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 입니다. 지금 이 시각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번 주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공인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중동 각국이 반발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일대일로’ 국제경제협력 구상이 파키스탄, 미얀마의 사업 참가 취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고요. 이어서, 중국 당국이 문화· 예술인들에게 사회주의 선전을 요구하고 있는 실정,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진행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조만간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할 전망이라고요?
기자) 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번 주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공인할 것이란 보도가 나오고 있습니다. 오는 수요일(6일) 이 같은 결정을 발표할 것으로 뉴욕타임스는 전했는데요. 아랍권이 반발하고 있습니다. 이를 막기 위해 마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어제(3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하는 등 총력 외교전을 펼쳤고요. 요르단과 이집트, 터키 등도 미국 정부의 계획에 반대하는 입장을 잇따라 내놨습니다. 중동 일대 22개 나라 모임인 아랍연맹도 성명을 통해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는 것이 아니라 극단주의에 불을 붙이고 폭력사태를 부를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진행자) 이스라엘 수도를 예루살렘으로 인정하는 게 어떤 의미가 있길래, 이렇게 파장이 일고 있는 건가요?
기자) 지난 1948년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살던 곳에서 유대인들이 이스라엘 건국을 선언한 뒤, 양측의 갈등이 지금까지 중동 최대 현안이 되고 있는데요. 이스라엘은 건국 2년 뒤인 1950년 예루살렘을 수도로 선포했습니다. 이어서, 1967년 요르단강 서안과 예루살렘 동쪽까지 점령한 뒤 예루살렘 전체가 수도라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팔레스타인은 동예루살렘을 자신들이 세울 독립국가의 수도로 여기고 있습니다. 그래서, 예루살렘의 주권이 어디에 있느냐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의 핵심과 연결되는 예민한 문제입니다.
진행자) 이스라엘 측이 수도로 선포했지만, 팔레스타인도 예루살렘 일부를 자신들의 수도로 계획하고 있다는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스라엘은 현재 이 지역의 유일한 합법국가로 인정받고 있지만, 국제사회는 팔레스타인과의 분쟁을 키우지 않기 위해 현지 대사관을 예루살렘이 아닌 텔아비브에 두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한다면 팔레스타인의 입장을 무시하고 이스라엘 편을 들어주는 결과가 됩니다. 그래서 역대 미국 정부는 한번도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한 적이 없습니다.
진행자) 그럼 미국 대사관도 예루살렘이 아니라 텔아비브에 있나요?
기자) 맞습니다. 현지 미국 대사관도 이스라엘 최대도시인 텔아비브에 있는데요. 미 의회는 지난 1995년 이스라엘 정부 입장을 존중해 '예루살렘 대사관법'이란 걸 만들었습니다.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이전하도록 하는 내용인데요. 하지만 이후 미국 대통령들은 외교적 이해관계를 고려해 이전 결정을 6개월동안 보류할 수 있다는 유예조항을 이용해 논란을 피해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 6월, 6개월 이전 보류 문서에 서명했는데요. 오늘(4일)로 그 6개월 시한이 만료됩니다.
진행자) 그럼 이번엔 트럼프 대통령이 보류문서에 서명 안하고, 대사관을 옮기도록 하는 건가요?
기자) 그건 아닙니다. 당초 월스트리트저널 등 미국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길 것으로 예상했는데요. 대사관은 이전하지 않으면서,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하는 담화를 이번 주 발표하는 일종의 절충안을 택한 것으로 뉴욕타임스 등이 전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역대 미국 정부가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한 적이 없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이 같은 계획을 추진하는 이유는 뭔가요?
기자)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습니다. 지난해 트럼프 당시 미 공화당 대통령 후보는 “미국 대사관을 유대인들의 영원한 수도 예루살렘으로 이전하겠다”고 말했는데요. 이 밖에도 이스라엘의 입장에 힘을 실어주는 행보를 이어왔습니다. 대통령 취임 후 첫 해외순방국 가운데 하나로 이스라엘을 선택했고요. 이스라엘에 머무는 동안 미국 현직 정상으로는 처음으로 예루살렘에 있는 유대교 성지 ‘통곡의 벽’에 가기도 했습니다. ‘통곡의 벽’ 방문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각기 예루살렘 관할권을 주장하는 와중에, 한쪽을 지지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어서 전직 미국 대통령들은 삼가 해왔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개인 자격’ 방문임을 강조하면서, 이스라엘 정부 관계자들을 대동하지 않고 이 곳을 찾았습니다.
진행자) 이후에도 트럼프 행정부의 친 이스라엘 정책이 이어져왔다고요?
기자) 네. 미국 정부는 지난 10월, 유엔 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 · 유네스코)에서 탈퇴한다고 발표했는데요. 여러 가지 문제점을 이유로 짚었지만, 유네스코가 편향적인 '반 이스라엘' 활동을 지속해왔다는 게 그 중 하나였습니다. 미국 정부의 발표 몇 시간 뒤 이스라엘도 트럼프 행정부의 결정을 환영한다면서 유네스코 탈퇴를 선언했습니다.
진행자) 중국 정부가 주도하는 ‘일대일로’ 경제협력 구상이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요?
기자) 네. 파키스탄과 미얀마, 네팔 등이 잇따라 ‘일대일로’ 주요 사업 참여를 취소하고 있습니다. 이 나라들은 지난 몇 주 사이, 중국 기업이 관장하는 수력발전 댐 협력 건설을 포기했는데요. 금액으로 따지면, 모두 합쳐 200억 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규모입니다. 특히 파키스탄은 일대일로에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해온 나라라는 점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역점 대외 정책인 일대일로 성과에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됩니다.
진행자) 파키스탄이 댐 건설 협력을 포기한 이유는 뭔가요?
기자) 댐 건설에 들어가는 중국의 자금 지원 조건이 너무 까다롭다는 점을 사업 참가 포기 이유로 들었습니다. 까다로운 조건이란, 댐 건설 후 소유권을 중국이 갖고, 운영· 보수 비용은 현지와 분담하는 내용 등인데요. 당초 중국이 ‘일대일로’ 사업 참가를 위해 홍보해왔던 현지 일자리 창출 효과도 거의 없는 것으로 파키스탄 정부는 판단했습니다.
진행자) 중국이 홍보해왔던 내용과 사업 실상이 다르다는 거군요. 구체적으로 들여다볼까요?
기자) 중국과 파키스탄 양측은 ‘일대일로’ 세부사업인 ‘경제회랑’을 통해 인더스강에 디아메르 바샤댐을 짓기로 했는데요. 높이 약 270m, 시설용량 4천500mW로 완공되면 파키스탄 최대 규모의 수력 발전소가 될 예정이었습니다. 중국은 이 댐 건설 비용을 조달하는 대신 소유권을 갖고, 건설 인력도 중국 싼샤댐 건설 경험이 있는 중국인 1만7천명으로 충원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댐 건설의 이득을 사실상 중국이 모두 가져가는 건데요. 파키스탄 정부는 중국과 협력을 중단하고 자체 재원으로 사업을 계속 추진할 계획입니다.
진행자) 이런 상황에서, 일본 정부가 ‘일대일로’에 적극적으로 참가할 의사를 보였다고요?
기자) 네. 일본 정부는 최근 자국 기업들의 ‘일대일로’ 참가를 돕는 구체적인 지침을 준비해왔는데요. 이를 완성해서 조만간 게이단롄(경제단체연합회) 등 주요 경제 단체에 설명할 예정이라고 오늘(4일) 현지 언론이 보도했습니다. 총리실과 외무성, 경제산업성, 재무성 등이 지난주 마무리한 지침에는 에너지 절약과 환경, 산업 고도화, 아시아-유럽 횡단 물류 활용 등 세가지 주요 분야에 일대일로 사업 참가 기업에 대한 정부 지원 방안이 담겨있습니다.
진행자) 중국 당국이 최근 중국의 문화영화계에 대해서도 부쩍 중국 사회주의의 핵심 가치를 강조하고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달 말 중국 항저우시에서 '제3회 중국 영화 신역량 포럼'이란 행사가 있었는데요. 중국 최고 감독과 유명배우 등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대하게 치러졌습니다. 행사는 하루 일정으로 진행됐는데요. 중국 '신문출판광전총국'의 장홍썬 부국장이 주연설자로 나서, 영화계 인사들에게 최근 막을 내린 19차 전당대회의 정신과 실행 방안 등에 대한 교육을 실시했습니다.
진행자) 19차 전당대회의 정신이라는 게 뭔가요?
기자) 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10월, 19차 전당대회에서 "문화는 곧 국가와 민족의 영혼"이라고 강조하면서,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문화를 통해 새 시대를 열자고 촉구했는데요. 시 주석은 특히 예술은 반드시 인민들의 삶을 반영해야 하며, 당과 국가, 인민과 영웅들을 칭송해야 한다고 강조했었습니다.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 타임스는 이번 포럼과 관련, 영화계 인사들은 중국식 사회주의 핵심가치를 대중들에게 전달할 책임이 있다고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사실 중국의 지도자가 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한 건 처음 있는 일은 아니죠?
기자) 맞습니다. 중국 공산당을 창건한 마오쩌둥도 문화는 반드시 노동계층의 삶을 반영해야 하며, 사회주의를 고취해야 한다고 역설했고요. 역대 중국의 지도자들도 문화의 영향력을 강조해왔습니다. 하지만 중국의 내노라 하는 영화계 인사들이 대거 출동해 시진핑 주석의 연설을 공부하고, 지침을 받았다는 것은 중국의 모든 문화적 활동이 시 주석 아래 놓인다는 의미로 풀이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포럼에 누가 참석했는지 주요 인물 몇 명만 소개해주시죠.
기자) 네, 중국 내 영화계 주요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는데요. 특히 언론의 주목을 받은 인물로는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 무려 4천200만 명의 팔로워를 갖고 있는 배우이자 가수인 루한(Lu Han)입니다. 루한은 한국의 인기 남성 그룹 '엑소'에서 활동하다 탈퇴한 후 중국에서 활동하고 있는데요. 이날 포럼에서 루한은 중국 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표출하며, 중국 문화를 세계에 적극적으로 알리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이날 포럼에는 역시 엑소에서 활동했던 크리스(Kris, 우이판)도 참석했습니다. 포럼에 참석한 중국의 영화인들은 장홍썬 부국장이 연설할 때 고개를 끄덕거리기도 하고, 발언하기 위해 손을 드는 등 매우 적극적인 분위기였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진행자) 올해 중국의 최대 흥행작 가운데 하나였던 '울프워리어 2(Wolf Warrior 2)', '늑대 전사 2편'을 감독하고, 무술 감독과 주연까지 맡았던 우징(Wu Jing)도 의미있는 발언을 했다고요.
기자) 네, 우징은 외국 사람들은 중국의 영화보다는 중국의 영화시장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사업을 할 때 지혜롭게 위대한 중국의 이야기를 알리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는데요. 최근 중국의 자본이 미국 영화산업계로 많이 유입되면서 중국의 선전·선동이 미국에 잠식될 수 있다는 우려를 자아내고 있어 더 주목되고 있습니다.
진행자) 하지만 중국 문화계에서 중국 공산당과 관계 당국이 주관하는 이런 포럼에 대해 이견을 제시하는 목소리도 있다고요.
기자) 네, 포럼에 참석하지 않은 많은 중국의 예술가들과 문인들은 사회주의식 통제는 국가의 창의적인 혼을 지탱하는 것이 아니라, 억압한다며 비판했습니다. 한 독립기록물 감독은 정부가 항상 모든 것을 선전·선동의 수단으로 본다면서, 이는 새로운 것이 아니라 과거를 답습하는 것이며 오히려 전보다 더 압박이 심해지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