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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전문가들 "본격적인 남북 경협, 김정은 비핵화에 달려"


문재인 한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8일 정상회담에서 '판문점 선언'에 서명한 후 맞잡은 손을 들어 올리고 있다.
문재인 한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8일 정상회담에서 '판문점 선언'에 서명한 후 맞잡은 손을 들어 올리고 있다.

남북 정상이 판문점 선언에서 합의한 10·4선언 이행 등 본격적인 남북 경제협력은 미-북 정상회담 결과와 북한의 비핵화 결단 여부에 달려있다고 미 전문가들이 전망했습니다. 북한이 비핵화를 결단한다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중국의 개혁을 주도한 북한의 덩샤오핑이 될 수 있다는 진단도 나왔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4·27 남북정상회담이 순조롭게 끝나자 한국에서는 남북 경제협력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기업과 지역자치단체, 연구소 등이 앞다퉈 토론회와 대북 협력 계획을 발표하고 정부 관리들도 여러 계획을 준비 중이라고 발표하고 있습니다.

김동연 부총리겸 기회재정부 장관은 2일 “남북이 협력하면 엄청난 시너지 효과가 날 것”이라며 경제협력 체계와 재원문제에 대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준비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분위기는 남북 정상이 지난 27일 판문점 선언에서10·4 선언에서 합의된 사업들을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한반도 신경제구상이 담긴 USB(컴퓨터 메모리 막대기)를 직접 준 것으로 알려지면서 더욱 가열되고 있습니다.

[녹취: 문재인 대통령] “10·4 정상선언의 이행과 남북 경협사업의 추진을 위한 남북공동조사 연구 작업이 시작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신경제지도는 남북한을 하나의 시장으로 묶어 경제활로와 경제통일 기반을 구축하고 나아가 동북아 공동번영까지 달성하는 것을 겨냥한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통일비전 입니다.

하지만 미 전문가들은 본격적인 남북경협이 시작되기 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지적합니다.

북한 경제 전문가인 스테판 헤거드 미 캘리포니아주립 샌디에이고 대학 교수는 2일 VOA에 핵심은 미북정상회담 결과와 북한의 비핵화 진전에 따른 미국의 제재 완화에 달려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해거드 교수] “A big question for the US is whether sanction is going to be relaxed and not is a question…

해거드 교수는 남북 정상이 판문점 선언을 통해 경협에 대한 의지를 명확히 했지만, 5·24조치가 근본적으로 해제될 가능성은 적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소규모의 대북 인도적 지원에 대해서는 미국도 동의하겠지만, 그 이상의 것은 비핵화 진전 없이는 어려울 것이란 겁니다.

해거드 교수는 미국도 남북 경제협력을 반대하지 않는다며, “판문점 선언의 핵심은 이행 의지가 아니라 언제 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도 이런 현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27일 남북정상회담에 경제관리를 데려오지 않았다는 겁니다.

[녹취: 해거드 교수] “He knows! I think he understood that he is not going to get anything. So I don’t think the US…”

해거드 교수는 결국 달력의 시간표가 아니라 비핵화 진전 시간표에 따라 남북 경협도 탄력을 받을 것이라며 시기가 빨리 올 수도 있고 오래 걸릴 수도 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한미경제연구소(KEI)의 마크 토콜라 부소장도 단계적 비핵화 조치에 따라 남북 경제협력도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녹취: 토콜라 부소장] “If North Korea takes positive gesture toward denuclearizing, if there are concrete and verifiable……”

북한이 구체적이고 검증 가능한 긍정적인 비핵화 조치를 취하면 그에 상응해 제재를 완화하고 이에 따라 남북경협도 확대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한국 청와대 관리들도 남북 경제협력을 당장 하겠다는 게 아니라 북한의 비핵화나 미-북 협상 이후 진행 과정을 보며 우선적 과제가 무엇인지를 준비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토콜라 부소장은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할 경우에 받을 수 있는 지원은 엄청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미국과 한국 정상이 이미 협력을 언급했기 때문에 외부의 교역과 투자뿐 아니라 아시아 국가들과 기구로부터 대대적인 사회기반시설 확충을 위한 지원도 받을 수 있다는 겁니다.

토콜라 부소장은 그러면서 김정은 위원장이 과거 남북 합의들의 이행을 상당히 강조하고 직접 북한의 도로와 철도가 열악하다고 말한 것을 볼 때 이번 남북정상회담의 핵심 중 하나는 경제였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김정은 위원장은 정상회담에서 이례적으로 한국의 고속철도가 좋은 반면에 북한 내 도로와 철도는 그렇지 않아 문 대통령이 북한에 오면 민망할 수 있다고 솔직히 말했습니다.

[녹취: 김정은 위원장] “ 내가 말씀 드리자면 고저 비행기로 오시면 제일 편안하시니까, 우리 도로라는 게, 아까도 말씀 드렸지만, 불편합니다. 제가 오늘 내려와 보니까 이제 오시면 이제 공항에서 영접 의식을 하고 이렇게 하면 잘 될 것 같습니다."

토콜라 부소장은 김 위원장의 이런 발언들은 한국의 대대적인 대북지원을 염두에 두고 한 말로 풀이했습니다.

남북한 경제 규모는 김 위원장이 인정했듯이 격차가 수십 배에 달할 정도로 간극이 큽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국회에 제출한 답변서에 따르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는 1조 4천 110억 달러로 세계 11위, 교역 규모는 9천 16억 달러로 9위였습니다.

반도체와 자동차, 정보통신(IT)은 세계 시장 점유율이 5위권에 달합니다.

특히 1인당 명목 GDP는 1953년 휴전 당시 66달러에서 2016년에는 2만 7천 533달로로 417배로 성장해 올해 이탈리아를 추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반면 북한의 2016년 GDP는 280억 달러, 1인당 GDP는 1천 200달러에 불과해 남북한 경제력을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지적입니다.

하버드대 데이비스센터의 이종수 연구원은 2일 VOA에 국제사회가 북한을 바르게 격려한다면, 김정은 위원장이 북한의 덩샤오핑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종수 연구원] “With right encouragement from the global community, KJU can definitely turn to be a Korean Deng Xiaoping.”

이 연구원은 북한이 김정은 정권 출범 이후 시장경제 방향으로 이미 움직여 왔다며, 판문점 선언이 실제로 이행된다면 한반도는 지금과 다른 곳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중국이나 베트남식 개혁을 할 가능성이 분명히 있다는 겁니다.

이 연구원은 그러나 북한이 국제사회의 제재 해제를 위해 비핵화에 진지하다는 것을 먼저 행동으로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 전까지는 실질적인 남북 경협과 교류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이 연구원] “However, for global sanctions to lift, NK needs to demonstrate by its actions that it is serious about denuclearization. Until that happens, any substantial inter-Korean economic cooperation/exchange will be difficult.”

국제경제 전문가들은 북한의 비핵화가 이뤄지면 동북아시아에 지정학적 위험이 줄고 남북한 모두에 외국인 투자가 쇄도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하지만 김정은 위원장이 중국이나 베트남식 경제 개혁을 실질적으로 추진할지에 대해서는 회의적 시각도 많습니다.

미 외교정책연구소(FPRI)의 벤자민 실버스타인 연구원은 2일 VOA에 김 위원장이 보다 친화적인 시장 개혁을 추구할 것으로 보이지만, 어느 정도 수위로 할지에 대해서는 불투명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실버스타인 연구원] “There will be more market-friendly reform in North Korea.

김정일 국방위원장 말기와 김정은 체제에서 이미 낮은 단계의 시장화가 계속되고 있고 개인 사업도 확대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추세는 사회기반시설 확충과 더불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는 겁니다.

실버스타인 연구원은 그러나 북한이 중국식 경제 개혁으로 갈 경우 정권에 미칠 타격도 있기 때문에 어떤 방식을 택할지 미지수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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