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외교무대에서 활동하는 여성이 늘어나는 건 세계적인 현상이지만, 북한은 이런 추세와는 거리를 두고 있습니다. 국제 여성의 날이자 북한의 ‘국제 부녀절’인 8일을 맞이해 유엔에서 활동하는 여성 외교관 숫자를 세어봤는데, 북한은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과 이란, 우즈베키스탄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유엔 사무국이 있는 미국 뉴욕과 스위스 제네바, 오스트리아 빈 주재 대표부를 남성 외교관으로만 채운 유일한 나라들입니다.
‘VOA’가 각국의 외교관 명단이 적힌 유엔의 ‘블루 북(Blue Book)’을 토대로 각국이 파견한 외교관 현황을 살펴본 결과, 북한은 뉴욕에 11명, 제네바와 빈에 각각 8명씩의 외교관을 파견했는데 이중 여성은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여성에 대한 차별이 여전한 것으로 알려진 중동이나 아프리카의 작은 나라들도 적은 숫자이지만 여성 외교관을 파견했고, 1~2명 규모의 작은 대표부를 운영하는 남태평양의 섬나라들도 최소 1명의 여성이 외교관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앞서 ‘VOA’는 2년 전에도 같은 조사를 진행해 북한과 우즈베키스탄을 남성 외교관만 파견한 유일한 나라로 지목한 바 있습니다.
이란은 2년 전까지만 해도 여성 외교관이 근무했었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전체 40명이 모두 남성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우즈베키스탄의 경우 이전 조사와 마찬 가지로 여성이 한 명도 없긴 했지만 각 대표부마다 2~4명이 파견돼 전체 외교관 규모가 30명에 가까운 북한과는 사정이 다릅니다.
북한은 지난 1946년 남녀평등권에 대한 법령을 공포한 바 있습니다.
이 법령 제 1조에는 국가, 경제, 문화, 사회, 정치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여성이 남성과 평등권을 갖는다고 명시돼 있고, 제 3조에는 여성이 남성과 동등한 노동의 권리와 동일한 임금, 사회적 권리를 갖는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런데 막상 해외 외교무대에서 나라를 대표하는 외교관에 있어선 남녀 차별 분위기가 뚜렷한 겁니다.
다른 나라들은 단순히 여성 외교관을 파견했을 뿐 아니라, 여성의 비율이 남성과 견주어 적지 않은 경우가 많았습니다. 또 대사와 공사 등 높은 직위에 여성이 배치된 대표부도 적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미국은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를 비롯해 뉴욕 대표부 내 대사급 인사 3명이 모두 여성입니다. 또 베트남과 파키스탄, 요르단, 카타르, 체코 등 39개국도 미국과 함께 여성이 대표부를 이끄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 밖에 한국은 뉴욕과 빈에 근무하는 외교관 3명 중 1명을 여성으로 채울 정도로 여성 비율이 높았습니다. 또 한국은 외교부를 총괄하는 장관이 여성입니다.
물론 북한에도 여성 외교관이 있습니다.
북한 외무성 북미 국장에서 최근 부상으로 승진한 것으로 알려진 최선희 부상이 대표적입니다. 그러나 최 부상을 제외하면 국제무대에서 활약하는 북한 여성 외교관은 전무한 실정입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