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 입니다. 지금 이 시각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미국 정부가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기구' 지원금을 대폭 삭감하기로 했습니다. ‘로힝야’ 난민 사태와 관련, 미얀마와 방글라데시 정부가 2년 내 송환작업을 마치기로 합의했고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 주 세계경제포럼에 참석하기로 하면서 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데요. 이 소식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진행자) 미국 정부가 유엔 산하 팔레스타인 난민기구 지원금을 줄이기로 했군요.
기자) 네. 미국 정부가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기구(UNRWA)’에 내는 돈을 원래 계획했던 금액의 절반 이하로 삭감하기로 했습니다. 미 국무부는 16일, 올해 첫 지원 자금 1억2천500만 달러 중 6천만 달러만 지급하고, 나머지 6천5백만 달러는 추후 검토를 위해 지급을 보류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헤더 노어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기자 브리핑에서 이번 조치는 누구를 벌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하면서, 미국은 어떤 변화가 이루어지는 것을 보기 원한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기구’란 어떤 단체인지 먼저 알아보죠.
기자) 지난 1948년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살던 곳에서 이스라엘이 건국을 선언하면서 이스라엘과 아랍권의 전쟁, 제1차 중동전쟁이 벌어졌는데요. 이 과정에서 팔레스타인 주민 70만여 명이 난민이 되면서, 이들을 돕기 위해 유엔이 세운 기구가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기구’입니다. 미국은 이 기구의 최대 지원국인데요. 연간 예산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3억5천500만 달러를 매년 지급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1948년에 일어난 전쟁 때문에 만든 기구인데, 아직도 활동하는 건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후에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아랍권의 분쟁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에 난민 처리가 잘 안 됐는데요. 유엔 총회가 이 기구의 임무를 해마다 연장하면서 오늘날에 이르렀습니다. 현재 500만 명에 이르는 팔레스타인 난민과 후손들이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 요르단, 레바논 등에서 유엔 구호에 의지해 살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미국이 이 기구에 지원금을 줄이는 이유는 뭐죠?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새해 벽두 ‘트위터’에 이런 글을 올렸습니다. “우리는 매년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수억 달러를 내지만, 어떤 감사나 존중도 받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그들은 이스라엘과 평화협정을 논의하려고도 하지 않는다”고 적었는데요. 이 기구에 계속 막대한 돈을 내는 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평화협상 진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겁니다.
진행자) 이스라엘 쪽에서도 비슷한 시각을 나타냈다고요?
기자) 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 기구를 아예 해체하라고 촉구했습니다.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 7일 내각회의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기구’를 강하게 비판한 것에 완전히 동의한다”면서 “이 기구가 팔레스타인 난민 문제를 영구적으로 만든다”고 말했고요, 이 기구에서 조성한 기금을 전 세계 난민을 종합 관리하는 ‘유엔난민기구’로 옮겨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팔레스타인난민기구’를 없애야 한다는 이스라엘 주장보다는 온건하게, 지원금을 줄이는 쪽으로 미국 정부가 움직이는 거군요?
기자) 그렇게 볼 수 있는데요, 하지만, 미국 정부 내에서도 더 강경한 움직임이 있었습니다.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팔레스타인 측이 수년째 중단된 이스라엘과의 평화협상에 나올 때까지 지원금을 중단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는데요.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과 짐 매티스 국방장관이 중동 불안정이 심화할 것을 우려해 지원금 축소 방안을 지지하면서, 일단 그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도됐습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미국이 지원금을 다시 이전 수준으로 내는 조건은, 팔레스타인 측이 이스라엘과 대화에 나오는 건가요?
기자)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일단 그렇게 파악되는데요. 미 국무부와 백악관 측은 지원금 삭감의 구체적인 배경, 나머지 액수를 집행할 계획 등에 대해 즉시 답하지 않은 것으로 보도됐습니다.
진행자) 팔레스타인 쪽의 움직임은 어떤가요?
기자) 팔레스타인 측은 오히려 이스라엘에 대한 강경 대응을 들고 나왔습니다. 자치 지도부인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 중앙위원회는 어제(15일), 이스라엘의 동예루살렘 합병을 취소할 것을 촉구하고, 이스라엘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으며, 이스라엘과의 안보협력도 중단할 것을 마무드 압바스 수반에게 제안하는 안을 의결했습니다. 이번 의결로, 지난 1993년 체결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평화협상 전제인 ‘오슬로협정’이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측의 강경한 입장은 뭣 때문이죠?
기자)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관계자는 언론 인터뷰에서 “예루살렘에 관한 트럼프의 결정이 평화 협상 가능성을 즉각 파괴했다”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한다고 밝히고, 미국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옮기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는데요. 이에 대한 반발 조치로 해석됩니다.
진행자)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하는 평화협상에 나오지 않겠다는 건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마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이번 PLO 중앙위원회를 시작하면서 “우리는 트럼프에게 ‘노(No ·아니다)’라고 말한다”면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동평화협정 구상을 거부한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미얀마와 방글라데시 정부가 ‘로힝야’ 난민들을 2년 내 송환하기로 합의했다고요?
기자) 네. 미얀마와 방글라데시 당국이 65만 명에 달하는 ‘로힝야’ 난민 송환 작업을 2년 이내에 마치기로 오늘(16일) 합의했습니다. 양측은 외무 당국자 간 회담 이후 발표한 성명에서 “송환 작업은 되도록 개시 시점으로부터 2년 이내에 끝날 것"이라고 밝히고, "미얀마 측은 추가적인 난민 이탈을 막겠다는 약속도 했다"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송환 작업을 언제 시작할지는 명시하지 않았습니다.
진행자) 방글라데시에 있는 ‘로힝야’ 난민들을, 미얀마의 원래 살던 곳으로 되돌려 보내는 건가요?
기자) ‘로힝야’ 족 집단 거주지가 방화와 약탈 등으로 상당 부분 파괴된 상황이기 때문에, 미얀마 서부 라카인주 인근에 임시 난민촌을 짓기로 했습니다. 먼저 3만 명 정도 수용할 수 있는 건물 600여 채를 만드는데요, 이 가운데 100여 채는 이달 중 완공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우려하던 난민사태가 조금씩 진전을 보고 있는 모양새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미얀마군은 얼마 전 ‘로힝야’족 집단 살해 책임을 일부나마 처음 인정했고요. 정부 실권자인 아웅산 수치 국가자문역 겸 외무장관은 이 조치가 “(로힝야 난민 사태) 책임을 지기 위한 여정의 첫 단계로 긍정적인 것”이라고 지난주 금요일(12일) 현지를 방문한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과의 회담 직후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어쩌다가 65만 명이나 되는 난민들이 미얀마에서 방글라데시로 간 건지, 되짚어보죠.
기자) ‘로힝야’족은 불교국가인 미얀마 서부 라카인 주에 사는 이슬람계 소수민족인데요. 불법 이민 취급을 받으면서 주민 기본권이 제한돼, 오랫동안 당국과 충돌했습니다. 그러다가 지난해 8월 말, 무장한 로힝야족 주민들이 경찰초소 등을 습격한 뒤 군이 진압에 나서면서 살인과 방화, 약탈, 성폭행 등이 잇따랐고요. 인명피해가 이어진 가운데 이웃나라 방글라데시와 인도 등으로 난민 행렬이 이어졌습니다.
진행자) 미얀마 당국은 '테러와 폭도에 대한 정당한 진압'이라고 주장하지만, 유엔은 로힝야 사태를 '인종청소'로 보고 있는데요. 미국도 같은 입장이죠?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 정부는 유엔의 ‘인종청소’ 규정에 동의하면서, ‘로힝야’족에 대한 잔학 행위를 주도한 혐의로 마웅 마웅 소 장군을 제재 대상에 올렸습니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지난달 제재와 관련, “인권 침해와 부패에 강경하게 대응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다음 주부터 스위스 다보스에서 '세계경제포럼(WEF) 연례 총회가 열린다는 소식이군요.
기자) 네, 매년 1월 말, 스위스의 유명 휴양지 다보스에서 열려서 '다보스포럼'으로 더 잘 알려져 있는 세계경제포럼이 올해는 다음 주 23일부터 26일까지 개최됩니다. 올해는 특히 지난 2000년 빌 클린턴 대통령 이후 처음으로,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참석하기로 하면서 전 세계의 이목이 더 쏠릴 전망입니다.
진행자) 세계경제포럼이 어떤 행사죠?
기자) 1971년에 출발한 세계경제포럼은 세계 각국 정상과 장관들, 국제기구 수장, 재계 지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세계 경제를 비롯한 다양한 국제 현안을 주제로 정보와 의견을 나누는 국제 민간회의기구입니다. 하지만 기본 회비와 행사 참석 티켓이 7만 달러가 넘고, 행사 기간 안전 유지 비용만도 930만 달러에 달하는 등, 실질적인 해법 제시 없는 부자들의 말 잔치라는 비판도 받고 있습니다. 올해 다보스 포럼의 주제는 "균열된 세상에서 공동의 미래를 창조하자"는 것입니다.
진행자) 이런저런 비판에도 불구하고, 50년 가까이 전 세계 지도자들이 출동하는 국제회의로 자리 잡아 왔는데요. 올해도 각국 정·재계 지도자들이 다보스를 찾겠죠?
기자) 그렇습니다. 다보스 포럼 측은 올해 약 2천500명의 정·재계 지도자들이 참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데요. 연 2년째 불참했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올해는 참석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고요.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등도 참석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중국에서는 시진핑 주석은 참석하지 않고, 시 주석의 최측근이자 경제 자문인 류허 중앙재경영도소조 판공실 주임이 참석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국에서는 최태원 SK 그룹 회장, 정의선 한국 현대차 부회장 등이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시진핑 중국 주석이 지난해에는 다보스 포럼에 참석하지 않았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시 주석은 지난해 중국 국가주석으로서는 처음 다보스 포럼에 참석했는데요. 시 주석은 당시 막 취임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에 맞서 중국이 세계화를 이끌겠다고 천명해 세계 무대에서 중국의 입지를 다졌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진행자)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포럼에서 어떤 이야기를 할지 관심이 더 집중되겠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다보스 포럼의 장을 자신의 경제 철학과 대통령 취임 후 이룬 업적을 자랑하는 기회로 삼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다보스 방문에는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윌버 로스 상무장관,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 고문 등이 수행합니다.
진행자) 그런데 지금 스위스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문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들리고 있다고요.
기자) 네, 지난 주말(13일) 스위스 베른에서는 1천여 명이 참가한 다보스 포럼 반대 집회가 있었습니다. 시위자들은 특히 트럼프 대통령 참석 반대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는데요. 시위는 다행히 평화적으로 별다른 폭력 사태 없이 마무리됐지만, 스위스 경찰 당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방문과 함께 곳곳에서 다보스 포럼에 반대하는 폭력 시위가 벌어질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대통령 참석을 반대하는 온라인 서명운동도 벌어지고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스위스 시민단체가 벌이는 이 서명운동은 시작한 지 일주일도 채 안 돼, 1만5천 명 가까이 서명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 단체는 트럼프 대통령을 인종차별주의자, 이슬람 혐오주의자라며 비판하고 있습니다. 다보스 포럼 기간이면 으레 반대 집회가 열리곤 하지만, 이렇게 특정 인물의 참석을 반대하는 집회나 서명 운동이 펼쳐지는 것은 이례적인 일입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