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내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평양은 지금’ 시간입니다. 북한이 신형 장거리 탄도미사일 화성-15형을 발사하면서 한반도 정세는 다시 일촉즉발의 긴장 상태에 빠졌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미국을 상대로 핵 담판을 압박하거나, 추가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북한이 75일 간의 침묵을 깨고 지난 29일 탄도미사일을 기습발사 했습니다.
북한이 이날 새벽 평안남도 평성에서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5형은 무려 4천5백km를 상승한 뒤 960km를 비행해 동해에 떨어졌습니다.
북한 당국은 ‘중대보도’를 통해 화성-15형이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이라고 밝혔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방송'입니다.
[녹취: 조선중앙방송]”대륙간탄도로켓 화성-15형은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초대형 중량급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대륙간탄도로켓으로써…”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번 발사로 두 가지가 분명해졌다고 말했습니다. 우선, 북한이 지난 9월15일 이후 두 달 반 동안 침묵을 지킨 이유가 새로운 장거리 탄도미사일 화성-15형을 개발하기 위한 것이라는 겁니다. 한국 숙명여대 김진무 국제관계대학원 교수입니다.
[녹취: 김진무]”기본적으로 1만2천km 이상의 장거리 로켓은 3단 로켓이 기본입니다. 북한이 갖고 있는 것은 화성-13형, 미국에서 명명한 것은 KN-08인데 단 한번도 시험발사 안 했거든요, 그 미사일을 아마 테스트하려고 하다가 잘 안되니까, 결국 화성-14형을 개량해서 1만2천km 이상 가는 미사일을 발사하지 않았겠느냐.”
둘째는 미국의 압박에 굴복하거나 비핵화 협상에 응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는 겁니다. 한국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입니다.
[녹취: 조한범] “북한이 원하는 것은 자신들이 핵을 가진 상태에서 핵을 인정받는 협상을 하겠다는 것인데, 미국은 명시적으로 핵을 포기하는 비핵화 협상을 요구하고 있는데, 여기에 대해 북-미 간에 이견이 있고 북한이 도발을 선택했다고 봅니다.”
1990년대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국무부 북한담당관을 지낸 케네스 퀴노네스 박사는 김정은 위원장이 북한의 과학자와 기술자들에게 새로운 미사일 개발에 필요한 시간을 주면서 미국을 압박하기 위해 미사일을 발사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퀴노네스]”Giving his scientists time to development ballistic missile and also to see US…”
주목되는 것은 북한 당국이 성명에서 “핵 무력을 완성했다”고 주장한 대목입니다.
[녹취: 조선중앙방송] ”김정은 동지는 새 형의 화성-15형 발사를 지켜보면서 오늘 비로서 국가 핵무력 완성의 역사적 대업, 로켓 강국 위업이 실현됐다고 선포하였다.”
북한은 그동안 ‘핵 무력 완성의 완결 단계’라는 표현을 써왔는데 이번에는 ‘핵 무력 완성의 대업이 실현됐다’고 밝힌 겁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런 주장에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핵무기 체계가 완성되려면 1만km 이상의 사거리를 가진 탄도미사일과 대기권 재진입 기술, 그리고 태평양 상공에서 기폭장치가 폭발하는 등의 조건이 갖춰져야 합니다. 그런데 이번 발사에서 확인된 건 북한이 1만km 이상의 사거리를 가진 미사일을 갖고 있다는 것 뿐이라는 지적입니다.
한국의 문성묵 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북한이 아직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확보했다고 보기 힘들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문성묵 ] “핵 무력을 완성했다고 선전은 하고 있는데 오늘 보여준 내용만을 가지고는 그동안 발사한 것 중 가장 높은 고도로 날려 보냈지만, 그 것만을 가지고 ICBM의 완성이라고 말할 어떤 근거, 검증된 것은 찾기가 아직은 어렵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또 재진입 이후의 목표지점까지의 유도, 이런 것들이 이번 시험을 통해 입증됐다고 말하기에는 아직은 이른 것 같습니다.”
북한의 이번 선언을 미국과의 대화 등 좀더 적극적으로 국면 전환을 모색하기위한 목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북한의 주장에 따르면 이번 미사일 발사로 북한은 핵 무력을 완성한 핵 보유국이 됐습니다. 따라서 미국에 핵 군축회의 압박할 수 있다는 겁니다. 한반도 전문가인 맨스필드재단의 프랭크 자누지 대표입니다.
[녹취: 자누지 대표] “They are signaling to the United States, OK we done it, would like to talk…”
북한의 핵 무력 완성 선언은 미국에 대화를 하자는 신호라는 설명입니다.
북한이 대기권 재진입 등 부족한 부문을 보완하기 위해 탄도미사일의 정상각도 발사와 추가 핵실험 등 도발을 계속할 것이란 분석도 있습니다. 다시 김진무 박사입니다.
[녹취: 김진무] ”적어도 금년 말, 내년 초까지는 이번 미사일 발사처럼 핵실험, SLBM (잠수함발사탄도 미사일)발사를 통해 한반도 긴장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오는 12월17일은 김정일 위원장 사망 6주기이고, 1월1일은 북한의 신년사, 2월 8일은 한국의 평창동계올림픽, 그리고 3월에는 미-한 연합군사 훈련이 예정돼 있습니다. 또 2018년은 북한의 정권 수립 7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정세를 봐가며 적당한 시점에 국면 전환을 시도하거나 추가 도발을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