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곳곳의 다양한 모습과 진솔한 미국인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입니다. 여름 휴가철, 미국에서 많이 볼 수 있는 것이 바로 RV입니다. 여가용 차량이란 뜻의 'Recreational Vehicle'을 줄여서 RV라고 부르는데요. 한국에서는 주로 캠핑카라고 부르죠. 캠핑, 즉 야영을 떠났을 때 불편함이 없도록, 차 안에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을 갖춘 RV는 1930년대 미국에 처음 등장했는데요. 지금은 무려 900만 명에 달하는 RV 차주들이 여름 휴가철, 미국 곳곳을 돌아다니며 여행을 즐기고 있습니다. RV의 매력은 과연 뭔지, 버지니아 주의 한 야영장에서 RV 차주들을 만나봤습니다.
“첫 번째 이야기, 여름 휴가철, 도로 위를 달리는 집 캠핑카”
[현장음: 캠핑장]
메리 드과이어 로매그놀리 씨가 자신의 RV 앞에서 노래 연습을 시작합니다. 컨트리송 가수인 메리 씨는 작년에 자그마한 이 캠핑카를 구입했다고 하는데요. 너무나 만족한다고 했습니다.
[녹취: 메리 드과이어 로매그놀리] “제 RV를 구경시켜 드릴까요? 침대 앞을 커튼으로 가린 침실이 있고요. 여기 부엌은 2명은 충분히 앉아서 식사할 수 있는 공간이 돼요. 전자레인지와 냉장고도 갖춰져 있죠. 좀 작긴 하지만요. 이런 전자 기기는 전기나 프로판가스, 배터리로 작동해요.”
도로를 달리는 집이라고 할 수 있는 RV는 미국 문화에서 빠질 수 없는 것 중 하나입니다. 특히 여름 휴가철이 되면 도로 위에 RV가 많이 다니는 걸 볼 수 있는데요. 4인 가족이 휴가를 간다고 할 경우, RV를 타고 여행을 가면 일반적인 경비보다 60% 저렴하게 휴가를 보낼 수 있다고 합니다.
[녹취: 메리 드과이어 로매그놀리] “제 RV는 작고 가벼워요. 그래서 일반 승용차 뒤에 연결해서 다닐 수 있죠. 사실 제가 RV를 산 이유가 있어요. 저는 음악가이기 때문에 미국 곳곳에서 열리는 음악 축제를 많이 다니거든요. 축제 때마다 공연 후에, 땅에 텐트를 치고 자는 게 지겹더라고요. 그래서 좀 편안하게 숙식도 하고 공연을 다니려고 RV를 구입했습니다.”
RV는 크게 두 종류가 있습니다. 하나는 일반 차량에 트레일러라고 하는 주거 공간을 연결해 견인해 달리는 캠핑카가 있고요. 또 다른 RV는 버스처럼 생겨서 자체동력만으로 이동할 수 있는 캠핑카가 있죠. 그런데 RV의 내부는 때로 상상을 초월합니다. 고급스럽게 꾸며놓은 캠핑카는 웬만한 호텔 못지않은데요. 줄리 바운드 씨의 캠핑카가 바로 그랬습니다.
[녹취: 줄리 바운드] “우리 캠핑카엔 세탁기와 건조기는 물론이고요. 샤워를 할 수 있는 화장실에, 8개의 침대가 갖춰져 있어요. 여행을 가서 호텔을 가면 아무래도 위생상태를 신경 쓰게 되잖아요? 그런데 이렇게 캠핑카를 타고 다니면 그런 걱정이 없고요. 텐트를 치고 자야 하는 불편함도 없죠. 요리도 직접 해먹을 수 있고요. 그래서 우리 가족은 여행을 갈 때마다 꼭 이 캠핑카를 타고 다닙니다.”
캠핑족들은 여름 휴가철에만 RV를 이용하는 게 아니라고 했습니다. 일부 고급 캠핑카엔 전기 벽난로까지 설치돼 있는데요. 이런 차는 겨울철, 짤막한 스키 여행에 제격이라고 하네요.
[녹취: 줄리 바운드] “캠핑카가 있으면 여행 경비가 훨씬 적게 들어요. 그리고 주말마다 여행을 떠날 수도 있죠. 한 시간 정도 떨어진 곳에만 가도 여행 기분을 낼 수 있어요.”
RV는 기존의 차량 운전면허만 있으면 됩니다. 특별한 면허가 필요한 건 아니죠. 하지만 일반 차량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운전할 때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녹취: RV 주인] “캠핑카도 차 운전하는 거와 똑같지만 차체가 크기 때문에 운전할 때 아주 조심해야 합니다. 일반 차량 운전할 때처럼 급정거를 할 수 없으니까 정신을 바짝 차리고 운전해야 해요. '내 차 뒤에 차를 한 대 달고 달린다'는 사실을 잊어버리면 안 됩니다.”
RV를 이용하면 여행 경비는 적게 들지만, RV 자체는 가격이 제법 나가는데요. 보통 1만 달러부터 시작해서 고급차량의 경우 50만 달러에 달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독특한 여행의 즐거움을 선사하기에, RV는 오랜 세월 미국인의 사랑을 받아오고 있습니다.
“두 번째 이야기, 흑인역사문화 박물관에 개막한 오프라 윈프리 전시회”
2년 전, 워싱턴 D.C.에 ‘아프리카계 미국인 역사문화 박물관’이 문을 열었습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미국 내 흑인들의 역사와 문화를 고스란히 담은 최초의 국립 박물관인데요. 이곳에서 최근 한 개인의 삶을 조명한 전시회가 시작됐습니다. 바로 유명방송인이자 사업가인 오프라 윈프리 씨 전시회입니다.
[현장음: 오프라 전시회]
TV 방송 진행자, 영화배우, 방송기획자, 작가, 인권 운동가. 오프라 윈프리 씨를 수식하는 말만 봐도 윈프리 씨가 얼마나 열정적으로 또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두고 살아왔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윈프리 씨는 현대 미국인의 삶과 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인물인데요. 윈프리 씨의 전시회에 매일 수백 명의 관람객이 찾는 것만 봐도 얼마나 많은 사람이 윈프리 씨에게 열광하는지 알 수 있다고 합니다.
[녹취: 리아 콤스] “이번 전시회는 미 남부의 미시시피와 내슈빌, 밀워키에서 가난하게 자란 흑인 소녀가 어떻게 전 세계의 영향을 주는 여성으로 성장했는지, 그리고 이런 성공기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관객들에게 보여주는 아주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리아 콤스 전시 책임자의 설명대로, 전시회엔 비디오와 사진 자료는 물론, 윈프리 씨의 개인적인 소장품 그리고 대통령 자유의 메달과 골든 글로브 등 각종 상패까지. 윈프리 씨와 관련된 모든 것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현장음: 오프라 윈프리 쇼]
오프라 윈프리 씨가 자신의 이름을 걸고 진행한 TV쇼는 미국 텔레비전 역사상 가장 성공한 토크쇼 그러니까 대담 프로그램으로 남아 있습니다. 지난 2011년 종영할 때까지 25년 동안, 미국은 물론 150개국의 시청자들을 찾아갔는데요. ‘오프라 윈프리 쇼’는 단순한 재미를 넘어 미국 대중문화의 기틀을 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녹취: 로니 번치 박물관장] “오프라 윈프리 쇼는 미국인들 사이에서 의견이 나뉘는 사안들, 하지만 매우 중요한 사안들을 끄집어냈습니다. 그리곤 미국을 더 나은 나라로 만들기 위한 토론의 장을 마련했죠. 오프라 윈프리 쇼는 이미 막을 내렸지만, 지금이야말로 그런 토론의 장이 그 어느 때 보다 더 절실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전시회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건 바로 윈프리 씨가 사용했던 책상입니다. 오프라 윈프리 쇼의 무대였던 시카고 ‘하포스튜디오’에서 설립 후 25년간 대표로 있으면서 실제로 사용했던 책상인데요. 이 곳에서 일을 하며 윈프리 씨는 최초의 흑인 방송 스튜디오의 설립자이자 최초의 흑인 여성 억만장자에 올랐습니다.
[녹취: 케이틀린 켄드릭] “이 커다란 책상은 윈프리 씨의 영향력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바로 이곳에 앉아 방송 스튜디오를 운영했고, 성공 신화를 썼죠."
전시 책임자인 케이틀린 켄드릭 씨는 윈프리 씨를 향한 수많은 미국인의 사랑을 다 전시할 수 없는 것이 안타깝다고 했는데요. 하지만 전시실 앞에 길게 늘어선 관람객들이야말로 얼마나 많은 미국인이 윈프리 씨를 사랑하고 존경하는지를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다음 주에는 미국의 또 다른 곳에 숨어 있는 이야기와 함께 여러분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함께 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