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정보국(CIA)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합리적인 행위자’로 판단하고 있다고 마이크 폼페오 국장이 밝혔습니다. 이런 판단은 북 핵 문제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접근방식과 무관하지 않은 것이어서 주목됩니다. 한반도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윤국한 기자와 함께 합니다.
진행자) 폼페오 국장에 앞서 중앙정보국의 고위 실무자도 김 위원장을 `합리적인 행위자’라고 평가했었지요?
기자) 지난해 10월 워싱턴에서 열린 공개 행사에서 CIA고위 인사가 폼페오 국장과 같은 내용의 발언을 한 적이 있습니다. CIA에서 북한문제를 전담하는 `코리아 미션센터’의 이용석 부국장보는 당시 발언에서 또 김 위원장은 `미국과 한국의 연합전력에 정면으로 맞설 생각이 없다”며, “그가 바라는 건 권위주의 국가의 모든 지도자들이 그렇듯이, 장기간 집권하다가 평화롭게 죽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미 중앙정보국이 김 위원장을 `합리적인 행위자’로 판단하고 있다는 게 무슨 의미인가요?
기자) 김 위원장이 대미 행동에서 극단적으로 위험한 방식은 피할 것임을 시사하는 것입니다. 또 이런 판단이 미국의 북 핵 문제 접근방식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의 하나라는 관측을 가능하게 합니다. 미국의 정보기관들은 행정부 관련 부서들의 정책 수립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데요, 백악관과 국무부, 국방부의 대북 접근방식은 이런 정보가 큰 영향을 미칩니다.
진행자)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되나요?
기자) 정책수립 과정에서 김 위원장이 미국이나 동맹국에 대한 어떠한 공격도 북한의 안보와 자신의 권력 유지에 위협이 된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을 것이라는 전제를 하게 됩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대북 군사 옵션을 언급하면서도 외교적, 경제적 압박을 통한 북 핵 문제 해결을 강조하는 건 이런 판단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진행자) 김 위원장이 실제로 합리적인 행위자임을 엿보게 하는 사례가 있나요?
기자) 김 위원장이 핵 미사일 개발과 관련해 더 위험한 방식으로 행동할 수 있었는데도 매번 그런 위험까지는 감수하지 않았다는 점을 주목하는 전문가들이 있습니다. 가령 트럼프 대통령과 ‘말폭탄’을 주고 받으면서도 구체적인 행동을 하지는 않았고, 한반도 주변에 핵 항모가 전개된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기간에는 긴장 고조 행위를 자제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폼페오 국장은 김 위원장이 핵무기를 개발하는 목적을 어떻게 파악하고 있나요?
기자) 정권 유지 외에 북한이 원하는 방식으로 한반도 통일을 달성하는 것이 목적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미 국가정보국 (DNI)은 지난해 발표한 `2017전세계 위협 평가’에서 북한의 핵 개발 목적을 억지력 확보와 국제적 위상 강화, 강압외교 세 가지로 분석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올해 초 브리핑에서 김 위원장의 정신 상태에 문제가 있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요?
기자) 샌더스 대변인의 발언은 주민들은 굶주리는데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발사에 부족한 재원을 소모하고, 국제적으로 고립을 자초하는 북한 정권의 실태를 비난한 것입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핵무기를 정권의 생존을 위한 중요한 수단으로 판단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핵 개발을 비합리적인 행위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진행자) 폼페오 국장은 김 위원장이 고위 보좌관들로부터 북한이 처한 상황에 대해 제대로 보고를 받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지요?
기자) 폼페오 국장은 이와 관련해 북한의 경제 현실을 사례로 들었는데요, 김 위원장을 두려워하는 보좌진들이 그에게 직언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구심을 나타냈습니다. 김 위원장이 CIA의 평가대로 합리적인 행위자라고 하더라도 안팎으로 처한 상황을 제대로 보고 받지 못한다면 합리적 행위의 가능성은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진행자) 미국에는 16개 정보기관들이 있는데요, 이들 모두가 김 위원장에 대해 CIA와 같은 판단을 하고 있는 건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폼페오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거의 매일 정보 브리핑을 받고 있다면서, H.R.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댄 코츠 국가정보국장, 그리고 외부 일정이 없으면 마이크 펜스 부통령도 브리핑에 참석한다고 말했습니다. 국가정보국은 미국의 16개 정보기관의 조직과 활동을 총괄하는 기구입니다.
한반도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