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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대중국 관세' 협상 여지...일본 '이라크 문서' 은폐 논란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이 4일 백악관 밖에서 기자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이 4일 백악관 밖에서 기자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 입니다. 지금 이 시각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 조치를, 협상 결과에 따라 발효시키지 않을 수 있다고 백악관이 밝혔습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대치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 주목되고 있고요. 일본 자위대가 이라크 파병 기록을 은폐한 파문이 커지고 있는 사정, 이어서, 지난달 영국에서 발생한 전직 ‘이중 스파이’ 독살 기도 사건 조사를 놓고 러시아와 서방측이 공방하는 상황,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진행자) 며칠 전 미국 정부가 중국산 기술제품 1천300개 품목에 25% 관세를 매기기로 했는데, 실제 집행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군요?

기자) 네.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 등 불공정 무역관행에 대한 보복관세를 연간 500억 달러 규모 상품에 부과할 방침을 화요일(3일) 미 통상당국이 발표했는데요. 이 조치를 발효시키지 않을 수도 있다고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이 어제(4일) 밝혔습니다. 커들로 위원장은 이날 “대중국 관세가 협상 전술로써, 실제 발효되지 않을 수 있느냐”는 질문에 “가능하다"면서, "그런 것도 (일이 진행되는) 과정의 일부”라고 답했습니다.

진행자)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이 어떤 자리인가요?

기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최고 경제참모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경제와 무역 정책 책임자들은 스티브 므누신 재무장관과 윌버 로스 상무장관, 또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이지만,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일하는 사람들이지 않습니까? 지시를 내릴 때, 트럼프 대통령의 판단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 바로 커들로 위원장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관세 정책에 이견을 보인 게리 콘 전 위원장이 사임한 자리에, 커들로 위원장을 새로 임명했습니다.

진행자) 그만큼 경제 현안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도 잘 아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커들로 위원장은 “대통령이 관세 (발효)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할 것”이라면서, “(중국에 대한) 채찍과 당근이 함께 있는 것이지만, 대통령은 고통을 최소화하면서 이 문제를 해결하길 원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알려졌나요?

기자)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4일) 인터넷 사회연결망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우리는 중국과 무역전쟁을 하고 있는 게 아니다”라고 적었습니다. 이전 정부의 실책 때문에 무역전쟁은 이미 졌고, 그 결과 매년 5천억 달러에 달하는 통상 적자와 3천억 달러 규모 지식재산권 절취를 당하는 중이라고 언급했는데요. 이런 상황이 계속되게 놔둘 순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도 "만일 중국의 행동에 어떠한 변화도 없고, 그들이 불공정한 무역관행을 멈추지 않는다면 우리는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기자들에게 말했습니다.

진행자) 관세를 발효시키지 않겠다고 한 건 아니네요?

기자) 네. 트럼프 대통령이 그런 뜻을 명시적으로 밝히진 않았는데요. 하지만 윌버 로스 상무장관도 중국과의 협상에 따라, 관세를 발효시키지 않을 수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로스 장관은 어제(4일) 경제전문방송 CNBC 인터뷰에서 “심지어 총을 쏘는 진짜 전쟁도 협상을 통해 마무리된다”면서 “5월이 될지 언제일지 특정할 순 없어도 (중국과 사이에) 협상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중국의 입장은 어떤가요?

기자) 중국도 협상을 통해 무역 대치를 풀자는 뜻을 밝히고 있습니다. 어제(4일) 중국 국무원이 대미 무역현안 기자회견을 열었는데요. 주광야오 재정부 부부장(차관)은 “이제는 협상과 협력의 시간”이라면서, 미국의 무역제재 조치에 대한 보복으로 미국 국채 감축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미국 국채 매각은 콩과 자동차, 항공기 수입제한과 함께 중국이 단행할 가장 강력한 보복 수단으로 예상됐는데요. 콩과 자동차, 항공기에 대해서는 25% 관세를 매기기로 이미 발표했기 때문에 마지막 남은 수단이 국채 감축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카드를 사용하지 않고 협상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겁니다.

진행자) 그럼 앞으로, 미국과 중국의 무역 대치 상황이 어떻게 진행될까요?

기자) 앞으로 한두 달 정도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미국 정부는 화요일(3일) 중국산 기술제품 1천300개 품목에 25% 관세 부과를 발표하면서, 발효 시점을 특정하지 않았는데요. 이달 중으로 미국 관련 업계 의견을 듣고 다음달에 공청회를 여는 일정을 잡았습니다. 같은 날 중국 정부도 콩과 자동차, 항공기 등 미국산 수입품 106개 품목에 25% 보복 관세 부과를 공표하면서, 역시 시행시점을 못박지는 않았는데요 앞으로 미국 정부의 조치를 봐서 결정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니까 최소한 이달과 다음 달까지, 두 나라 당국자들이 협상할 환경이 마련된 겁니다.

진행자) 언론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두 나라가 발표한 고율관세 조치를 그대로 시행하면 양측이 입는 피해가 큰 탓에, 어느 정도 타협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미국의 중국산 기술제품 관세 조치는 중국 정부가 4차 산업혁명 개발 계획으로 수립한 '중국제조 2025 전략' 진행에 상당한 차질을 주게 되고요. 마찬가지로 중국의 미국산 농축산물, 자동차, 항공기 관세 부과는 미국 중북부 농장지대인 ‘팜 벨트(farm belt)’와 자동차 공업지역인 ‘러스트 벨트(rust belt)’ 등 지역경제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진행자) 세계 경제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전망이라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일단 중국이 기술제품을 미국에 수출하는데 차질이 생기면, 관련 중간재를 교역하는 한국과 타이완, 베트남, 말레이시아의 수출 산업도 안 좋은 영향을 받게 되는데요. 반면에 이익을 기대하는 나라들도 있습니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등은 미국 대신 중국 시장에 콩을 수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요, 독일과 스페인, 덴마크 등은 돼지고기를 중국에 더 많이 팔게 될 것으로 기대하는 중입니다.

2004년 이라크 사마와의 일본 기지에 일본군 호송차량이 도착하고 있다.
2004년 이라크 사마와의 일본 기지에 일본군 호송차량이 도착하고 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듣고 계십니다. 일본 자위대가 공식 문서를 은폐한 일 때문에 파장이 커지고 있다고요?

기자) 네. 아베 신조 총리 부부가 친분있는 사학재단에 특혜를 준 사실을 숨기기 위해 재무성이 관련 문서를 조작한 일에 이어, 자위대가 이라크 파병 기록 문서를 은폐한 일이 확인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습니다. ‘문서 추문’들이 잇따라 아베 정권을 위기로 몰아가고 있다고 현지 언론이 전하는데요. 일본의 6개 야당은 의회 조사를 추진하는 한편, 내각 총사퇴를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진행자) 자위대의 이라크 파병 기록 은폐, 어떤 사건인가요?

기자) 1년 전에 시작된 일인데요. 지난해 3월, 일본 의회가 2004년 6월부터 2006년 9월까지 이라크 파병활동 기록을 매일 적은 ‘일보(일일보고)’를 제출하라고 방위성에 요구했습니다. 자위대는 ‘그런 문서가 없다’고 이나다 도모미 당시 방위상에게 보고했고요, 방위상은 의회에 출석해서 “이라크 파병 일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파병 활동 기록이 없다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야당이 조사를 주도했고요. 조사 결과, 자위대가 해당 문서를 숨긴 사실이 최근 드러났습니다.

진행자) 자위대가 문서를 숨긴 것을 인정했나요?

기자) 네. 일본 육상·해상·항공 자위대 합참의장에 해당하는 가와노 가쓰토시 통합막료장이 오늘(5일) 기자회견을 통해 공식 사과했습니다. 가와노 통합막료장은 “배신적인 행위였다고 해도 할 말 없다”며, 지난해 3월 당시 자위대 당국자들이 관련 문서를 숨겼던 사실을 인정하고, 재발 방지에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는데요. 오노데라 이쓰노리 방위상도 앞서 이런 상황을 확인했다며, 당시 자위대가 방위상에게 한 행동은 “적절하지 못한 대응이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문서를 숨긴 이유는 뭔가요?

기자) 이유를 자위대 측이 밝히진 않았는데요, 위법적인 무력사용 실태가 드러나는 걸 막으려는 게 아니냐는 야당이 지적이 있었습니다. 평화유지 활동을 위해 해외로 파견된 자위대 병력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무기를 사용할 수 없는데요. 이라크 병력의 ‘일보’에는 자위대가 현지에서 수행한 구체적인 활동과 치안 정보들이 들어있는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진행자) 야당은 아베 내각 총사퇴를 요구하고 있다고요?

기자) 네. 야당뿐 아니라 시민들의 사퇴요구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달부터 아베 정권 퇴진 촉구 시위가 도쿄 의사당 앞에서 계속되는 중인데요. 오늘(5일) 의사당 앞에 모인 시민들은 “공문서를 위조하고 은폐하는 나라가 선진국이냐”면서, “세계가 우리를 정상적으로 상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을 펼쳤습니다. 집회 현장에는 ‘힘을 합쳐 정치를 바꾸자’, ‘민주주의를 되찾자’라는 구호가 적힌 현수막이 걸렸습니다.

4일 네덜란드 헤이그에 위치한 '화학무기금지기구(OPCW)'에서 '스파이 독살 시도사건'에 관한 긴급회의가 열렸다.
4일 네덜란드 헤이그에 위치한 '화학무기금지기구(OPCW)'에서 '스파이 독살 시도사건'에 관한 긴급회의가 열렸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지난달 영국에서 발생한 전직 러시아 이중 스파이 독극물 암살 기도 사건을 둘러싸고 서방측과 러시아의 공방이 이어지고 있군요.

기자) 지난달 영국에서 발생한 러시아 이중스파이 독살 기도' 사건과 관련해 '화학무기금지기구(OPCW)' 비상회의가 어제(4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렸습니다. 러시아의 요청으로 이뤄진 긴급회의였는데요. 러시아가 이 자리에서 공동 조사를 제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러시아가 왜 공동조사를 요구한 겁니까?

기자) 네, 지난달 4일, 영국에서 전직 러시아 이중 스파이 세르게이 스크리팔 씨와 딸이 독극물에 노출돼 쓰러진 사건이 발생했는데요. 영국 정부는 범행에 쓰인 독극물이 과거 구소련 당시 군사용으로 개발된 신경작용제 '노비촉(novichok)'이라며 러시아를 이번 사건의 배후로 지목했습니다. 하지만 러시아는 영국이 충분한 근거 자료를 제시하지 않았다면서 자국의 전문가들이 참여하지 않은 어떤 조사결과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공동조사를 제안했습니다.

진행자) 영국 측은 러시아의 제안에 어떤 반응을 보였나요?

기자) '화학무기금지기구(OPCW)' 긴급 회의에 참석한 영국 대표단은 러시아의 공동조사 제안은 러시아 정부가 반드시 대답해야 할 질문을 피하고 주의를 돌리기 위한 전략이라고 일축했습니다. 대표단을 이끌고 있는 존 포고 단장은 러시아는 자신들이 원하는 답이 나오지 않는 한 어떠한 합법적 조사 결과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진행자) 유럽연합(EU) 입장은 어떤가요?

기자) 유럽연합도 러시아의 제의를 일축했습니다. 앞서 전문가들은 공동 조사를 하려면 화학무기금지기구(OPCW) 41개 집행이사국 3분의 2 이상의 승인이 있어야 하는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러시아는 14개국이 러시아를 지지하고 있다고 말했는데요. 하지만 어제(4일) 표결에서 러시아 측 제안은 반대 15표 대 찬성 6표로 부결됐습니다.

진행자) 집행이사국이 41개 나라인데 표결에 불참한 나라가 많았나 보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17개 나라가 기권했는데요. 로이터 통신은 중국과 아제르바이잔, 수단, 알제리, 이란만이 러시아 제안을 지지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참고로 지난 1997년 전 세계 화학무기 사용 감시를 위해 설립된 화학무기금지기구에는 총 192개국이 가입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이번 표결 결과에 대한 반응이 어떻습니까?

기자) 영국은 환영했는데요. 하지만 러시아는 이번 독극물 사건에 자국이 연루됐다는 주장을 거듭 부인했습니다. 또 17개국이 표결에 기권한 점을 들며, 이는 "집행이사국의 절반 이상이 미국과 영국의 입장을 지지하길 거부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지금 OPCW도 조사를 하고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OPCW 과학자들로 구성된 조사단이 지난달 중순 영국에 도착해 현재 독립적인 조사를 실시하고 있는데요. 다음 주에 조사 결과가 나올 예정인데요. 러시아가 영국과 러시아의 공동 조사를 요구한 것은 OPCW가 지금 진행 중인 조사를 훼손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진행자) 앞서 영국 국방과학기술연구소(DSTL)의 조사 결과는 나왔죠?

기자) 네, 영국 국방과학기술연구소는 전날(3일) 이번 사건에 사용된 독극물이 구소련 당시 만들어진 신경작용제 '노비촉'으로, 국가 기관의 능력으로만 가능한 것이라고 결론지었는데요. 러시아에서 만들어졌는지 아닌지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영국 일간지 '더타임스'는 영국 정보당국이 이번 공격에 사용된 노비촉이 제조된 러시아 실험실 위치를 파악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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