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전문가들은 마이크 폼페오 미국 국무장관의 3차 방북에서 양측 간의 입장 차이가 분명하게 드러났다고 밝혔습니다. 미국과 북한이 접점을 찾으려고 노력하지 않을 경우, 후속 협상도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서울에서 이연철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서울의 민간단체인 아산정책연구원의 신범철 안보통일센터장은 폼페오 장관이 이번 방북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평가했습니다.
[녹취:신범철 센터장] “FFVD나 신고 검증 부분에서 유의미한 합의나 진전을 보지 못했다는 점에서 조금 아쉽다고 생각하고요, 미흡했다, 실무급 회담을 하기로 했지만 돌고 돌아 제자리로 온 느낌, 바람직한 방향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신 센터장은 이런 미흡한 결과의 배경에 북한의 변심이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세 차례 북-중 정상회담 등을 통해 상황이 개선됐다고 판단한 북한이 협상의 주도권을 가져가려 시도하고 있다는 겁니다.
신 센터장은 북한은 미국이 원하는 방식의 비핵화 보다는 단계적이고 동시적인 조치를 통해 충분한 보상을 받으면서 비핵화를 가장 마지막 단계로 미루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과 한국이 북한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해서 이에 대한 대응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신 센터장은 미국과 북한 간 후속 협상이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녹취:신범철 센터장] “아직까지는 판을 깨지는 않으려는 모습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원하려는 방식의 협상을 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을 보니까 미국에 지속적으로 양보를 강요할 것 같아요.”
신 센터장은 북한의 이같은 협상 방식에 말려들지 말고 대북 압박을 통해 신속한 비핵화를 추진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남광규 고려대 교수는 폼페오 장관의 이번 방북에서 미국과 북한 간 입장차가 확연하게 드러났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남광규 교수] “폼페오 장관은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북한의 시간표를 원했을 것이고, 북한은 비핵화 보다는 체제 안전보장, 이런 부분을 먼저 하려고 하는 것 같아요, 북한 입장에서는. 그런 부분들이 기본적으로. 안 맞은 것이 아닌가...”
남 교수는 북한이 7일 발표한 외무성 담화에서 자신들의 이같은 입장을 간접적, 우회적으로 표현했다며,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나 미국 정부의 입장이 난처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으로서는 협상을 진전시키기 위해 북한의 요구를 반영하지 않을 수 없는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는 겁니다.
남 교수는 이번에 북한이 협상 초기에 주도권을 잡기 위해 미국을 어렵게 만들었을 가능성도 있는 만큼, 후속 협상 과정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도 협상 전망은 밝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녹취:남광규 교수] “계속 협의가 이루어지겠지만 기본적으로 비핵화와 관련된 개념이 미국과 북한이 다른 입장이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고, 미국이 희망하고 있는, 또 우리가 희망하고 있는 조속한 비핵화는 좀 불투명하네요, 사실은”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폼페오 장관이 이번에 완전히 빈손으로 평양을 떠난 것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관계 개선을 위한 교류와 종전 선언 발표, 미사일 엔진시험장 폐기, 미군 유해 발굴 등을 위한 실무협상을 제안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정 본부장은 이같은 성과 보다는 아쉬운 부분이 더 많았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정성장 본부장] “북한이 제안한 내용들이 비핵화로 가기 위한 긍정적인 조치라고 할 수 있지만, 북한의 신속한 비핵화를 위한 로드맵과 검증에 대한 논의를 북한이 회피했다는 점에서 이번 북-미 고위급 회담은 아쉬운 부분이 상당히 많습니다.”
정 본부장은 또한, 미국도 이번 회담에 대한 준비가 부족했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비핵화 단계별로 북한에 어떤 보상을 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 대해 미국의 치밀한 준비가 없었던 것 같다는 겁니다.
아울러, 종전 선언과 관련해서는 미국과 남북한 지도자들 사이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다며, 폼페오 장관이 이 문제에 대한 논의를 회피했다면 이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정 본부장은 북한 외무성 담화에 북한의 강한 거부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의 비핵화 단계별로 어떤 보상을 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갖고 있었다면, 비핵화 로드맵에 대한 논의가 훨씬 수월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같은 비핵화 로드맵이 없는 상황에서 핵심 사안들을 논의할 워킹그룹이 얼마나 효과적일지도 의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정 본부장은 일단 이번 고위급회담은 미국과 북한이 서로의 입장을 확인했다는데 의미가 있다며, 2차 회담을 통해 접점을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정성장 본부장] “제1차 북-미 고위급회담은 북한과 미국 모두 진지한 협상에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점을 그대로 드러냈고요, 그렇기 때문에 상호 접점을 찾는 노력이 앞으로 필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고는 북-미간의 대화 교착 상태가 앞으로도 지속될 수 있다고 봅니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지금은 미국과 북한이 서로 원하는 것을 요구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용현 교수] “미국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조치에 대해서 충분히 요구하는 부분이 있고, CVIG에 대해서도 미국과 국제사회가 선물 보따리를 내놔야하기 때문에, 이런 조정 과정이 시간을 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김 교수는 상호 신뢰 속에서 문제를 풀어나가는 접근법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외무성 담화와 관련해서는, 북한이 협상전략 차원에서 자신들의 입장을 분명하게 밝힐 필요가 있었을 것이라고 풀이했습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내 보수 여론을 의식하면서 대북 압박에 나서는 것에 쐐기를 박아야 한다고 느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김 교수는 이처럼 미국과 북한이 이견을 보이는 상황에서 문재인 한국 대통령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용현 교수] “북-미가 샅바싸움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더 많은 역할이 부여되는 시간이 다시 돌아온 것 같다...”
김 교수는 아울러, 가능한 한 빨리 2차 미-북 정상회담을 열어 느려지는 미-북 협상을 추동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이연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