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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벨 전 주한미군사령관] “미한 훈련 6~9개월 내 재개 안 하면 전력 약화…비핵화 여부 관계 없어”


버웰 벨 전 주한미군사령관.
버웰 벨 전 주한미군사령관.

미-한 연합군사훈련을 중단한 뒤 6~9개월 안에 훈련을 재개하지 않으면 군사력이 약화될 것이라고 버웰 벨 전 주한미군사령관이 내다봤습니다. 벨 전 사령관은 VOA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연합훈련은 북한의 공격을 격퇴하기 위한 목적으로 비핵화 여부에 달려있는 게 아니라며 북한의 재래식 전력에 큰 변화가 있지 않는 한 내년 2~4월 사이에 재개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북한과 평화조약이 체결돼도 미-한 안보동맹에는 아무 영향도 없다며, 주한미군의 지휘통제 체계와 정보 역량, 공군 전력 등은 장기간 한반도에 주둔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2006년부터 2008년까지 주한미군사령관과 유엔군사령관 겸 미한연합사 사령관을 지낸 벨 전 사령관을 백성원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미-한 연합훈련을 ‘도발적’으로 규정하고 중단 방침을 밝힌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발언을 전 주한미군사령관으로서 어떻게 받아들이십니까?

벨 전 사령관) 대통령이 ‘도발적’이라는 표현을 쓴 건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저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한 양국의 이해를 항상 우선 순위에 둔다고 믿습니다. 따라서 ‘도발적’이라는 단어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말입니다. 하지만 그 표현은 수십 년 간 연합훈련을 도발적이라고 비난해 온 북한의 입장을 말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저는 훈련을 순전히 억지와 방어 성격으로 보고, 대통령도 그렇게 보는 것으로 압니다.

기자) 그런 발언이 현지에 주둔하는 미군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요?

벨 전 사령관) 미-한 상호방위조약은 매우 강력하고 중요하며 미래에도 오래 지속될 문서입니다. 두 나라는 한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역내 어떤 적대국으로부터도 한국을 방어한다는 게 핵심입니다. 곧 군사동맹이라는 얘깁니다. 조약으로 맺은 두 나라의 동맹은 북한과의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엄청나게 큰 힘을 발휘한다는 걸 잊어선 안 됩니다. 미국이 한국 방어를 위해 북한이나, 한국을 위협하는 또 다른 적과 전쟁을 벌일 것을 요구하는 조약입니다. 이는 변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기자) 북한과의 핵 협상이 미-한 군사훈련 중단을 정당화할 수 있다고 보시는지요?

벨 전 사령관) 미-한 군사훈련의 목적은 북한에 대한 핵 대응을 준비하기 위한 게 아닙니다. 그런 대응은 미국이 한국에 약속한 핵우산과 관련된 전략적 사안입니다. 북한이 미 본토를 위협할 경우 미국은 핵무기로 북한을 공격해 파괴시킬 권리를 갖고 있다는 데는 변함이 없다는 뜻입니다. 미-한 군사훈련에는 ‘을지프리덤가디언’처럼 고위 지휘관이 참여하는 상위 훈련과 각 부대의 준비태세를 점검하는 하위 훈련들이 있습니다. 이 가운데 두 달 뒤에 실시될 을지프리덤가디언, 즉 상위 훈련을 연기하겠다는 게 대통령의 의도였습니다.

기자) 잘 한 결정입니까?

벨 전 사령관) 북한이 앞으로 두 달 동안, 그리고 이후에 비핵화하기 위한 정책과 프로그램을 실행한다면 잘 한 결정이 될 겁니다. 또 한가지 중요한 건 북한이 비무장지대로부터 재래식 전력을 철수시켜야 한다는 점입니다. 미-한 연합군사훈련의 목적은 북한의 한국 공격을 막고, 침입하는 적을 격퇴할 실행 가능하고 현실적인 계획을 수립하며, 공격을 가해오는 북한군을 궤멸시켜 더 이상 위협이 안 되게 만드는 데 있습니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난다면 정전협정으로 마무리된 한국전쟁과 달리, 미-한 동맹의 주도하에 신속히 끝날 겁니다. 이런 현실은 30년 전이나 지난주나 변함이 없고, ‘비핵화’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습니다. 북한이 비핵화한다 해도 한국을 공격할 군대와 재래식역량은 그대로 보유하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기자) 결국 연합훈련을 재개해야 한다는 말씀이십니까?

벨 전 사령관) 비핵화가 진행되는 동안 훈련이 곧 재개돼야 한다는 현실 인식으로 돌아오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한국을 재래식무기로부터 확실히 방어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북한이 비무장지대의 재래식병력 태세를 바꿀 의지를 보이지 않는 한 말이죠. 이게 제가 미국 지도부에 기대하는바 입니다. 북한의 비핵화뿐 아니라 그들의 병력 규모와 위치 변경까지 강제해 달라는 겁니다. 그렇지 않다면 연합훈련은 비핵화 절차와 관계없이 재개돼야 합니다. 훈련을 중단한 뒤 6~9개월 안에 재개되지 않으면 사령관을 포함한 군사 역량이 위축될 겁니다. 받아들일 수 없는 수준까지 말입니다. 따라서 북한이 병력을 감축하고 재배치하지 않을 경우 내년 2~4월 사이에 연합훈련, 특히 을지프리덤가디언을 재개해야 합니다.

기자) ‘위축(atrophy)’이라는 말을 쓰셨는데요. 연합훈련이 중단된 채 한반도에서 비상 사태가 발생한다면 연합군이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습니까?

벨 전 사령관) 미-한 연합군의 지휘통제 체계는 원칙적으로 매우 적절하게 짜여있습니다. 효과적이고 파괴적인 군사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매우 정확한 지휘통제 체계가 이미 구축돼 있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연합훈련 여부와 관계없이 지휘통제 체계를 새로 익히거나 만들어야 할 필요가 없다는 건 좋은 소식입니다. 이건 이미 갖춰져 있고 늘 준비돼 있으니까요. 지휘통제 체계가 얼마나 효과적으로 운용될 지가 문제이긴 합니다만, 이 체계 자체는 북한과의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온전하게 남아있게 됩니다.

기자) 지휘통제 체계만큼은 따로 훈련이 필요 없다는 말씀이군요.

벨 전 사령관) 지휘통제 체계는 앞으로 6~9개월 동안 훈련이 진행되지 않아도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영향을 줄 위험이 거의 없습니다. 심지어 그 이후까지 훈련이 없어도, 일부 기술은 다소 약화되겠지만 올바른 구조를 갖춘 작전지휘본부는 남습니다. 따라서 북한 문제에 실질적 진전이 없을 경우 오는 8월 이후 6~9개월 안에 연합훈련을 시작해야 한다는 게 제 주장이지만, 그 동안에도 적절한 전쟁수행 구조는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을 확신합니다. 한가지 덧붙이자면 이런 문제가 모두 해결될 때까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시도는 중지돼야 합니다.

기자)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철수를 희망한다는 뜻도 여러 차례 밝혔습니다. 북한과 역내 동맹국들에 좋지 않은 신호를 줄 것이라는 지적이 많은데요.

벨 전 사령관) 분명히 그런 발언은 북한이 선의를 갖고 협상한 뒤 핵과 재래식 무기 역량을 없애게끔 하는 유인책이 될 순 있습니다. 대통령으로선 매우 커다란 제안일 수 있고요. 하지만 제가 결정권자라면 한국이 주한미군을 환영하고 필요로 하는 한 미군 철수 결정을 매우 꺼릴 겁니다. 미래에 미군 규모가 줄고 전작권 전환에 따라 한국이 스스로 방어를 책임지는 날이 오게 될 지라도 말입니다. 주한미군이 더 이상 환영 받지 못하고 떠날 것을 요구 받는다면 오늘 밤 당장 떠나야겠죠. 제가 주한미군사령관으로 복무 당시 한국 대통령에게 그가 원한다면 바로 그날 밤 철수를 시작하겠다고 분명히 말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훌륭한 친구인 한국이 주한미군을 역내 장기적 안정을 위해 유용하다고 믿는다면 저는 그런 결정을 적극 지지할 겁니다.

기자) 앞으로도 상당기간 주한미군 주둔이 필요한 것으로 보시는 군요.

벨 전 사령관) 냉전이 오래 전에 끝났는데도 미군이 여전히 독일에 주둔하고 있지 않습니까?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기 위해 한국에 금세기 혹은 그 이후까지도 일정 규모와 역량의 미군이 주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만약 북한이 주한미군을 모두 철수하면 영원히 올바른 행동만 하겠다고 약속한다 해도 그런 제안을 거부해야 하고 트럼프 대통령 역시 그럴 것으로 믿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에 주한미군 비용을 더 부담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지 절대 미군을 철수하진 않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기자) 북한과의 평화조약이 체결된 뒤에도 주한미군 주둔이 필요하다는 말씀인가요?

벨 전 사령관) 평화조약이 체결돼도 한국군의 준비태세를 강화하기 위해 주한미군은 특정 역량을 남겨놔야 합니다. 정보, 지휘통제 소통, 사격 통합 역량, 그리고 공군력 등이 여기 포함될 겁니다. 다시 말하지만 저는 미군이 환영 받고 미-한 동맹이 존재하는 한 한반도에 오랫동안 주둔할 것으로 봅니다. 북한과의 평화조약은 미국과 한국의 안보 동맹에 어떤 영향도 미칠 수 없습니다. 평화조약이 미-한 안보동맹을 폐기시키는 상황은 상상도 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진정한 안보 동맹을 유지하기 위해선 나토국가들에서처럼 일정 수준의 미군 병력이 주둔하는 게 필요합니다. 한 가지 잊지 말아야 할 게 있습니다. 노스다코다 주의 미사일 기지에는 ‘김정은’을 겨냥한 핵미사일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북한이 한국이나 미국을 공격할 경우 미국은 상황을 끝내 버릴 것이고, 매우 빠른 속도로 그렇게 할 겁니다. 이건 협박이 아니고 현실입니다.

버웰 벨 전 주한미군사령관으로부터 미-한 연합군사훈련 유예 결정과 두 나라의 안보 동맹에 대한 진단을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백성원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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