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 입니다. 지금 이 시각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중국의 최고 국정자문기구인 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주석으로 왕양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이 만장일치로 선출됐습니다. 영국의 세계적인 이론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이 세상을 떠나 각국 지도자들이 애도를 표하고 있고요. 이어서, 사회주의 이론가 카를 마르크스의 동상을 둘러싸고 독일에서 진행 중인 논란,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진행자) 중국의 인민정치협상회의가 새 주석을 뽑았군요?
기자) 네. 중국 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가 오늘(14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전체회의를 열어, 왕양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을 13기 주석으로 선출했습니다. 투표에 참가한 정협 위원 2천144명 모두가 왕 신임 주석을 지지해서, 만장일치로 뽑았는데요. 이와 함께 렁춘잉·둥젠화 전 홍콩 행정장관, 류치바오 전 중앙서기처 서기, 파바라 거례랑제 전 정협 부주석 등 24명이 부주석으로 선출됐습니다.
진행자) 새로 정협 주석을 맡은 왕양, 어떤 인물인가요?
기자) 주룽지 총리 시절 국가발전계획위원회 부주임, 원자바오 총리 때 국무원 부비서장을 지냈는데요. 충칭시와 광둥성 서기를 거친 후, 국무원 부총리까지 되면서 시진핑 정부의 떠오르는 실세로 주목 받아왔습니다. 시 주석 집권 후 첫 해외순방을 수행했고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항상 시 주석 옆자리에 머물면서 국제적으로 주목 받기 시작했습니다. 시 주석 집권 2기를 연, 지난해 10월 제19차 중국 공산당 대표대회(당 대회)에서 상무위원에 오른 뒤, 정협 주석을 맡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중국 정치권 내외에서 계속 돌았습니다.
진행자) 미국과의 관계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요?
기자) 네. 왕 신임 정협 주석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후 처음, 지난해 7월 개최된 ‘미-중 포괄적 경제대화’에서 중국 대표단장을 맡았습니다. 워싱턴에 와서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과 윌버 로스 상무장관, 재닛 옐런 당시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을 두루 만나, 양국 무역불균형 해소 방안을 논의했고요. 이후 11월 진행된 트럼프 대통령의 첫 중국 국빈방문을 준비하고, 실무를 총괄 진행한 인물입니다.
진행자) 중국 인민정치협상회의가 어떤 조직이죠?
기자) 중국의 국정 최고자문기구입니다. 중국은 공산당이 모든 권력기관과 사법기구들을 지배하는 나라인데요. 헌법 제1조에 ‘중국 공산당의 지도는 중국 특색 사회주의의 가장 본질적 특징’이라고 규정한 데 따른 겁니다. 행정부인 국무원, 입법부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사법부인 인민법원이 모두 당의 영도를 따르도록 돼 있습니다. 그런데 당이 정책을 결정할 때 의견을 수렴하는 곳이 바로 인민정치협상회의, 정협입니다.
진행자) 인민정치협상회의, 풀어 말하면 인민이 정치를 협상하는 회의인데요. 누가 들어가서 협상하는 모임인가요?
기자) 공산당을 제외한 8개 정당과 각 사회단체, 또 소수민족 대표 등이 정협에 참가합니다.
진행자) 그럼, 8개 정당은 공산당과 경쟁하는 야당들인가요?
기자) 그렇진 않습니다. 중국에서 '민주당파'라고 부르는 이들 8개 정당은 독립정당으로 보긴 어렵고, 사실상 공산당의 협조기관들입니다. 또 정당이라고는 하지만, 직능·지역단체의 성격이 짙은데요. 각각의 구성원과 활동 목적들을 살펴보면 그런 사실을 확연히 알 수 있습니다.
진행자) 어떤 구성원들과 목적을 가진 정당들이죠?
기자) 가장 활동이 활발한 ‘중국민주건국회’는 주로 경제계 인사들로 구성돼 있고요, ‘중국농공민주당’은 의약, 과학기술, 위생 분야 인사들의 모임입니다. ‘중국민주촉진회’는 교육, 문화, 과학, 출판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만들었고요. 이 밖에 해외에서 돌아온 화교들이 결성한 ‘중국치공당’, 대륙에 사는 타이완 출신 인사들의 모임인 ‘타이완민주자치동맹’, 과거 중국 공산화 이전 장제스(장개석)에 반대해 투쟁을 벌였던 ‘중국국민당혁명위원회’, 또 과학· 의료계의 ‘구삼학사’, 지식인 층의 ‘중국민주동맹’ 등이 있습니다.
진행자) 새 주석을 선출한 올해 정협, 내일 막을 내린다고요?
기자) 네. 지난주 토요일(5일) 개막한 중국 인민정치협상회의는 내일 일정을 끝으로 폐막합니다. 올해 정협에서는 ‘셋째 자녀 허용’ 정책을 제안했고요. ‘양회’ 일정으로 함께 진행 중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는 오는 20일까지 계속됩니다. 이번 전인대에서는 국가주석과 부주석 연임 제한 규정을 없애는 내용을 골자로 한 헌법 개정을 의결했고요, 정부조직 개편도 확정했습니다. 금융관련 부처들을 통폐합하는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와 ‘일대일로’ 업무를 전담하는 ‘국가국제발전협력서’를 신설하는 반면, 가족계획위원회를 폐지하는 게 개편 주요 내용입니다.
진행자) 세계적인 과학자 스티븐 호킹이 세상을 떠났군요?
기자) 네. 우주 생성과 시간 흐름의 원리를 알아내는 연구에 업적을 남긴 영국의 이론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가 76세를 일기로 오늘(14일) 케임브리지 자택에서 타계했습니다. 유족들은 성명을 통해 임종 사실을 전하고 “위대한 과학자이자 비범한 인물이었던 그의 업적과 유산이 오래도록 남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각국 주요 언론이 타계 소식을 속보로 전하고 있고요, 과학과 교육계는 물론, 문화·예술계 유명 인사들과 여러나라 지도자들도 잇따라 애도의 뜻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진행자) 세계 지도자들의 애도, 어떤 내용인가요?
기자) 사만사 파워 전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인터넷 사회연결망 트위터에 글을 올려, 호킹 박사가 탁월한 과학자였을 뿐 아니라, 인류에 대한 사랑을 실천하는 데 앞장선 사람이었다고 회고했습니다. 호킹 박사의 많은 업적 가운데 핵심으로,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는 집이 아니라면, 이 우주는 그다지 대단한 곳이 아닐 것”이라는 발언을 소개했는데요.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은 “그는 갔지만 인류의 물음은 계속될 것이다. 그의 죽음을 세계인과 함께 애도한다"고 페이스북에 적었고요.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그의 집념과 끈기는 전세계인에게 영감을 줬다”며, 호킹 박사는 “세상을 보다 나은 곳으로 만드는 일에 선구자였다”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습니다.
진행자) 호킹 박사가 어떤 업적을 남겼나요?
기자) 시간과 공간이 시작된 특이점, 즉 ‘빅뱅’의 존재를 증명했습니다. 그리고, 미지의 대상이었던 ‘블랙홀’을 이론적으로 입증하는데 크게 기여했는데요. 우주 공간에 있는 블랙홀이 빛을 포함해 모든 것을 빨아들일 뿐 아니라, 끊임없이 에너지를 방출해 결국 없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논문으로 증명했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가 사는 우주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그리고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연구하는 우주론과 양자중력 연구에서 뉴턴과 아인슈타인의 계보를 잇는 인물로 평가 받았는데요. 미 항공우주국(NASA)은 오늘(14일) 성명을 통해 “그의 연구는 가능성의 우주를 우리에게 열어줬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교육에도 힘썼다고요?
기자) 케임브리지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쳤을 뿐 아니라, 복잡한 과학이론을 알기 쉽게 설명하는 대중 활동에도 적극적이었습니다. 1988년 출간한 책 ‘시간의 역사(The Brief History of Time)’는 40개 언어로 번역돼 1천만부 이상 팔렸고요, 지금도 자연과학 분야 필독서 중 하나입니다. 호킹 박사의 이 같은 활동을 통해 블랙홀과 ‘빅뱅’, ‘끈 이론’ 같은 어려운 물리학 용어가 대중화됐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호킹 박사가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이유가 또 있다고요?
기자) 네. 호킹 박사는 중증 장애인이었습니다. 1962년 옥스퍼드대학을 졸업하고 이듬해 케임브리지대학원에 진학하면서 ‘근위축성측색경화증(ALS)’, 이른바 '루게릭병’ 진단을 받았는데요. 온 몸의 근육이 서서히 마비되는 병이라 얼마 살지 못할 것이라는 시한부 판정이었습니다. 하지만, 병 때문에 걸을 수 없게 된 호킹 박사는 휠체어를 탔고요, 성대 근육 마비로 말을 할 수 없게 되자 휠체어에 부착한 고성능 음성합성기로 주변과 대화했습니다. 이렇게, 시한부 판정을 받은 뒤 무려 55년을 더 살면서 연구를 계속했습니다.
진행자) 개인적인 역경을 딛고, 큰 업적을 남긴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호킹 박사의 일생은 지난 2014년 ‘사랑에 관한 모든 것(The Theory of Everything)’이라는 영화로도 만들어졌습니다. 1억2천400만 달러 흥행 수익을 기록하면서 인기를 끌었는데요. 핵무기 감축 운동에 동참하고, 팔레스타인 정책에 항의해 이스라엘에서 열린 회의에 참석하지 않는 등, 정치· 사회 문제에도 목소리를 내왔습니다. 또 꾸준한 강연을 통해, 자신과 같이 어려운 환경에 처한 사람들을 북돋는 일에도 힘을 쏟았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독일에서 공산주의 사상가 카를 마르크스의 동상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는 소식이군요.
기자) 네, 오는 5월 5일은 카를 마르크스 출생 200주년이 되는 날인데요. 이에 맞춰 중국 정부가 이달 초 마르크스의 고향인 독일의 작은 도시 '트리어(Trier)' 시에 대형 마르크스 청동상을 선물했습니다. 높이 5.5m에 달하는 대형 동상인데요. 중국의 선물 제의를 받아들이기까지도 적지 않은 진통이 있었는데, 여전히 이 동상을 둘러싸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진행자) 어떤 논란입니까?
기자) 네, 카를 마르코스는 공산주의 이론을 정립해 인류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사상가죠. 하지만 독일의 경우, 동독과 서독의 민족 분단 역사를 겪었기 때문에, 비록 마르크스가 독일이 배출한 인물이긴 하지만 껄끄럽게 여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특히 마르크스 이론을 토대로 삼은 나라들이 대부분 독재국가로 변질됐다는 점, 또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개인을 영웅시하는 동상을 별로 세우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동상 건립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많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중국은 왜 독일에 마르크스 동상 선물을 제안한 걸까요?
기자) 잘 아시다시피 사회주의 공산국가 중국에서 마르크스· 레닌 사상은 중국의 헌법 서문에도 명시돼 있을 만큼 중국의 근간이 되는 사상입니다. 중국은 올해가 마르크스 출생 200주년이 되는 해인 것을 기념해, 지난해 마르크스의 실물을 본뜬 전신상을 마르크스 고향에 선물하겠다고 제안했던 건데요. 문제의 마르크스 동상은 중국의 유명한 건축가인 우웨이산 씨가 제작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중국의 제안을 둘러싸고 독일 정치권에서도 상당한 논란이 벌어졌다지요?
기자) 그렇습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중도좌파 성향의 '기독사회당'과 '기독민주당'은 마르크스가 독일이 배출한 역사적 인물이라며 중국의 선물을 수용할 뜻을 밝혔는데요. 하지만 보수 성향의 '자유민주당'과 극우 성향의 '독일을 위한 대안(AfD)당 등이 반대하면서 격론이 벌어졌습니다. 일각에서는 중국의 인권 문제가 심각하다는 이유를 들어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왔고요. 관광객들이 몰려 현지 주민들이 불편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었는데요. 하지만 지난해 트리어시 의회는 이를 투표에 부쳐 찬성 42, 반대 11표로 통과시켰습니다.
진행자) 우여곡절 끝에 마르크스 동상이 독일에 도착한 거군요. 동상 제막은 아직 안 했습니까?
기자) 네, 제막식은 마르크스 출생일인 5월5일에 맞춰 열릴 예정이고요. 동상이 설 장소는 마르크스의 생가가 바라보이는 트리어 시내 광장이 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독일의 사상가 마르크스는 1818년 트리어에서 태어나 독일 혁명이 실패한 후 추방돼 영국 런던에서 살다가 1883년 생을 마감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