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 미국 정부의 북한여행 금지 조치에도 불구하고 일부 미국 의료인들의 인도주의 방북은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에서 고난도 수술을 집도하고 최신 의료기술을 전수한 이들 의료인들은 8월과 9월에도 방북할 계획입니다. 김현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미국인 의사 2명이 지난 5월 북한을 방문해 의료 지원 활동을 하고 돌아왔다고 재미한인의사협회의 박기범 북한담당 국장이 밝혔습니다.
박 국장은 9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자신을 포함한 신경외과 의사 2명이 당시 북한 병원을 돌며 환자들을 진료하고 수술을 집도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박기범 국장] “May of this year, this time, there was only 3, there was travel ban at that moment…”
또 방북 기간 중 평양에서 열린 ‘평양의학과학 토론회’에도 참석해 북한의 의료 기술 발전 방안 등을 논의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박기범 국장] “해외에서 이렇게 초청해서 의학 과학자들이 모여 발표하는 건데요, 여기서 최근에 북한에서 연구하는 것에 대해 듣고 우리가 연구하는 것도 발표하고 했습니다.”
당시 북한 관영 노동신문은 발표자들이 질병예방과 치료사업에서 이룩한 연구성과와 경험, 민족의학과학기술발전과 인민보건사업에서 나서는 이론 실천적 문제들을 논의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번 방북은 미국 정부가 지난 9월 시행한 북한 여행금지 이후 미국 의료인들의 첫 방북 사례였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박 국장은 지난해 가을에도 방북 계획이 있었지만 여행금지 조치로 발이 묶였다며, 올해 초 특별 여권을 신청해 방북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다음달 동료 신경외과 의사 1명이 다시 북한을 방문하고, 자신은 9월 방북 계획이 잡혀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자신을 포함해 한국계 미국인 의사 3명이 평양의과대학, 적십자병원, 옥류아동병원에서 환자를 진료하고 신경외과 관련 수술을 집도할 예정이라는 설명입니다.
재미한인의사협회 소속 한국계 의사들은 북한의 조선의학협회와 협력해 지난 2007년부터 평양의학대학 병원 등의 의사들과 함께 수술을 집도하고, 병원에 필요한 의약품과 의료기술을 제공해 왔습니다. 이 같은 의료 지원 활동에는 신경외과 의사를 비롯해 방사선, 안과, 내과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의들이 참여해왔습니다.
특히 지난 2009년에는 처음으로 수두증 환자들을 내시경으로 간단히 수술하는 법을 북한 의료인들에게 전수해 주기도 했습니다.
박 국장은 미국 정부의 여행금지 조치 이후에도 의료인들의 방북은 가능하지만, 북한 당국의 허가만 필요했던 과거와 달리 미국 정부가 제시한 요건을 충족시켜야 하는 등 방북이 훨씬 까다로워졌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2년 전 함경북도 홍수 때 외에는 2007년 이후 북한이 방북을 막은 적은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박 국장은 이제 방북할 때마다 미국 정부로부터 특별 여권을 받아야 한다며, 그 절차가 너무 복잡한 것도 어려움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박기범 국장] “We got the permission and then we had to go to passport agency to apply for separate passport….”
우선 국무부로부터 승인서를 받은 뒤 또다시 한 차례 방북이 가능한 특별여권을 신청해야 하는 등 까다로운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미 국무부의 북한 여행금지 조치에 따르면 신청자는 우선 특별여행 신청 자격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국무부에 이메일이나 우편으로 신청서를 접수해야 합니다. 여기에는 북한 여행이 어떻게 국익에 부합되는지 이유를 설명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자료를 첨부해야 합니다.
승인될 경우 국무부로부터 승인서를 받게 되고, 이를 근거로 한 차례 방북할 수 있는 특별여권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박 국장은 이런 어려움 때문에 북한에서 의료지원 활동을 하려는 의사 수가 크게 줄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박기범 국장] “That in conjunction with travel ban made it difficult to get doctors to volunteer to go….”
여행 금지 이전에 10명 이상이 지원했다면 지금은 3명 정도로 줄었다는 설명입니다.
박 국장은 특히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로 인해 의약품과 의료기구를 북한에 지원하는 것도 매우 어려워졌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박기범 국장] “예를 들어서 장비를 보내려고 하면 regulations이 너무 심해서 이제는 아무것도 못 보내고요, 여기저기 logistically 많이 힘들어졌어요. Shipping, sending things, 이것 저거 보내는 것도 힘들고 travel ban로 들어가는 것도 힘들어졌죠.”
또 이 같은 제약으로 인해 최근에는 북한에 의약품이나 의료 기구를 전혀 보내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박 국장은 지난 10여 년간 신뢰를 바탕으로 대북 의료지원을 펼쳐왔다며, 최근 나타나는 미-북 관계 해빙 조짐이 양국간 의료 협력 활성화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현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