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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CTBTO 사무총장] “북한, 구두 약속 아닌 핵실험 금지 조약에 서명해야”


라시나 제르보 포괄적 핵실험 금지기구(CTBTO) 사무총장.
라시나 제르보 포괄적 핵실험 금지기구(CTBTO) 사무총장.

북한이 비핵화에 진정성이 있다면 핵실험을 하지 않겠다는 구두 약속이 아니라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기구(CTBTO)에 가입해야 한다고 이 기구의 라시나 제르보 사무총장이 밝혔습니다. 제르보 사무총장은 14일 VOA 기자와 만나 풍계리 핵 실험장 폐기 당시 폭파 규모를 봤을 때 완전하고 영구적인 폐기로 이어지진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제르보 사무총장을 김영남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기자) CTBTO는 북한 비핵화 과정에 참여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해오셨습니다. 완전한 비핵화가 현실 가능한 목표라고 보십니까?

제르보 사무총장) 우선 미국과 북한의 지도자가 얼굴을 맞대고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것을 국제사회에 보여준 점을 높이 사고 싶습니다. 저는 이번 회담이 두 지도자간 긍정적인 관계를 만들어냈다고 봅니다. 이를 통해 비핵화 절차나 기술적으로 필요한 것들에 대한 세부 내용들이 만들어지길 바랍니다.

기자) 북한 비핵화는 15년이 걸린다는 주장도 있지만 폼페오 국무장관은 2년 반 안에 중대한 비핵화 성과를 만들길 원한다고 밝혔습니다. CTBTO는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십니까?

제르보 사무총장) 비핵화의 모든 절차를 말하자면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보다 오래 걸릴 겁니다. 갱도 하나를 폭파하는 것보다 훨씬 오래 걸리겠죠. 비핵화에는 핵과 미사일 실험을 비롯해 핵 물질 등 다양한 요소들이 포함돼 있습니다. 많은 전문성이 필요하며 국제기구뿐만 아니라 미국과 같은 핵 보유국만이 갖고 있는 지식도 필요합니다. 효과적인 비핵화를 위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말했듯 많은 사람들이 현장에서 이뤄지는 일에 직접 참여해야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전문가뿐만 아니라 국제사회 전문가들이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는데 국제사회가 모두 참여해 한반도의 비핵화를 이뤄내길 바랍니다.

기자) 일각에서는 사실상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를 비핵화해 본 경험이 없다는 점을 이유로 국제원자력기구(IAEA)나 CTBTO는 비핵화를 주관할 역량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데요.

제르보 사무총장) 핵무기 자체를 폐기하는 것은 전문성과 핵무기를 갖고 있는 핵 보유국들이 책임져야 합니다. 평화적인 핵 물질을 통제하는 분야에 있어서는 IAEA가 가장 적합합니다. 하지만 특정 국가가 이 수준을 넘어가고 핵 실험에 나섰을 경우엔 CTBTO가 있습니다. 핵무기 폭발이나 원격으로 감시하는 분야에 있어서는 능력을 인정받았습니다. 또한 시험 전과 후의 상황을 비교하고 분석하는 것에도 전문성이 있습니다. CTBTO는 핵 물질 등에 대한 전문성은 없지만 핵 실험과 실험 시설에 대한 전문성이 있다는 겁니다. 저희는 도움이 필요하다면 언제 어디서든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기자) 핵 실험장에 전문성이 있다고 말하셨는데요. 북한 풍계리 핵 실험장 폐기 행사가 전문가들이 배제된 채 진행됐습니다. 중요한 증거가 다 사라졌을 가능성에 대해 우려는 없습니까?

제르보 사무총장) 아닙니다. 핵 실험장이나 핵무기 실험에 대해 필요한 증거들은 절대 사라지지 않습니다. 풍계리 핵 실험장의 경우는 갱도가 폭파됐는데 폭발 규모를 봤을 때 하루 만에 완전히 폐기될 수준은 아닙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은 핵 실험장의 검증 가능한 폐기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검증 가능하고 영구적인 폐기를 위해선 이 정도의 폭파보다 더 많은 게 필요합니다.

기자) 풍계리 핵 실험장이 완전히 폐기되지 않았을 수 있다는 말씀이시군요.

제르보 사무총장) 영상 촬영이나 기자들을 초청하는 것보다 더 많은 것들을 필요로 하는 일입니다. 특정 국가나 국제기구는 아니더라도 국제사회와 전문가들을 초청해야 합니다. 핵 보유국가들이 갖고 있는 기술도 검증에 필요합니다.

기자) 북한은 완전한 비핵화에 나서겠다고 했습니다. 비핵화를 관장하는 기구 중 한 곳인 CTBTO의 수장으로서 북한이 어떤 행동에 나서면 진정성이 있다고 판단하시겠습니까?

제르보 사무총장) 우선 북한이 대화에 나서고 천천히 국제사회에 참여하려는 단계를 밟은 점을 높이 사고 싶습니다. 저는 북한이 최소한 미국과 마찬가지로 CTBTO에 가입하길 바랍니다. 미국은 (비준은 하지 않았지만) 이 조약의 서명국 중 한 곳이죠. 북한은 더 이상 실험을 하지 않겠다는 구두 약속에서 멈추는 게 아니라 이 조약에 가입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최소한 서명이라도 하는 거죠. 이를 통해 신뢰를 쌓아나가고 결국엔 비준을 하는 겁니다. 이게 제 희망이며 실현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모두가 꿈꾸는 일이죠.

라시나 제르보 CTBTO 사무총장으로부터 북한 비핵화의 검증 방안과 한계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대담에 김영남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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