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직 관리와 군사 전문가들은 미-한 연합군사훈련을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로 연기하는 문제와 관련해, 의도치 않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훈련의 원래 목적과 도발의 근원을 오도해 북한만 이롭게 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이해할 만한 제안이며, 미국이 가까운 동맹인 한국의 요구를 가급적 수용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김영남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미-한 연합훈련의 연기가 자칫 훈련의 성격과 상징성에 부정적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을 우려했습니다.
정례적으로 실시돼 온 동맹 간 “방어적” 활동이 하루아침에 “긴장의 근원”으로 낙인 찍히게 되는 부작용입니다.
군사전문가인 마이클 오핸론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이 특히 훈련 “연기”라는 단어 사용에 유감을 표한 건 이 때문입니다.
[녹취: 오핸론 연구원] “Postpone somehow seems to signify that we recognize that these exercises could be seen as provocative and we are trying to take steps to avoid that. I don’t believe the exercises are really provocative.”
오핸론 연구원은 19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연기”라는 표현엔 미-한 군사훈련이 도발로 비쳐질 수 있음을 인정한다는 뜻이 담길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두 나라 군사훈련은 도발적이지 않으며, 따라서 훈련 기간을 재조정하더라도 “연기”한다는 표현 대신 차후에 일정을 공지하는 수순을 밟았어야 했다는 겁니다.
앞서 문재인 한국 대통령은 지난 19일 평창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미-한 군사훈련을 연기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오핸론 연구원은 이에 대해 두 나라가 연합군사훈련에 대해 일치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오핸론 연구원] “I think it is very important for American and South Korean officials to speak about this idea with common understanding and single message. Single message should be these exercises are not threatening they should not be seen as provocative.”
두 나라 관리들이 공통의 이해와 하나의 메시지를 갖고 훈련 연기 문제를 언급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훈련은 위협용이 아니고 도발적으로 여겨져서는 안 된다는 게 하나의 메시지가 돼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국무부 한국과장을 지낸 데이비드 스트로브 세종연구소-LS 펠로우도 ‘VOA’에 미-한 군사훈련 연기가 훈련을 북한의 핵.미사일 시험과 동일선상에 있는 도발 행위로 인식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잘못된 선례를 남길 수 있다는 점에도 우려했습니다. 중요한 행사를 많이 개최하는 한국이 이를 이유로 군사훈련을 연기하면 앞으로 행사가 진행될 때마다 비슷한 요구가 뒤따를 수 있다는 겁니다.
이어 정당한 방어적 군사훈련을 연기하는 것은 북한에 ‘뇌물’을 주는 셈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주한미군 특수작전사령부 대령 출신인 데이비드 맥스웰 전 조지타운대학 전략안보연구소 부소장은 군사 훈련을 연기하면 북한에 상황 통제권을 쥐어주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녹취: 맥스웰 전 부소장] “So we are allowing the North to control the situation by saying we will cancel the exercise if they don’t conduct the provocation, we are really ceding the initiative to North Korea and putting ourselves in the bad position.”
북한이 도발하지 않으면 평창올림픽 전에는 훈련을 하지 않겠다고 언급함으로써, 북한에 주도권을 넘기고 스스로 불리한 위치에 서게 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맥스웰 전 부소장은 북한이 평창올림픽 전까지 도발하지 않아 훈련을 연기했는데 올림픽 기간 중 도발하는 상황을 그런 예로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훈련 실시를 위해선 군사 자산 배치 등 오랜 기간이 필요한 만큼 북한의 도발 시 곧바로 훈련을 재개할 수도 없다는 한계를 지적했습니다.
또 이런 상황이 된다면 북한 정권은 원하는 것을 모두 얻는 이른바 ‘윈윈’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북한이 훈련을 취소시키고 도발까지 감행함으로써 한국의 올림픽 개최에 대한 자신감과 정당성을 모두 훼손시키는 상황입니다.
[녹취: 맥스웰 전 부소장] “So it could be a regime win-win- they could have the exercises cancelled and they would still conduct a provocation to undermine the legitimacy of and confidence in the ROK to conduct the Olympics”
수미 테리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한국 담당 보좌관은 군사훈련 시기를 늦출 수는 있지만 올림픽이 끝나는 대로 바로 재개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테리 전 보좌관] “I do think it’s important that we resume the training exercises as soon as the Olympics and the Paralympics are completed.”
테리 전 보좌관은 미국은 평창올림픽을 안전하고 성공적으로 개최하는 게 현재 한국 정부의 최우선 순위임을 이해하며 양국이 훈련을 연기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북한이 이 기간 동안 추가 (핵, 미사일) 시험을 하지 않을 경우 미국과 북한이 대화를 할 수 있는 외교적 공간이 생길 여지도 있지만 그런 가능성은 매우 적다고 내다봤습니다.
특히 군사훈련 연기를 제안한 이유로 ‘긴장 완화’가 제시된 것과 관련해서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테리 전 보좌관] “I don’t think the cause of the tension is not because of the joint exercises, cause of tension is because of North Korea provocations, missile testing and nuclear testing and so on.”
한반도의 긴장은 미-한 군사훈련이 아니라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시험을 비롯한 도발에서 비롯됐다는 설명입니다.
래리 닉시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구위원은 올림픽 기간 중 군사훈련을 연기해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도 한반도의 긴장은 북한의 도발 등 복잡하게 얽힌 근본적 사안들에서 비롯된 만큼, 훈련 연기로 긴장이 완화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패트릭 크로닌 신안보센터(CNAS) 아시아태평양 안보소장은 군사훈련을 연기해도 미-한 동맹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크로닌 소장은 문재인 한국 대통령의 제안을 이해할 만하다며, 국가와 동맹의 안보가 국제 스포츠 경기보다 항상 우선시 돼야 하지만 미국 정부가 가까운 동맹국의 중요한 제안을 수용할 방법을 찾아볼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VOA 뉴스 김영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