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 간 북한 관련 화제성 뉴스를 전해 드리는 ‘뉴스 풍경’ 시간입니다. 탈북 후 무려 세 차례 강제북송 됐던 여성이 유엔에서 눈물 어린 호소문을 낭독했습니다. 장양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세 번의 강제북송, 네 번의 탈북 끝에 자유를 찾게 된 30대 탈북 작가 지현아 씨.
[녹취:VOA 2013년 방송] “마지막 탈북을 2002년도에 하면서 세 번의 북송과 네 번의 탈북으로 그 과정에서 1년 감옥생활도 하고 2007년도 한국에 입국해서….한국 와서 결혼 전에 썼고, 제가 2009년부터 책을 썼었어요..”
지현아 씨는 지난 2013년 `VOA'와 인터뷰에서 탈북 후 인신매매를 당하고, 임신된 몸으로 강제북송 후 마취도 없이 낙태 당한 사연 등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놨습니다.
지 씨는 2007년 한국에 정착해 북한의 증산 11호 교화소에서 겪었던 지옥 같은 8개월의 시간을 책으로 옮기는데 전념했습니다.
전남대학교에서 정치외교학을 공부한 지 씨는 2011년 북한의 인권을 고발하기 위한 목적으로 자서전 ‘자유 찾아 천만리’를 출간했고, 결혼해 자녀를 낳아 키우는 동안에도 거리시위 등 북한인권 활동을 꾸준히 해왔습니다.
2015년에는 미국을 방문해 주류사회를 대상으로 북한의 인권 상황을 고발하기도 했습니다.
같은 해 12월에는 한국 내 예술가들에 의해 ‘하나님의 눈물’이란 제목의 무용극으로 지 작가의 이야기가 소개되기도 했습니다.
[녹취: ‘하나님의 눈물’ 공연 현장음]
이 공연은 ‘자유 찾아 천만리’의 뒤늦은 출판기념 행사였습니다.
그리고 책 출간 5년 후인 지난 11일, 지 씨의 이야기는 유엔을 통해 전세계로 생중계됐습니다.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 옆에 나란히 앉아 눈물로 호소하는 지 씨의 모습은 미국과 한국 언론들을 통해 보도됐습니다.
지 씨는 이 자리에서 자신의 시집인 ‘마지막 선물’에 담긴 시를 낭독했습니다.
[녹취: 지현아] “무서워요 거기 누구 없나요. 여긴 지옥인데 거기 누구 없나요. 아무리 애타게 불러도 아무도 저 문 열어주지 않네요…”
‘정말 아무도 없나요’ 라는 제목의 시를 낭독한 지 씨는 “감옥의 문은 밖에서 열어야 한다”는 네덜란드 시인의 말을 인용하며, 국제사회가 북한이라는 폐쇄된 사회의 문을 열어주기를 호소했습니다.
지 씨는 “북한 인권: 강제송환 된 북한 여성들의 무서운 경험” 이란 주제로 열린 유엔의 북한인권 행사를 통해 북한 여성인권의 현주소를 보여줬습니다.
이날 ‘북한 여성들은 모든 범주의 인권 유린의 희생자’라고 목소리를 높인 마이클 커비 전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 COI 위원장은 매우 많은 목격자들이 증언하고 있고 탈출하고 있으며, 끝난 이야기가 아니라고 ‘VOA’에 말했습니다.
커비 전 위원장은 끔찍한 고통을 당한 탈북자들의 이야기가 유엔에서 들려져야 하는 이유를 말했습니다.
[녹취: 커비 전 위원장] “Unite Nations should hear that story because that’s much more powerful way to get into the minds and hearts of…”
탈북자들의 증언을 직접 듣는 것은 북한인권에 대한 관심을 끌어내고 해결하려는 정신과 마음으로 들어가는 가장 강력한 방법이라는 설명입니다.
커비 위원장은 북한사회에서 여성에 대한 인권 유린과 여성의 책무가 과도한 것이 탈북자 대다수가 여성이라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유엔이 북한 주민의 인권과 관련한 역할을 충실히 할 것이라며, 북한 주민들은 절대 포기하면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커비 전 위원장] “Never give up, Never give up, Never give up.”
유엔이라는 국제무대에서 처음 북한 여성의 인권을 대변한 지현아 씨는 `VOA'에 자신의 소감을 담담하게 말했습니다.
[녹취: 지현아] “시원하기도 하고, 제가 증산교화소에서 (희생자들을 향해)약속한 것을 이룬 것 같은, 이루려면 아직 부족하지만 앞으로도 거대한 감옥에 억류돼 있는 감옥에 있는 북한 주민의 인권을 위해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 씨는 옆자리에서 등을 토닥거리며 함께 아파해 준 헤일리 대사의 행동이 고마웠지만 이런 위로조차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떠올랐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지현아] “내가 이런 자리에 서도 되는지, 그런 자격이 있는지 생각을 했었는데, 서고 나니까 아까 어느 대사님이 하신 말씀처럼 우리가 북한인권에 관심을 가져야 할 의무가 있다는 말에 위로를 받은 것 같습니다.”
지 씨는 같은 날 저녁 미국의 명문 컬럼비아대학교 학생들과 북한의 인권에 대한 나눔의 시간을 가졌는데요, 지 씨의 증언은 이날 모인 학생들의 가슴도 울렸습니다.
이 대학 간호학과 학생인 샤나 씨는 `VOA'에 “성노예가 되고 있는 중국 내 탈북 여성들의 인권이 매우 염려된다”면서 “이런 사실이 탈북자들을 통해 더 많이 알려져야 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국제교육개발을 공부하는 비비란 림 씨는 지현아 씨의 유엔 연설을 현장에서 들었다며, 북한의 여성 인권이 이 정도로 심각한지 몰랐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비비안 림] “직접 들으니까 생각보다 무자비하고 심각하다는 것이 확 와 닿았다. 여성이슈, 생리대 이슈 같은 실생활에서 나오는 여성의 인권에 대해 들으면서 정말 심각하다는 것을 알게 됐고, 앞으로 제 연구나 대학원 생활에 큰 영향을 끼칠 거 같아요.”
지난 11일부터 이틀 간의 짧은 기간 동안 많은 일정을 소화한 지현아 작가는 13일 한국으로 돌아가 자신의 사회연결망 서비스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남겼습니다.
‘홀로코스트는 사진이라도 남겨 증거물로 확보되어 있지만, 북한의 감옥은 증명할 사진 한 장도 없다“ "빚진 자의 마음으로 연설문을 읽었다"고 적었습니다.
VOA 뉴스 장양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