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 입니다. 지금 이 시각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프랑스의 대형 에너지기업 ‘토탈’이, 미국 정부 제재에서 예외를 인정받지 못하면, 이란 내 사업을 철수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란 핵 합의’를 그대로 지켜나가자고 한 유럽과 이란 사이 약속에 변수가 될 전망입니다. 61년 만에 첫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룬 말레이시아 당국이, 전직 총리 비자금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요. 이어서, 중국의 고질적인 환경오염 대책으로, 양쯔강 주변에 큰 공장들을 못 짓게 한 이야기, 함께 전해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이란 핵 합의’ 관련해서, 주목할 발표가 있었군요?
기자) 네. 미국 정부가 얼마 전 ‘이란 핵 합의’에서 탈퇴한 가운데, 유럽 주요국과 이란 외무장관들이 15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만나, 변함없이 합의를 이행하자고 약속했는데요. 유럽과 이란 사이 경제교류를 그대로 유지하는 게 골자였습니다. 그런데, 약속 하루만인 어제(16일), 유럽 주요 에너지기업인 프랑스 ‘토탈’이 이란에서 철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혀, 앞으로 상황 변화가 주목됩니다.
진행자) ‘토탈’이 밝힌 입장,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입니까?
기자) ‘토탈’그룹 홍보실에 이날(16일) 긴급보도자료를 냈는데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8일 ‘이란 핵 합의’ 탈퇴를 발표한 사실을 언급하면서, “미국 당국으로부터 (제재) 면제를 받지 못하면, 우리가 이란에서 진행중인 SP11 사업 관련 모든 작업을 11월 4일 이전에 해제할 수 밖에 없다”, 이렇게 밝혔습니다. 이어서, “우리는 막대한 재정적 손해를 끼칠 세컨더리 보이콧을 감당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하게 지켜왔기 때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진행자) 우선, ‘토탈’이 어떤 회사고, 이란에서 어떤 사업을 하는지 살펴봐야겠네요.
기자) 1924년 프랑스에 설립된 정유회사인데요. 지난 2015년 체결된 ‘이란 핵 합의’로 이란과 서방국가들의 경제 교류 길이 다시 열리자, 가장 먼저 현지 투자에 나선 업체 중 하나가 바로 '토탈'입니다. 미국의 ‘쉘’, ‘엑손모빌’과 더불어, 세계 주요 에너지기업으로 꼽히는데요. 유럽에선 규모가 가장 큰 축입니다. 세계 곳곳에서 합작투자를 통해 다국적 기업으로 발전했는데요. 한국에도 ‘한화토탈’이라는 합작투자법인을 두고 있습니다.
진행자) 철수할 수 있다고 한 SP11 사업은 어떤 내용인가요?
기자) 이란 남쪽 걸프 해역에 위치한 사우스 파르스(South Pars)에서 진행중인 가스전 개발 사업입니다. ‘토탈’은 이 가스전의 11공구를 중국 국영기업인 ‘중국석유천연가스집단’과 합작 운영하고 있는데요. 앞으로 20년 동안 가스를 생산하기로 하고, 지난해 7월 이란 에너지 당국과 48억 달러 규모 본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그런데, 미국의 '이란 핵 합의' 탈퇴로, “이 사업과 관련된 이란 내 금융 거래 90%가 미국 정부 제재 영향권에 놓이게 된다”면서, 이런 상황을 감당하면서는 사업을 수행할 수 없다고 밝힌 겁니다.
진행자) 11월 4일 이전에 사업을 철수하겠다고 날짜를 특정한 건 왜죠?
기자) ‘이란 핵 합의’에서 탈퇴한 미국 정부는, 제재를 부활시키기 전에 준비 기간을 몇 달 둬서, 기업들이 이란 현지 사업을 청산할 시간을 줬습니다. 3개월 뒤인 8월 6일부터는 이란과 사이에 달러, 금, 항공기 등 거래가 금지되고요. 6개월 뒤인 11월 4일부터는 석유와 각종 정유제품, 그리고 에너지, 이란 중앙은행 거래가 전면 금지되는데요. ‘토탈’의 경우 후자에 해당됩니다. 11월 4일부터 재개되는 미국 정부의 대 이란 제재를 어기면, ‘토탈’은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 대상으로 제재 받게 됩니다.
진행자) 전날(15일) 유럽각국과 이란 외무장관들이 만나 경제교류를 유지하자고 합의했는데, 바로 이런 발표가 나왔네요.
기자) 맞습니다. 이런 상황을 우려한 이란 측은 유럽 각국에, 핵 합의 유지와 이에 따른 경제적 보상을 법적으로 보장해달라고 요구했었는데요. 유럽 측은 받아들이기 곤란하다고 답했습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 신문은 "유럽연합(EU)의 지도자들이 어떤 말을 하든, 민간기업들은 사업을 보호하기 위해, 카드를 꺼내 접을 뿐"이라고 논평했습니다.
진행자) 이란 정부의 반응은 어떤가요?
기자) ‘토탈’이 철수하면, 합작 파트너인 ‘중국석유천연가스집단’이 사업 권한을 넘겨받을 것이라고 비잔 남다르 장게네 이란 석유장관이 오늘(17일) 밝혔습니다. 현재 토탈은 SP11 가스전 개발에 지분 50%, 중국석유천연가스집단은 30%를 가지고 있습니다.
진행자) 이란에 투자했거나, 사업중인 다른 기업들은 어떤 입장인가요?
기자) ‘토탈’의 입장 발표는 다른 기업들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인데요. 세계 1위의 해운사인 덴마크 ‘머스크(MUSK)라인’의 유조선 부문 ‘머스크탱커’ 역시 “이란산 원유 수송 주문을 더는 받지 않을 것"이라고 같은 날(16일) 발표했습니다. “이미 맺은 계약도 단계적으로 축소하겠다”고 덧붙였는데요. 이 밖에, 프랑스 자동차회사 ‘푸조’와 ‘르노’, 항공기회사 ‘에어버스’, 독일의 전자제품·공장설비 기업 ‘지멘스’ 등 주요 업체들이 앞으로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외신들이 주목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듣고 계십니다. 얼마 전 정권을 내준 말레이시아 전 총리가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고요?
기자) 네. 지난 9일 총선에서 패해 마하티르 모하마드 총리에게 정권을 내준 나집 라작 전 총리가, 선거 이후 일주일째 사실상 가택연금 상태인데요. 경찰이 어젯밤제(16일) 나집 전 총리 자택 등을 압수 수색했습니다. 쿠알라룸푸르에 있는 자택을 포함해 나집 전 총리와 관련된 5개 장소를 기습했다고 경찰 경제범죄수사국이 현지 언론에 밝혔는데요. 나집 전 총리은 부인 로스마 만소르 여사와 함께 지난 12일 인도네시아행 비행기를 타려다 출국금지 처분된 상태입니다.
진행자) 출국 금지와 압수 수색을 받은 이유가 뭡니까?
기자) 재임 중 불거진 비자금 추문 때문입니다. 국영투자기업 '1MDB(말레이시아 유한투자공사)'의 돈 7억 달러가 나집 총리의 개인 은행계좌로 들어갔다는 의혹인데요. 마하티르 신임 총리는, 초기 조사 결과 나집 행정부의 부정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고 어제(16일) 밝히고, 국제사회와 공조해 반드시 진상을 캐고 죄를 묻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국제사회와 공조하겠다는 것은 왜죠?
기자) 비자금을 대부분 해외로 빼돌려 ‘돈세탁’한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말레이시아 경찰은 미국과 스위스 등을 포함한 6개 나라 사법당국의 협조를 얻어 수사 중인데요. 싱가포르 통화청은 어제(16일) 성명을 통해 “1MBD 관련 정보 요청 등에 추가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력할 뜻을 밝혔습니다.
진행자) 싱가포르 당국이 특히 적극적인 이유는 뭐죠?
기자) 1MBD의 주요 사업 근거가 싱가포르에 있습니다. 나집 전 총리는 국내외 자본을 유치해 경제개발 사업을 하겠다며 지난 2009년 싱가포르에 기반을 둔 1MDB를 설립했는데요. 4년 만인 2015년 말 1MDB의 운영 부실이 드러나면서, 막대한 부채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고, 나집 전 총리가 빼돌린 돈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습니다. 하지만 재임 중 진행된 수사는 무혐의 처분으로 종결됐는데요. 압둘 가니 파타일 당시 검찰총장이 기소를 준비하자, 나집 당시 총리가 전격 경질한 사실도 최근 드러났습니다.
진행자) 나집 전 총리 측은 뭐라고 말하나요?
기자) "나집 전 총리와 가족들은 경찰에 협력했으며, 압수 수색에서 가져간 것들 중 혐의를 입증할만한 물건은 없다"고 대변인이 현지 언론에 밝혔습니다.
진행자) 지난주부터 말레이시아 정국이 요동치고 있네요?
기자) 네. 지난주 수요일(9일) 말레이시아 전역에서 진행된 총선에서, 사상 처음으로 여당과 야당이 바뀌었습니다. 1957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뒤 61년 만의 일이었는데요. 정권을 잡은 사람은 기존 여당에서 나집 총리의 후원자였다가, 비자금 추문이 불거진 뒤 야당으로 돌아서 ‘나집 퇴진 운동’에 앞장 선 마하티르 모하마드 전 총리입니다. 1981년부터 2003년까지 5선을 역임하면서, 말레이시아의 급속한 경제 성장을 이끈 인물입니다.
진행자) 그런데, 총리가 다시 바뀔 것으로 전망된다고요?
기자) 네. 기존 야권의 유력 지도자였다가 투옥된 안와르 이브라힘 전 부총리가 어제(16일) 왕실로부터 사면받아 석방됐는데요. 만 93세 생일을 앞두고 있는 마하티르 새 총리가 워낙 노령이라, 총선 전부터, 오래 자리에 머물 것으로는 보지 않았고요. 안와르 전 총리에게 넘겨줄 것으로 관측됐습니다. 당사자인 안와르 전 총리는 석방 직후, 곧바로 정계에 복귀하진 않겠다고 말했지만, 이르면 올해 말, 늦어도 내년 초 총리직을 물려받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합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마지막 소식입니다. 중국 당국이 양쯔강 주변에 큰 공장을 짓지 못하게 하고 있다고요?
기자) 네. 양쯔강 인근에 중화학공장 건립을 규제하는 등, 중국 정부와 주요 지방 자치단체들이 환경오염 해소 사업을 적극적으로 진행 중이라고 관영 관찰자망을 비롯한 현지 매체들이 16일 일제히 전했습니다. 중국에서는 2000년대 이후 고도 경제성장 과정에서 공장 폐기물과 난방 매연 등으로 인한 대기·토양·수질 오염이 사회 문제로 떠오른 지 오래됐는데요. 지역별로 사정에 맞는 대책을 짜서, 깨끗한 공기와 물을 되찾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매체들은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지역별로 어떤 대책을 진행중인가요?
기자) 수도 베이징 시의 경우, 시민 대다수가 낮에는 마스크를 쓰고 외출할 정도로, 공기가 안 좋은 게 잘 알려져 있는데요. 매연을 내뿜는 주요 난방 수단인 석탄 보일러 개조사업을 통해, 연간 석탄 사용량을 600만t 아래로 줄이는 대책을 지난해부터 시행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폐기 처분한 소형 보일러가 2만7천여 대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는데요. 이 밖에 출고한 지 오래돼서 오염물질 배출이 많은 자동차 약 50만 대를 베이징 시 당국이 운행 금지시키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석탄 보일러를 바꾸고, 오래된 차를 못 다니게 한 조치가 효과를 봤나요?
기자) 상당한 효과를 본 것으로 보도됐습니다. 지난해 말, 베이징 일대 공기에서 측정한 2.5㎛ 크기 초미세먼지, 이른바 ‘PM2.5’의 연평균 농도가 58㎍/㎥로 나왔는데요. 대책 시행 전보다 30%가량 떨어진 수치입니다.
진행자) 수도 베이징 이외 지역에선 어떤 환경 회복 노력을 진행중인가요?
기자) 중국 대륙 남서부 양쯔강이 흐르는 충칭 직할시 당국은 강 주변 1km 안쪽에 중화학공장 건립을 금지했습니다. 충칭은 신설 공업지대가 많이 들어선 곳이라, 공장 폐기물에서 비롯된 수질·토양 오염 문제가 주요 현안이었는데요. 배출 폐기물의 양과 종류를 정해놓고, 위반 시 단속하는 대책을 여러 차례 시행했지만, 별 효과가 없던 끝에 큰 공장들을 아예 못 짓게 한 겁니다.
진행자) 폐기물 단속은 왜 효과를 못 본 거죠?
기자) 업체들이 늦은 밤 시간에 단속이 소홀한 틈을 타 오염물질을 배출하거나, 공장에서 먼 곳으로 운반해 불법 폐기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중국 생태환경부 산하 ‘중앙환경감찰단’이 파악했습니다. 이에 따라, 지난달 말 현지 시찰에 나선 시진핑 국가주석은 수질생태 환경 회복을 이 지역 주요업무로 삼고, 업체들에 대한 지도와 단속을 더 강화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진행자) 다른 지역에서는 어떤 상황인가요?
기자) 중국의 경제 중심지인 상하이 시의 경우, 불법 폐기물 배출을 비롯한 환경 범죄를 강력한 과태료로 다스리고 있는데요. 지난해 불법행위 약 4천500여 건을 적발해 총액 4억7천700만 위안(미화 약 7천400만 달러)가량을 부과했습니다. 건 당 1만6천 500달러 정도 되니까, 과태료가 상당한 액수인 걸 알 수 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