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명문대 학생들이 탈북자 면담을 통해 북한의 인권 실태를 배우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들은 한결같이 놀라움을 나타내면서, 북한의 인권 실상을 널리 알리겠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현진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녹취: 이태원 씨] “정말 저한테 이런 일이 생긴다고는 상상조차 해본 적도 없고 많은 탈북자 가족들이 북송됐다고 들었을 때 저 분들이 얼마나 마음이 아플까 저도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정작 제가 당하고 보니깐 이 세상에 살아갈 이유가 없는 죽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탈북자 이태원 씨가 북한의 인권 실태를 알기 위해 한국을 찾은 미국인 대학생들에게 지난 11월 중국에서 강제북송된 아내와 아들의 사연을 전하고 있습니다.
지난 10월 17일 두만강을 건너 무사히 중국 선양에 도착한 아내와 아들.
이들을 곧 한국에서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에 이태원 씨는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녹취: 이태원 씨] “11월 4일까지 선양에 있었어요. 그동안 7일 간을 영상통화도 하면서 행복해했었죠. 우리 아들을 어떻게 키우자, 뭐 이런 내용도 많이 했고 한국에 정착해서 어떻게 우리 살자 통화를 하면서 정말 기쁘게 회사도 열심히 다녔고 기쁘고 힘든 줄 몰랐어요.”
하지만 행복한 순간도 잠시. 중국에 있는 아내에게 전화를 건 이태원 씨는 충격적인 얘기를 들었습니다.
[녹취: 이태원 씨] “아내가 북송돼 간다는, 잡혀서 끌려간다고 얘기하고 전화가 끊겼습니다.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어요.”
다급한 심정으로 한국 정부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습니다.
[녹취: 이태원 씨] “19일인가 18일 경이었는데 그 때가 이미 북송된 후였죠. 외교부에서 하는 말이 아주 긍정적인 말을 하더라고요. 이미 북송된 것도 모르고.”
아내가 북송돼 신의주 보위부에 있다는 소식은 북한 내 지인으로부터 전해 듣게 됩니다.
하지만 북한의 가족과 친구들과 모두 연락이 끊겼고, 현재 아내와 아들의 상황에 대해 아는 것이 전혀 없습니다. 상황을 알아보겠다던 한국 정부는 아직까지 아무런 답이 없습니다.
중국 당국은 자국 내 탈북자들을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고 강제북송하고 있습니다.
아시아 리더쉽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조지아와 아제르바이잔, 인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에 이어 지난 8일 한국을 찾은 미국의 명문 하버드와 MIT, 터프츠 대학 소속인 학생들은 이태원 씨 사연에 안타까움을 나타냈습니다.
터프츠대학 플레처 법학외교전문대학원 학생 맥킨지 머헤드 씨입니다.
[녹취: 맥킨지 머헤드, 터프츠 대학 플레처 스쿨 학생] “I think it’s heartbreaking and for him to say that it was the happiest moment of his life when he realized that they had crossed the border….. ”
자신은 이 씨의 고통을 상상할 수도 없으며, 아내와 아들을 만날 수 있다는 행복감이 처절하게 무너진 것이 매우 안타깝다는 겁니다.
학생들은 이날 이 씨와의 면담에서 북한 주민의 삶과 탈북 이유, 탈북 후 한국 정착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 국제사회의 제재가 북한 주민들에게 미치는 영향 등 다양한 사안들에 대해 궁금증을 쏟아냈습니다.
[녹취: 학생] "My name is Raja, My questions is what are some challenge….I’d like to know how you escaped from North Korea.."
탈북 과정이 궁금하다는 학생의 질문에 동생 태성 씨가 말을 이어갑니다.
[녹취: 이태성 씨 탈북 상황 설명]
온몸이 물에 젖고 옷은 얼어 움직이기 조차 어려웠지만 살기 위해 온 힘을 다해 중국으로 도망쳤다는 이 씨의 사연에 학생들은 충격을 금치 못했습니다.
[녹취: 스 윈 터프츠 대학 플레처 스쿨 학생 ] “I used to watch a lot of videos about escape plan from the North Korea. I know it is very hard and life threatening…”
터프츠대 학생인 미얀마 출신 스 윈 씨는 영상을 통해 탈북 과정이 얼마나 어렵고 목숨을 위협하는 일인지 알고 있었지만, 실제 이야기를 들으니 더욱 생생한 느낌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명문대 출신으로 현재 호주 국립대에서 일하는 제나 로비차드 씨도 목숨을 걸고 탈북한 이 씨의 사연에 가슴이 벌렁거렸다며, 용기에 감탄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제나 로비차드 씨] “Listening to their story, my heart was beating out of chest…..”
머헤드 씨는 이번에 북한 주민들이 탈북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에 대해 알 수 있었다며, 말로만 듣던 탈북자 이야기를 직접 듣고 이들과 공감할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맥킨지 머헤드] “We learned a lot of about what it is like for these North Korean man and woman…..”
탈북자들이 국경을 넘는 것이 또 다른 도전의 시작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는 겁니다.
학생들은 이번 경험을 계기로 앞으로 미국사회와 주위 사람들에게 남북한과 한반도 통일, 북한 인권 문제를 알리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다짐했습니다.
터프츠대 학생인 키르기스스탄 출신 얼메크 아디베코브 씨 입니다.
[녹취: 플레처 대학 얼메크 아디베코브 씨] “We live in this 21st century and there are a lot of news going on around the world, but we don’t know much about North Korea….”
아디베코브 씨는 21세기를 살아가며 많은 뉴스를 접하지만, 북한의 실상은 충격적이라며, 탈북자들의 사연을 친구들과 동료, 키르기스스탄 국민들에게 전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로비차드 씨는 중국 정부 등 국제사회가 압박을 느낄 수 있도록 북한 문제에 더욱 관심을 갖고 목소리를 높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제나 로비차드 씨]
북한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더욱 관심을 갖고 문제를 제기하겠다는 겁니다.
미얀마 출신의 하버드대 학생인 자 자 민트 셰인 씨도 북한의 인권 상황이 미얀마와 비슷하다며, 더디기는 해도 북한 인권 개선은 이뤄질 것이며, 자신도 이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하버드 대학 자 자 민트 셰인 씨] “Situation is not much different from my country….”
이태성 씨는 아내와 아들을 구출하기 위해 무엇을 할 계획이냐는 질문에,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할 것이라고 대답했습니다.
[녹취: 이태원] “북한 주민들의 인권에 대해서 국제사회에 알리고, 중국에서 강제북송되는 문제를 해결하는데 1%의 도움이라도 된다면, 이들을 위해 국제사회에 알리고 사는 것이 저의 당연한 가업이라 생각합니다. 앞으로 국제사회에 많이 알려서 우리 탈북자들이 한국에서 입고 있는 고통, 그리고 북한의 주민들이 겪고 있는 고통을 국제사회에 알리는 것이 저의 목표이죠.”
북한에 있는 아내와 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냐는 질문에는 말을 잇지 못합니다.
[녹취: 이태원] “제 아들과 아내에게 할 말이 뭐가 있겠습니까. 진짜 미안하다는 말밖에 없습니다. 제 아들과 아내에게 정말 미안해요. 제가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어서 정말 미안합니다. 할 말이 없습니다.”
VOA 뉴스 김현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