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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위안부 합의’ 후속 조치 갈등...틸러슨 "쿠바 외교인력 복귀 위험"


강경화 한국 외교부 장관이 9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한일 위안부 합의 처리 방향에 대한 정부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강경화 한국 외교부 장관이 9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한일 위안부 합의 처리 방향에 대한 정부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 입니다. 지금 이 시각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한국 정부가 지난 2015년 일본과 맺은 ‘위안부 합의’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공식 입장과 함께, 일본 측이 출연한 10억 엔(미화 약 890만 달러)을 자체 예산으로 충당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지난해 쿠바에서 불러들인 외교인력을 다시 보낼 계획이 없다고 밝혔고요, 이어서, 미국과 한국 간의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에서 자동차가 현안으로 떠오른 이야기,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진행자) 한국 정부가 2015년 ‘위안부 합의’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놨군요?

기자) 네. 강경화 한국 외교부장관이 오늘(9일) 서울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피해 당사자인 할머니들의 의사를 반영하지 않은 2015년 합의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의 진정한 해결이 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어서, 당시 합의에 따라 일본 정부가 출연한 재단 기금 10억 엔(미화 약 890만 달러)은 전액 한국 정부 예산으로 충당하고, 일본에서 받은 돈을 어떻게 처리할지는 앞으로 두 나라 당국간 협의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그럼, 합의를 파기하거나 재협상하겠다는 건가요?

기자) 그건 아닙니다. 강 장관은 “2015년 합의가 양국 간 공식합의였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며 “일본 정부에 재협상은 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는데요. 하지만, 일본 측이 “국제 보편기준에 따라 진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피해자들의 명예·존엄 회복과 마음의 상처 치유를 위한 노력을 계속해 줄 것을 촉구한다”며 후속 조치를 요구했습니다.

진행자) 몇년전 맺은 ‘위안부 합의’에 대해 한국 정부가 오늘(9일) 공식 입장을 내놓은 이유는 뭐죠?

기자) 그 동안 합의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피해자 단체와 한국 시민사회의 반발이 컸기 때문입니다. ‘위안부’란 2차대전 때 동원돼서 일본군을 성적으로 상대한 사람들을 말하는데요. 한국의 박근혜 정부 당시인 지난 2015년 12월, 일본이 10억 엔(미화 약 866만 달러)을 출연하는 재단을 만들어,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최종적이고 불가역적(되돌릴 수 없음)으로 해결한다”고 합의했습니다. 하지만, 일본 정부의 공식 사죄와 배상 없이 졸속 합의했다는 비판이 한국에서 높아졌고요, 지난해 5월 출범한 문재인 새 정부가 합의 과정과 내용을 재검토했습니다.

진행자) 재검토한 결과는 뭐였죠?

기자) 한국 외교부 태스크포스(TF ·특별임무기구)는 당시 합의가 외교적 필요에 의해 성급하게 처리됐고, 갖가지 비공개 조항을 포함하는 등 문제가 많았다는 결론을 담은 보고서를 지난 연말 발표했습니다. 오늘(9일) 강 장관이 밝힌 한국 정부 공식 입장은 이 보고서 내용에 따른 건데요. 앞서 문재인 대통령도 보고서를 바탕으로, 2015년 ‘위안부 합의’에서 중대한 흠결이 확인됐기 때문에 위안부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입장을 수 차례 밝혔습니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에 따라 합의 무효화나 재협상 가능성이 제기됐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오늘(9일) 외교장관이 내놓은 공식 입장은, 재협상 요구는 안 한다는 거잖아요?

기자) 그렇습니다. 합의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은 하지만, 파기 선언까지는 가지 않은 건데요. 최근 이 문제가 한·일간 최대 외교현안 중 하나이기 때문에, 양국 관계를 파국으로 몰고 갈 수 없다는 현실적 고려에 따라 봉합한 것으로 한국 언론이 풀이하고 있습니다. 일본 매체들도 비슷한 시각으로 받아들이는데요. 공영방송 NHK는 오늘 강경화 한국 외교장관 회견을 속보로 전한 뒤 “문재인 정권으로선 합의에 반대하는 뿌리 깊은 국내 여론, 그리고 일본과의 외교 관계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고 한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진행자) 일본 정부의 반응은 어떤가요?

기자) 일본 정부는 즉각 항의 의사를 밝혔습니다. 고노 다로 외무상은 오늘(9일)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위안부 문제를) 합의했음에도 불구하고 실행하지 않는 것은 일본으로선 전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즉시 항의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또 한국 측이 요구한 후속 조치를 진행할 수 없다는 뜻을 명확히 했는데요. 일본이 출연한 10억 엔(미화 약 890만 달러)를 한국 정부 예산으로 충당한다는 계획에 대해서도,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되도록 빨리 설명을 듣고 싶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일본 정부가 이렇게 강하게 반발하는 배경은 뭐죠?

기자) 일본은 국가나 군 당국이 과거 ‘위안부’를 운영한 사실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일본군을 성적으로 상대한 사람들이 존재했지만, 자발적으로 나선 것이었고, 이들의 운영은 민간에서 담당했다는 게 일본 정부 공식 입장인데요. 지난 2015년 '위안부 합의' 역시, 일본의 잘못 인정을 전제로 한 게 아니었고요, 10억 엔(미화 약 890만 달러) 출연도 ‘배상금’이 아니라 단순 ‘위로금’ 성격으로 파악됐습니다.

진행자) 10억 엔 이야기가 계속 나오는데, 그 돈은 어떻게 처리하겠다는 거죠?

기자) 당초 한국에서는 시민· 사회 단체들을 중심으로 10억 엔을 일본에 반환하자는 여론이 높았는데요. 10억 엔을 곧장 돌려주는 것은 ‘위안부 합의’ 파기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에, 일단 일부 피해자들에게 이미 지급된 액수 등을 포함해 한국 정부 예산으로 10억 엔을 다시 채워놓고, 이 돈을 어떻게 할지는 당국간 협의 사항으로 남겨놓겠다는 게 한국 정부 계획입니다. 일각에서는 이 돈을 일본이 다시 받을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국제기구 등에 공탁해놓고 향후 양국관계 진전을 봐서 처리하자는 구상이 나왔습니다.

진행자) 앞으로 ‘위안부 합의’를 둘러 싼 한-일관계, 어떻게 전개될까요?

기자) 한국 정부가 재협상은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여전히 후속 조치를 요구할 가능성을 일본에서는 변수로 꼽고 있습니다. 후지TV는 "합의 파기나 재협상 요구는 없으나 일본에 새로운 요구를 할 수 있다"는 한국 측 외교 관계자의 말을 전하면서, 반면 "일본 정부는 위안부 문제가 최종 해결됐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일·한 관계가 악화할 여지가 남아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보수 성향의 산케이신문은,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 등 일본 정부 핵심인사들이 ‘위안부 합의’를 1mm도 움직일 수 없다는 입장을 지키고 있는 점을 들어, 앞으로 한국 측 태도에 따라 일본 당국이 외교적 조치를 취할 가능성도 있다고 짚었습니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5일 AP통신과 인터뷰하고 있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5일 AP통신과 인터뷰하고 있다.

진행자)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쿠바에 외교인력을 돌려보낼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고요?

기자) 네. 쿠바에 미국 외교인력을 다시 보내는 것은 “의도적으로 위험한 상황에 몰아넣는 셈이기 때문에” 그럴 계획이 없다고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최근 AP통신 인터뷰에서 밝혔습니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9월, 쿠바 아바나 주재 대사관에서 필수인력을 제외한 직원과 가족 모두에게 귀국을 지시했는데요. 이후 양측 주재 인원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워싱턴 주재 쿠바 외교인력 15명을 추방시켰습니다.

진행자) 위험한 상황에 몰아넣는다는 게 무슨 말이죠?

기자) 당시 쿠바 아바나 주재 미국 대사관 근무자들이 ‘신체적인 공격’을 받아 심각한 청력 손상을 입었다고 미국 정부 관계자가 언론에 밝혔습니다. 이들은 정상인의 귀로는 들을 수 없는 음역 밖의 소리를 내는 고급 장비에 노출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일부 매체에서는 누군가 ‘음파 무기’를 설치한 것으로 설명했습니다. 쿠바 당국은 이런 음파 공격 의혹을 계속 부인해왔는데요. 틸러슨 장관은 이런 위험이 아직 해소되지 않았다고 본 겁니다.

진행자) 쿠바 측이 부인했다면, 미국 정부가 ‘음파 공격’ 증거를 발견한 건가요?

기자) 그렇진 않습니다. 미 연방수사국(FBI)이 이 문제를 몇 달 동안 살펴봤는데요, 최근 정리한 중간 수사 보고서에서 ‘음파 공격’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한 것으로 보도됐습니다. 증거를 찾지 못했다는 건데요. FBI는 쿠바에서 ‘초저주파’와 ‘초음파’ 등 다양한 음파 공격을 미국인을 상대로 비밀리에 단행했다는 가설을 실험해 봤지만 아무 증거가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워싱턴포스트 등이 오늘(9일) 보도했습니다.

진행자) 증거를 못 찾은 걸 쿠바 측도 알고 있나요?

기자) 네. 제프 플레이크(민주·애리조나) 연방상원의원은 지난주 금요일(5일) 쿠바 고위 당국자들과 회동에 참석한 뒤, 그 동안 ‘음파 공격’ 의혹을 부인한 쿠바 당국의 주장과 어긋나는 내용은 아무것도 나온 게 없다고 언론에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FBI가 ‘음파 공격’에 대한 아무런 증거를 찾지 못했다는 결론을 쿠바 측에 통보했다고 전했습니다.

진행자) 공격당한 증거는 없는데 외교인력을 보내는 건 위험하다, 어떻게 봐야하나요?

기자)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여전히 쿠바 정부 내의 누군가가 이 문제를 끝내야한다고 믿는다"고 AP 인터뷰에서 밝혔습니다. 아바나에 주재하는 미국 외교인력이 신체에 위해를 당한 일이 있었던 건 분명하기 때문에, 책임은 쿠바 당국이 져야한다는 건데요. 쿠바계 이민사회 출신인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공화·플로리다) 등은 이 같은 정부 입장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미국 새 정부는 이전 정부와 다른 방향으로 쿠바 정책을 진행하고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1959년 쿠바 사회주의 혁명 이후 반세기 넘도록 적대관계였던 미국과 쿠바가 바락 오바마 행정부 당시인 지난 2015년 국교를 회복했는데요.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쿠바와의 관계 정상화 조치를 되돌려 놓겠다고 대선 때부터 공약했고, 지난해 6월, 쿠바 기업과의 거래를 제한하고 현지 여행을 규제하는 지침을 발표했습니다. 미국과 국교 정상화 이후 교역과 여행객이 늘어서 쿠바 경제에 보탬이 됐는데, 그 혜택이 쿠바 국민이 아닌 라울 카스트로 정권과 군부로만 몰렸다는 게 트럼프 행정부의 판단입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또한 쿠바의 민주주의를 증진하고, 국민의 자유를 보장하는 쪽으로 관계 재설정이 이뤄져야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김현종 한국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9일 서울 인터컨티넨탈 코엑스 호텔에서 열린 2018 세계시장 진출전략 설명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김현종 한국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9일 서울 인터컨티넨탈 코엑스 호텔에서 열린 2018 세계시장 진출전략 설명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지난주 미국과 한국 간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을 위한 1차 협상이 끝났는데요. 한국 정부 당국자가 다소 비관적 전망을 내놨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과 한국 간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의 한국 측 대표를 맡고 있는 김현종 한국통상교섭본부장이 양국의 FTA 협상이 순탄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과 한국은 지난 5일, 미국 워싱턴에서 FTA 1차 협상을 진행했는데요. 김 본부장은 8일 기자 간담회를 갖고, 1차 협상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 자리에서 김 본부장은 아직은 시작단계기 때문에 예단하기 어렵지만 협상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는데요. 특히 나쁜 결과보다는 타결을 안하는게 낫다는 각오로 임하겠다고 강조해 주목됩니다.

진행자) 1차 협상이 난항을 겪었나 보군요.

기자) 네, 1차 협상에서 미국 측에서는 마이클 비먼 무역대표부 대표보가 수석대표로 참석했고요. 한국에서는 유명희 산업부 통상정책국장이 참석했는데요. 양측은 이날 오전 10시에 회담을 시작해 9시간가량 마라톤 회의를 진행했습니다. 1차 협상장에서 양국은 미국이 한국과의 무역에서 대표적인 적자 품목으로 꼽아온 자동차 분야에 대한 비관세장벽 철폐 문제를 집중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유명희 한국 산업부 통상정책국장은 자동차 분야에 대한 모든 문제가 다 나왔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습니다. 1차 협상 후 미국 측에서도 양측이 새 합의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할 일이 많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진행자) 미국이 현재 한국과의 자동차 무역에서 어느 정도나 적자를 보고 있습니까?

기자) 네, 지난 2016년 미국이 한국과의 무역에서 본 적자 중 거의 90%가 자동차 분야에서 나온 건데요. 규모로는 276억 달러에 달합니다. 한국은 현대와 기아 등 2개의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가 있는데요. 하지만 국내 시장 규모가 작아서 해외 수출에 많이 의존하고 있습니다. 비판가들은 한국 정부가 수입 자동차에 대해 비관세 장벽의 범위를 좁힘으로써 불평등한 무역 구조를 만들고 있다고 지적해왔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언론들은 양국의 FTA 발효 후 오히려 한국 자동차의 대미 수출은 12%가량 증가한 반면, 미국차의 한국 수출은 연평균 37% 이상 늘었다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또 어떤 쟁점들이 다뤄졌습니까?

기자) 1차 협상의 내용이 구체적으로 공개되진 않았습니다. 현재 한국의 안전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해도 들어올 수 있는 미국산 자동차 수가 업체당 한 해 2만5천 대로 제한돼 있는데요. 미국은 이를 더 확대하거나 이런 할당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 한국이 체결하고 있는 자유무역협정에 많은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미-한 FTA는 지난 2012년, 바락 오바마 전임 행정부때 발효됐는데요.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의 자유무역협정 이후 무역적자가 배나 증가했다면서 끔찍한 협정이라고 지적해왔고요. 폐기 여부까지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하지만 양측은 현재 재협상 한다는 쪽으로 가닥을 모으고 협상을 진행 중입니다. 한국 정부는 폐기보다는 재협상 쪽을 선호하고 있는데요. 한국 정부는 미국 정부가 전면 개정을 추진 중인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는 달리, 미-한 FTA는 부분 개정을 통해 신속히 회담을 진행하길 원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그럼 2차 협상은 언제부터 시작되나요?

기자) 네, 양측의 협상이 워싱턴과 서울을 번갈아 가면서 하기로 했기 때문에 다음 협상은 서울서 열리는데요. 이르면 이번 달 진행될 수도 있을 거라는 전망입니다. 하지만 서로 양보할 카드가 많지 않아 협상이 난항을 겪을 거라는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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