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주요 뉴스의 배경을 살펴보는 ‘뉴스 인사이드’ 입니다.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계기로 꽉 막혔던 남북한 육로가 다시 열리고 있습니다. 금강산 지역을 연결하는 동해선 육로와 판문점, 경의선 육로 등 남북을 잇는 3대 육로가 열렸습니다.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남북한은 지난 17일 판문점에서 차관급 실무회담을 열고 평창올림픽에 참가할 북쪽 대표단의 규모와 이동경로에 대해 합의했습니다. 북측 수석대표인 전종수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위원장입니다.
[녹취: 전종수] ”북측 민족올림픽위원회와 선수단, 응원단, 태권도 시범단, 기자단은 서해선 육로를 이용한다.”
또 한국은 금강산에서 열리는 남북 합동문화행사와 마식령 스키장에서의 공동훈련을 위해 동해선 육로를 통해 선발대를 파견했습니다. 한국 천해성 통일부 차관입니다.
[녹취: 천해성] ”우리 선발대는 금강산으로 올라가서 현지 시설을 점검한다고 말씀드렸구요.”
이에 앞서 북한은 15일 열린 실무접촉에서 예술단 140명을 판문점을 통해 보내기로 했습니다.
이로써 그동안 끊겨있던 남북한의 3대 육로가 모두 다시 개통됐습니다.
남북한 간에는 원래 동해선 육로와 판문점, 경의선 육로 등 3개 연결통로가 있었습니다.
강원도에 있는 동해선 육로는 지난 2003년 2월 금강산 육로관광이 시작되면서 개설됐습니다. 이 길과 배편으로 한국 관광객 2백만 명이 금강산을 찾았습니다. 또 북한은 관광객 1인당 50-100 달러씩 입장료를 받아 매년 4-5천만 달러의 외화를 벌어들였습니다.
하지만 2008년 7월 금강산 관광에 나섰던 한국 여성 박왕자 씨가 북한군 병사의 총에 맞아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자 한국 정부는 금강산 관광을 중단시켰습니다. 이어 이산가족 상봉 같은 행사를 제외하고 동해선 육로는 폐쇄됐습니다.
경의선 육로는 개성공단을 위해 사용됐던 서해선 도로를 말합니다. 2003년 육로가 개통된 이래 13년 간 남측 기업인을 비롯해 총 141만명이 이 도로를 이용해 개성공단에 들어갔습니다. 같은 기간 차량은 총 85만대가 드나들었습니다.
경의선 육로는 2007년 10월 제2차 남북정상회담 때 한국의 노무현 대통령이 이용한 길이기도 합니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이 도로로 북상하다가 차에서 내려 군사분계선을 넘어서기도 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입니다.
[노무현] “저는 대통령으로서 이 금단의 선을 넘어갑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다녀오고, 그러면 마침내 이 금단의 선이 점차 지워질 것입니다.”
경의선 육로와 판문점 통로는 북한의 한국 해군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사건에도 불구하고 유지됐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2016년 1월 4차 핵실험을 실시하자 한국 박근혜 정부는 북한의 돈줄을 끊어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개성공단을 폐쇄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입니다.
[녹취: 박근혜 대통령] “이번에 정부가 개성공단 가동을 전면 중단하기로 결정한 것도 북한의 핵과 미사일 고도화를 막기 위해서는 북한으로의 외화 유입을 막아야 한다는 상황 인식에 따른 것입니다.”
한국이 개성공단을 폐쇄하자 북한은 판문점 연락관 접촉과 서해 군 통신선을 차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최근까지 남북 간에는 모든 연락채널이 단절돼 판문점에서 확성기로 의사 소통을 해왔습니다.
전문가들은 남북한 육상 통로가 다시 열린 것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한국 문재인 대통령의 이해 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말합니다. 한국 현대사연구소 정창현 소장입니다.
[녹취: 정창현] ”북측은 서해선, 동해선 통로를 열어서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 등 남측을 시험하려는 생각이 있었고, 문재인 정부의 경우 취임부터 신한반도 경제지도 구상을 제안했기 때문에, 서해선과 동해선 루트를 여는데 관심이 많기 때문에, 그런 측면에서 남북 간에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져 이번에 세 통로가 열리게 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한국 문재인 대통령은 대통령이 되기 전부터 남북한이 육로와 뱃길을 열어 경제적 통일을 이뤄야 한다는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을 강조해 왔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입니다.
[녹취: 문재인] ”남북은 먼저 경제공동체를 이뤄야 잘 살 수 있습니다. 단숨에 8천만 시장이 형성됩니다.”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를 계기로 남북을 잇는 육로는 열렸지만 전망이 그리 밝지만은 않습니다.
북한이 끝내 비핵화를 거부할 경우 올림픽 이후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은 더욱 강해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남북 간 교류도 일시적 이벤트로 끝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