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북 대화가 이뤄지기 위해선 최소한 핵.미사일 실험을 무기한 중지하겠다는 북한의 약속이 담보돼야 한다고 알렉산더 버시바우 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차장이 밝혔습니다. 버시바우 전 사무차장은 ‘VOA’에 북한의 핵, 미사일 도발과 미-한 연합군사훈련을 동시에 중단하자는 ‘쌍중단’ 제안을 일축하면서 이같이 말했습니다. 또 북한의 대화 의지를 미국에 거듭 전달하려는 러시아의 의도에 말리지 말아야 한다고도 강조했습니다. 2012년부터 2016년까지 나토에서 근무한 버시바우 전 사무차장은 앞서 러시아와 한국 주재 미국대사를 지냈습니다. 이조은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을 비롯한 러시아 정치인들이 북한의 대화 의사를 미국에 전달하고 있습니다. 어떤 행보로 보십니까?
버시바우 전 사무차장) 트럼프 행정부도 분명히 러시아 의원들이 북한에서 무슨 얘기를 들었는지 듣고 싶어했을 겁니다. 북한이 대화를 희망한다고 했다는 건 놀랍지 않습니다. 지금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프로그램을 완료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러시아의 그런 움직임에는 ‘쌍중단’ 제안이 담겨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실용적인 수단으로 받아들일 제안이 아니죠. 유엔 결의를 위반하는 북한의 불법 프로그램을 중단하는 대가로 한국과 강한 동맹을 유지하려는 적법한 노력을 축소시키는 제안이기 때문이죠.
기자)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긴장 상황을 조성하는 건 북한이 아니라 미국의 도발과 위협 때문이라고 주장했는데요.
버시바우 전 사무차장) 최근 몇 년 간 러시아는 계속 그렇게 주장하고 있습니다. 지난 몇 달간 또 그런 발언을 한 건 도움도 안 되고 현재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 대한 명확한 설명도 아니라고 봅니다.
기자) 러시아가 어떤 의도를 갖고 있다고 보시나요?
버시바우 전 사무차장) 러시아는 중국의 역할을 가로채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갖고자 할 수 있습니다. 또 북한이 제재를 피해갈 수 있도록 돕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상당히 불쾌한 일이죠. 그러나 좀 더 지켜봐야 합니다. 러시아는 지렛대를 갖고 있고, 북한을 두둔하는 데 말고 훨씬 더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봅니다.
기자) 러시아가 미국에 전하는 북한의 입장이 신뢰할 만하다고 보십니까?
버시바우 전 사무차장) 북한은 분명히 한국이 포함되는 6자회담 재개보다는 미국과의 양자 회담을 선호한다는 신호를 분명히 보내고 있다고 봅니다. 한국이 포함되는 대화 재개를 원하는 미국과는 반대로요. 이런 점에선 러시아가 전하는 북한의 입장이 정확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협상의 조건은 미국 입장에서 호소력이 떨어진다고 봅니다. 한국과 일본도 이를 받아들여선 안 된다고 보고요.
기자)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역량에 대해선 어떤 판단을 하고 계십니까?
버시바우 전 사무차장)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분석했듯이 핵을 운반하고 대기권에 재진입할 수 있는 능력은 아직 부족하다고 봅니다. 하지만 북미 지역을 타격할 미사일은 분명히 보유하고 있습니다. 다만 핵 탄두 소형화와 재진입 수단, 열 차단 기술 등 전체적인 시스템을 갖추려면 1~2년은 더 걸릴 겁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핵, 미사일 시험 중단이 적어도 긴장 상황을 낮출 수는 있지만, ‘쌍중단’의 맥락에 포함돼서는 안 됩니다. 쌍중단 제안은 사실 엄연히 북한이 져야 할 책임을 미국과 한국에 넘기는 겁니다.
기자)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 실행 가능한 옵션이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버시바우 전 사무차장) 2005년 6자회담 9.19 공동성명과 같은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봅니다. 성명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등 해법에 관한 포괄적인 뼈대를 제시했습니다. 지금은 북한의 핵, 미사일 프로그램 역량을 해체하는 내용을 더해야 하기 때문에 2005년보다는 조금 더 복잡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만이 실행 가능한 옵션이라고 봅니다. 미국은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는 대화는 원치 않습니다.
기자) 미국이 북한과의 대화를 고려할 조건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버시바우 전 사무차장) 북한이 핵, 미사일 시험을 무기한 중단하겠다는 분명한 의지를 보이는 것이 최소 요건이 돼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야 협상을 위한 긴장 완화 상황을 조성할 수 있을 테니까요.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제가 말할 수 없는 다른 조건들을 설정했을 수도 있습니다.
버시바우 전 나토 사무차장으로부터 미-북 대화 조건과 러시아의 중재 의도 등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이조은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