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주민들을 행복하게 하려면 대규모 외부 투자 유치보다 금융 개혁을 먼저 단행해야 한다고 미 경제 전문가가 제안했습니다. 미 국가정보국(DNI)과 중앙정보국(CIA) 등에서 오랫동안 북한과 중국 경제를 연구한 윌리엄 브라운 조지타운대 객원교수는 9일 VO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 지도부는 외부 투자 유치에 앞서 통화금융정책을 개혁했던 한국의 전례를 따를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브라운 교수를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마이크 폼페오 장관이 북한에 베트남식 개혁·개방 모델을 제시하면서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그런 개혁을 결단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십니까?
브라운 교수) 아직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김 위원장은 그의 경제가 많은 어려움에 처해 있다는 것을 아마 깨닫고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가 개혁을 극적으로 추진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직은 아니라고 봅니다. 하지만 우리가 계속 김정은과 대화하면서 압박하면 김정은은 개혁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다고 볼 것입니다. 그런 상황이 돼야 진정한 변화를 시도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기자) 아직은 아니라는 이유를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브라운 교수) “사회주의 체제에서 시장 체제로 전환하는 것은 상당히 극적인 과정입니다. 아주 방대한 일들을 시도해야 합니다. 누구도 이런 과정에서 성공했다고 단언하지 못합니다. 중국도 30~40년에 걸쳐 아주 천천히 점진적으로 했고 아직도 다 마치지 못했습니다. 결국 많은 것들이 개혁에 달려있는데 저는 이 개혁을 시장에 기반한 경제체제로 전환한다는 의미로 풀이합니다. 이런 과정에서 북한이 경제 개선을 위해 취할 수 있는 여러 다른 조치들이 있습니다. 김 위원장도 그런 단계를 밟길 바란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김 위원장이 그런 조치들을 밟도록 용기를 북돋고 싶습니다.
기자) 김 위원장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권고를 하고 싶으신가요?
브라운 교수) 김 위원장에게 경제 문제들을 제대로 보길 원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적어도 두 가지를 그가 내각 관리들에게 권고하길 바랍니다. 첫째는 정부의 고시 가격과 장마당 가격이 매우 다른 게 큰 문제입니다. 무려 50배 이상 차이가 납니다. 가령 국영 섬유공장 노동자의 월급이 3천 원이지만 이들이 같은 일을 장마당을 통해서 하면 30만 원을 벌 수 있습니다. 이것은 정상이 아닙니다. 또 국가는 집과 전기 등 여러 보급품을 국가 일군들에게 보상하지만, 장마당 상인은 이런 보상을 전혀 받지 못합니다. 생각해 보세요. 북한 체제를 지탱하는 당원과 군인 등 모든 국가 핵심 일군들은 임금을 거의 받지 못합니다. 반면 장마당 사람들은 돈을 많이 벌고 있습니다. 이것은 재앙입니다. 김 위원장이 이런 실태를 제대로 알고 바로 잡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어떻게 바로 잡을 수 있을까요?
브라운 교수) 정부 가격을 없애고 주민들이 실질적으로 사용하는 장마당 가격으로 물가를 통일하는 겁니다. 과거에 북한 정부가 이런 시도를 했지만 엄청난 물가변동으로 상황을 더 악화시켰습니다. 따라서 과거처럼 화폐를 새로 찍어내지 말고 기업소의 자산을 임금으로 노동자들에게 분배해야 합니다. 그래서 주민들이 아파트나 석탄을 받아 팔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정부가 자산을 팔아 그 돈으로 대신 임금을 지급하는 겁니다. 이런 방식은 북한 정권의 사상에 배치되지 않습니다. 중국도 30년 동안 이를 시행했습니다. 북한이 이런 방식을 통해 경제 체제를 훨씬 효율적으로 개선할 수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사회주의를 약화시킬 수 있지만, 시장은 더욱 강화할 수 있습니다.
기자) 두 번째는 어떤 방안인가요?
브라운 교수) 두 번째는 협동농장의 개혁입니다. 김 위원장은 앞서 중국을 방문해 베이징 농업과학원과 농장들을 방문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리고 귀국 직후 협동농장에 가서 중국의 첨단농업기술을 배울 게 많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좀 어리석어 보입니다. 북한은 지금 새로운 기술이 필요한 게 아닙니다. 북한인들도 농장을 어떻게 경작해야 할지 잘 알고 있습니다. 문제는 협동농장의 운영 형태입니다. 덩샤오핑이 과거 협동농장을 개인과 가족에게 분배한 것만으로도 생산량이 두 배 이상 늘었습니다. 김 위원장도 중국에서 아마 그런 것을 보고도 비사회주의 우려 때문에 말을 못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북한이 이미 협동농장 분조 규모를 줄인 포전제를 시범적으로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를 완전히 가족농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가족 단위로 농지를 소유해 스스로 경작하도록 하는 겁니다. 곡식을 농민이 직접 팔고 국가에 세금을 내면 됩니다. 그러면 북한의 농업 문제를 바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물가 통합과 협동농장 개혁은 모두 북한의 체제와 사상을 크게 위협하지 않으면서 김 위원장이 바로 시행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기자) 북한 정권이 비핵화나 경제에 특정 모델을 적용하는 것에 대해 아주 민감한 반응을 보여왔는데요. 그런 면에서도 긍정적으로 볼 수도 있겠습니다.
브라운 교수) “맞습니다. 북한은 북한식 모델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모델들은 적용이 힘듭니다. 지금 미국과 한국은 대대적인 외부의 투자와 지원이 북한의 경제를 성장시킬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삼성과 LG, 현대가 북한에 들어가 경제 발전에 일조할 수 있다는 얘기인데요. 하지만 북한의 경제가 발전하는 최선의 길은 북한인들이 말하는 주체, 즉 북한인들 스스로 저축하고 투자하면서 성장을 시도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이 1960년대에 시도한 변화가 북한에도 필요합니다.
기자) 1960년대에 한국에서 어떤 변화가 있었죠?
브라운 교수) “한국은 1960년대 초반에 통화·금융 제도를 개혁했습니다. 긴급통화조치를 통해 화폐단위를 ‘환’에서 ‘원’으로 바꾸고 (교환 비율을 10대1로 해서) 국민에게 저축을 장려하고 그에 따른 높은 이자율을 지급했습니다. 기업이 돈을 은행에서 빌리면 많은 이자를 내야 했죠. 하지만 돈을 대출해 트랙터를 사면 바로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었기 때문에 이자도 쉽게 갚을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이를 ‘풀뿌리 자본주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모든 한국인이 돈을 저축하기 시작하면서 자신의 돈을 투자했고 은행은 그 저축한 돈을 기업에 대출해 기업이 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다음에 외국인 투자가 한국에 들어왔습니다. 이전부터 투자금이 유입된 게 아닙니다
기자) 둘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는 겁니까?
브라운 교수) “시작부터 외부 투자에 의존하게 되면 계속 외국인들에게 의지하게 되고 외국인들은 자원을 더 갖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그걸 갖고 떠납니다. 따라서 많은 불만이 생기게 되는 거죠. 우리 미국인들은 이를 카펫베거(Carpetbagger)라고 합니다. 과거 남북 전쟁에서 승리한 북부인들이 남부로 내려와 땅과 자원을 선점한 데서 유래가 됐습니다. 부자가 새로운 지역에 와서 땅과 모든 것을 사실상 약탈하는 상황을 비유한 겁니다. 제가 북한인이라면, 또 김정은이라면 이런 카펫베거들을 굉장히 우려할 것 같습니다. 따라서 저는 북한이 카펫베거들을 피하도록 미국이 도울 수 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삼성이 북한에 들어가 북한의 자원을 갖는 게 아니라 북한인들이 북한판 삼성을 키워내야 합니다. 이런 시스템이 먼저 작동한 뒤에 외국의 투자를 받고 투자 업체들끼리 경쟁하도록 하는 게 순서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북한에 투자하는 외국 업체들끼리 경쟁을 붙이도록 한다는 얘긴가요? 이해하기 쉽게 예를 들어주시겠습니까?
브라운 교수) 쉬운 예로 김책제철연합기업소나 청진제강소를 들 수 있습니다. 이 시설들은 오랜 전 일본이 건설했습니다. 당시 아시아에서 사실상 가장 큰 제철소로 불렸습니다. 장소도 지리적으로 아주 훌륭합니다. 무산 탄광이 가깝고 항구도 아주 멋집니다. 가장 매력적인 것은 아주 많은 훌륭한 철강 노동자들이 이 지역에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지금은 가동을 거의 중단해 아무것도 생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한국의 세계적인 철강업체인 포스코나 다른 외국 업체가 이곳으로 들어가 다시 생산적인 제철소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저도 동의합니다. 하지만 제가 북한 당국자라면 우선 제철소를 납득할만한 수준까지 다시 가동되도록 한 뒤 포스코나 일본의 미쯔비시, 중국이나 미국의 철강업체가 투자 경쟁을 벌이도록 할 겁니다. 특정 업체가 독점하는 게 아니라 이런 경쟁을 붙여 최대의 수익을 창출하도록 하는 거죠. 이는 곧 많은 북한 주민들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겁니다.
기자) 절대 권력을 가진 김정은 위원장이 덩샤오핑 같은 개혁가가 될 수 있을까요?
브라운 교수) “저는 김정은이 그런 시도를 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젊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런 시도를 그가 실제로 단행한다면 개혁에 실패했다며 담당 관리를 처형하는 과거의 구식 지도자가 아니라 정말 위대한 개혁가가 될 수 있습니다. 우리가 김정은 위원장에게 기대하는 건 그런 모습입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아직 그런 징후를 거의 볼 수 없습니다.
기자) 그럼 폼페오 국무장관이 북한에 더 나은 길이 있다고 계속 목소리를 높이는 게 바람직하다고 보십니까?
브라운 교수) 그렇습니다. 저는 트럼프 행정부가 일을 잘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폼페오 장관의 세 번째 방북 결과에 비판이 많지만, 저는 실무를 협상할 워킹그룹을 구성하기로 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 하지만 이런 실무 협상에서 비핵화에만 너무 몰입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비핵화에 초점을 맞춰야 하지만, 앞서 말씀 드린 것처럼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경제 개혁 방안을 북한 정부에 계속 보여줘야 합니다. 그런 경제 개혁이 궁극적으로 미-북 간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북한도 핵무기가 필요 없는 정상국가가 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한반도 경제 전문가인 조지타운대학의 윌리엄 브라운 교수로부터 북한의 경제 개혁 방안에 관해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김영권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