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는 북한의 서해위성발사장 해체가 비핵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청와대는 사전에 파악하고 있었던 내용이라고 밝혔고,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이달 초 북한을 방문했을 때 미사일 엔진시험장 폐기를 준비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이연철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한국 청와대는 24일 북한이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에 있는 서해위성발사장의 해체 작업에 돌입했다는 미국의 북한전문 매체 ‘38 노스’의 보도를 확인하면서,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남관표 국가안보실 2차장은 이날 취재진의 질문에, “비핵화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아무 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좋은 징조이고, 비핵화를 위해 차곡차곡 가고 있는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남 차장은 이어, “북한이 항간에서 얘기했던 것처럼 이벤트로 만들지 않고 진행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북한 나름대로 시기를 조절하기 위한 것인지 그 의도를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38 노스’ 보도에 대해 보고된 것이 있느냐는 질문에 “아침에 현안점검회의에서 관련 보고가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38 노스에서 이런 보도가 있었다는 보고가 된 것인가, 아니면 한국 정부도 이 동향을 파악하고 있었다는 보고가 된 것인가라는 질문에 “둘 다”라고 밝혔습니다.
조명균 한국 통일부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업무보고에서,북한이 평안북도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을 해체하고 있다는 보도와 관련해, “관련 동향을 주변국과 함께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조 장관은 “북측으로부터 사전 혹은 사후 통보를 받은 내용이 있느냐”는 질문에, “구체적으로 다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긴밀하게 서로 필요한 사항들은 주고받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달 초 평양을 방문했을 때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과의 면담 자리에서 김 부위원장이 ‘북-미 간 합의한 내용에 따라 미사일 엔진시험장 폐기를 준비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고 밝혔습니다.
조 장관은 “정부는 북한이 이번에 취한 조치가 북-미 정상회담의 후속 조치 이행에 기여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안심이라는 표현을 쓸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일단은 긍정적 방향”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한국 외교부는 관련 질문에 “정보 관련 사항에 대해서는 확인해 줄 수 없다”면서도 “다만 정부는 한-미 관계 당국 간의 긴밀한 공조를 바탕으로 관련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38 노스’는 23일 북한이 미사일 엔진시험장인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을 해체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이 매체는 지난 20일 촬영된 위성사진을 판독한 결과를 토대로 이같이 분석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6·12 미-북 정상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곧 미사일 엔진시험장을 폐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세종연구소의 정성장 연구기획본부장은 24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약속한 것을 이행하는 차원에서 북한이 이같은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미-북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북한이 먼저 선제적인 조치를 취한 것으로 풀이했습니다.
[녹취: 정성장 본부장] “현재는 미국이 (비핵화가) 완료되기 전까지는 제재를 풀지 않겠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북한이 먼저 주동적으로 선제적인 조치를 취하면서 (미국의) 입장 변화를 이끌어내는 그런 모습이라고 해석이 됩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미국 내 여론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는 북한이 부분적인 조치를 취한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보도 내용만으로는 북한이 서해위성발사장을 완전히 해체할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신범철 센터장] “자신들이 미사일 발사대를 해체할 수 있다는 맛보기, 이 정도만 나가고 미국에 종전 선언 등 자신들이 원하는 요구사항을 이행해 달라 하는 모습으로 나가는 건지 아직 모른다고 생각해요.”
신 센터장은 북한이 서해발사장 시설을 완전히 철거하면 비핵화 협상의 새로운 동력이 생기겠지만, 일부 조치만 취하고 더 이상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비핵화 협상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VOA뉴스 이연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