입장을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결의가 채택된 당시 중국 정부는 한국 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성 조치를 내놓기도 했죠. 중국의 이런 보복성 외교, 경제적 조치를 즉각 중단하도록 촉구하는 하원 의원들의 입장이 결의에 담기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로이스 위원장의 법도 그렇고 윌슨 위원의 결의도 그렇고, 모두 북한 문제에 있어 구체적인 조치를 이끌어냈다고 평가할 수 있을까요?

기자) 그렇습니다. 로이스 위원장이 상정했던 법은 최근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을 9년 만에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는 결과를 이끌어냈습니다. 또 최근 한국과 중국은 사드 배치로 불거진 갈등을 해소하겠다고 합의했는데요, 윌슨 의원의 결의에서 확인됐듯이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태도에 불편함을 표현한 미 의회 내 기류가 반영된 결과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이 부분과 관련해서는 미 의회도 중국의 태도를 계속 주시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원 군사위 소속인 단 베이컨 공화당 의원이 최근 ‘VOA’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인데요. 베이컨 의원은 “한국이 중국과의 갈등을 완화하기 위해 사드를 추가 반입하지 않겠다고 합의한 건 실수”라고 말했습니다. 사드는 한국에 꼭 필요한 방어 시스템이고, 필요하면 추가 배치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게 적어도 하원 내 분위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진행자) 아직 전체회의를 통과하진 못했지만 탄력 받고 있는 법안들이 2~3건 정도 계류 중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어떤 법안들인가요?

기자) 먼저 상,하원에 각각 발의된 새 대북 제재 법안인데요. 대북 제재 가운데서도 세컨더리 보이콧을 골자로 하고 있습니다. 하원에서는 공화당의 앤디 바 의원이 발의한 법안(H.R.3898)으로 지난 10월 하원 전체회의를 통과했습니다. 상원에서는 공화당 소속 팻 투미 의원과 민주당 소속 크리스 밴 홀런 의원이 대표 작성한 초당적 법안(S. 1591)으로 이달 초 은행주택도시위원회를 통과해 전체회의 표결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북한에 억류됐다 송환된 뒤 숨진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를 추모해 상원, 하원 각각 이 법안을 ‘오토 웜비어 대북 금융제재법’, ‘오토 웜비어 북한 핵 제재법’으로 명명했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진행자) 세컨더리 보이콧 형태의 대북 제재는 현재도 여러 형태로 시행되고 있는데요. 현재 의회에서 추진되고 있는 새 대북 제재 법안은 어떤 점에서 차이가 있나요?

기자) 대북 제재에 법적 구속력을 부과했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대북 제재 이행을 강제할 법적 장치를 마련한 것이죠. 기존 대북 제재의 허점으로 자주 지적됐던 부분이기도 합니다. 법안 작성자인 밴 홀런 의원이 최근 ‘VOA’와의 인터뷰에서 설명한 내용 들어보시죠.

[녹취: 밴 홀런 의원]

트럼프 행정부는 그 동안 소규모 은행만 제재해왔지만, 이번 법안은 규모와 관계없이 북한과 거래하는 전 세계 모든 은행들을 세컨더리 보이콧 대상으로 삼는다는 점이 다르다는 설명입니다. 북한과 거래하면 미국 금융시스템에 더 이상 접근할 수 없다는 거죠. 대북 제재를 준수하겠다는 협력 의지를 보여주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제재에 강제력을 부과해야 한다는 분명한 원칙을 세운 겁니다.

진행자) 물리적 처벌이라면 어떤 게 있을까요?

기자) 구체적으로는 이들의 미국 내 금융계좌를 동결 시키거나 대리 계좌 개설을 제한하는 방식의 제재입니다. 중국이나 말레이시아 등 북한과 거래하는 모든 개인과 기업은 미국의 제재를 받게 된다는 겁니다. 대북 제재를 이행하지 않는 미국 내 금융 기관에는 민사, 형사상 벌금까지 부과합니다. 법안에 따르면 위반 사실을 알고도 대북 제재를 이행하지 않는 미국 내 금융기관에는 최소 100만 달러 또는 최대 20년의 실형을 내리도록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민주, 공화 양당 의원 대부분이 압박 외교의 한 부분으로 세컨더리 보이콧을 지지하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새 대북 제재 법안이 조속히 처리되지 않는 다른 이유가 있습니까?

기자) 일단 하원에서는 전체회의를 통과했기 때문에 상원이 관건인데요. 상원 법안은 위원회를 통과했지만 아직 전체회의 표결은 예정되지 않았습니다. 상원 법안의 민주당 측 대표 작성자인 벤 홀런 의원이 최근 ‘VOA’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듯이 중국의 추가 대북 압박을 유도하는 법안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법안은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 일정과 맞물려 위원회를 통과해 중국의 입장을 주시해야 하기도 했고, 의회 내 주요 안건이었던 세제 개혁안을 우선 처리해야 하는 등 의회에서도 다소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최근에는 추수감사절로 휴가 중인 의원들도 많았고요. 벤 홀런 의원은 또 이번 새 대북 제재 법안을 이란 제재 법안과 통합하는 식으로 하원과 조율할 가능성도 언급했습니다. 그렇지만 이 법안에 대한 전체회의 표결이 오늘 내일로 임박했다는 것만은 분명하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진행자) 새 대북 제재 법안 말고도 또 어떤 법안들이 의회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까?

기자) 두 가지가 있는데요. 먼저 북한인권법을 2022년까지 5년 연장하는 법안입니다. 상하원에 각각 상정된 법안(S. 1118/H.R.2061)으로 북한에 보내는 정보의 내용과 수단을 다양하게 확대하는 등 인도주의적 지원을 제공하면서 현재 국무부 민주주의,인권 담당 차관이 겸하고 있는 북한인권특사직을 별도의 정규직으로 임명하도록 하는 내용입니다. 하원에서는 이 법안이 9월 말 외교위원회를 통과했지만 여전히 전체회의 표결에 부쳐지지 않았고, 상원에서는 위원회 심의조차 거치지 않아 크게 진전이 없는 상황입니다.

진행자) 그만큼 북한 인권 문제보다는 북한 정권에 대한 제재와 압박에 의회의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볼 수 있을까요?

기자) 그렇다곤 볼 수 없습니다. 상원 외교위 소속인 민주당 엘리자베스 워렌 의원과 공화당 마르코 루비오 의원 등 영향력이 큰 일부 의원들도 북한 인권 문제를 꾸준히 거론하고 있습니다. 한 예로 워렌 의원과 마르코 루비오 의원은 상원의 새 대북 금융제재 법안에 북한 정부가 ‘돈세탁’ 수단으로 활용하는 해외 노동자 송출에 책임이 있는 개인이나 기업에도 제재를 부과하는 조항을 포함시켰습니다. 상원 금융위도 새 대북 제재 법안을 채택하면서 북한의 핵 무기 프로그램과 인권 유린 행위를 중단시키기 위한 제재 강화 조치라고 발표했습니다. 로이스 위원장도 트럼프 행정부의 북한 테러지원국 재지정 결정에 대해 북한의 인권 유린 행위를 전 세계에 폭로하고 외교적, 경제적으로 최대 압박을 가하는 조치라며 환영한 바 있습니다. 의회 내에서는 북한 인권 문제가 꾸준히 거론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진행자) 가장 최근 의회 내 이슈로는 대북 선제타격이 중점적으로 논의됐는데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특히 민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선제타격 논의를 부각시키고 있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의 수위 높은 발언이 대북 군사 행동을 암시한다는 민주당 의원들의 우려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대통령의 전쟁개시권을 두고 청문회도 두 차례 열리고, 상하원에 대통령의 대북 선제타격을 제한하는 법안도 상정됐습니다. 그러나 대체로 민주당 의원들의 지지에 그쳐 법안 처리에 큰 진전은 없습니다. 논의의 중점은 대통령이 의회 동의 없이 선제타격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임박한 위협’의 정의인데요. 이와 관련해 민주당 소속 크리스 머피 상원의원이 ‘VOA’에 밝힌 발언 들어보겠습니다.

[녹취: 크리스 머피 의원]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핵무기를 보유했다는 사실 만으로는 임박한 위협이라고 간주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할 의도가 있다는 정보가 분명히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하지만 하원 군사위 소속 단 베이컨 공화당 의원은 ‘VOA’와의 인터뷰에서 다른 해석을 내렸습니다.

[녹취: 단 베이컨 의원]

북한의 핵 보유 사실 자체가 임박한 위협은 아니지만, 중대한 위협이라는 겁니다. 북한의 핵 보유는 용납할 수 없는 것이라는 입장도 분명히 했습니다.

진행자)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대북 접근법에 있어 북한과의 ‘대화’를 거듭 강조하고 있는데요.

기자) 지난 10월 초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북한과의 대화채널 가동을 인정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시간 낭비”로 규정했죠. 이 때부터 상원 외교위 동아태소위원장을 맡고 있는 에드워드 마키 의원을 중심으로 민주당 내에서는 ‘대화’를 대북 접근법으로 거듭 강조해왔는데요. 마키 의원은 북한과의 직접 대화와 무조건적 협상을 포함한 외교 해법을 마련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하왼 외교위 부위원장이자 지한파 의원들의 모임인 ‘코리아 코커스’ 공동 의장을 맡고 있는 아미 베라 민주당 의원도 최근 ‘VOA’와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한국 모두 대화와 직접 협상에 열려있어야 한다고 강조했고요. 하지만 민주당 의원들도 대화를 통한 접근법만 강조하는 건 아닙니다. 강력한 압박 조치를 병행하는 외교적 관여를 병행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공화당 의원들과 공통 분모를 갖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베라 의원은 의회 내 대북 전략이 트럼프 행정부와 일치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아웃트로: 일단 새 대북 제재 법안 처리 상황을 중심으로 의회 내 움직임을 살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조은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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