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한국전쟁 정전협정 기념일을 맞아 미군 유해를 송환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감사의 뜻을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이연철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한국전쟁 당시 북한 지역에서 전사 또는 실종된 미군 유해 55구를 실은 미군 수송기가 27일 오전 11시 오산 미 공군기지에 도착했습니다.
이날 오전 5시 55분 미군 유해 수송을 위해 원산으로 출발했던 미군 수송기가 한국 영공으로 진입하자 주한미군 F-16 전투기 2대가 귀환길을 호위했습니다.
의장대와 함께 사병 55명이 수송기까지 행진했고, 이어 한 명씩 수송기에 올라 유엔기에 쌓인 유해함을 들고 나왔습니다.
이후 유해함은 이동 차량에 실려 보관소로 옮겨졌습니다.
유엔군사령부는 이날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유엔군사령부는 오늘 주한미군의 지원 하에 55개의 유해 관을 북한으로부터 송환 받았다”고 확인했습니다.
빈센트 브룩스 유엔군사령관 겸 주한미군 사령관은 “광범위한 협조로 이루어진 성공적인 임무였으며 이제 우리는 전사한 장병들의 유해가 본국으로 송환되기 전 이들의 명예를 추모할수 있도록 준비할 것” 이라고 밝혔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7일 새벽 트위터에 “미군 병사들의 유해가 곧 북한을 떠나 미국으로 향할 것”이라며, “많은 세월이 흐른 뒤에 취해진 이번 조치는 많은 가족들에게 위대한 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김정은에게 고맙다”고 감사의 뜻을 밝혔습니다.
이보다 앞서 백악관의 새라 허커비 샌더스 대변인은 미국 시간으로 26일 밤 발표한 성명에서, “전사한 군인들의 유해를 실은 미국 공군 C-17 항공기가 북한 원산을 떠났다”고 확인했습니다.
그러면서, “C-17 항공기가 미군 유해를 오산 공군기지로 이송하고 있다며, “ 이 곳에서 8월1일 공식 송환식이 열릴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샌더스 대변인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역사적인 싱가포르 회담에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미-북 관계 변화, 영구적인 평화 구축을 위한 대담한 첫 발걸음을 뗐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오늘 김 위원장은 미군 유해를 송환하겠다고 대통령에게 한 약속의 일부를 지켰다”며 "우리는 북한의 행동과 긍정적 변화를 위한 추진력에 고무됐다”고 말했습니다.
문재인 한국 대통령은 27일 전군지휘관회의 모두발언에서, “오늘은 정전협정 65주년이기도 하다”며 “오늘에 맞추어서 미군 유해 55구가 송환되는 좋은 일도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외교부는 보도자료에서, 북한의 미군 유해 송환이 미군 전사자와 유가족들의 아픔을 치유하는데 기여할 수 있는 인도주의적 조치라는 점에서 이를 매우 환영한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이번 송환이 미-북 간 신뢰 구축에 기여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평가하며,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증진하고자 하는 당사자들의 노력이 더욱 더 가속화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미군 유해 송환은 지난달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미-북 정상회담 합의에 따른 것입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북한의 이번 조치가 6.12 미-북 정상회담의 합의사항을 이행했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조치가 비핵화 협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비핵화 협상의 진전을 위해서는 북한이 태도를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신범철 센터장] “북한이 현재 살라미 전술을 하면서 자신의 핵 능력을 하나 하나 따로 협상하고 따로 보상받는 접근을 하는데, 이것을 빠른 궤도로 바꿔서 신고 검증 폐기라는 예측가능한 협상 구도로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신 센터장은 실무회담을 통해 새로운 협상틀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진다면 현재 답보 상태인 비핵화 협상에 희망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북한이 실무회담에서 신고 검증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북한이 최근 각종 매체를 통해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종전 선언도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김용현 동국대학교 교수는 북한의 미군 유해 송환이 이번 한 번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 오랫동안 계속될 작업이라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작업이 비핵화 협상의 윤활유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녹취: 김용현 교수] “그래서 북-미 간의 끈을 연결시켜 주는, 트럼프와 김정은 두 사람의 끈을 연결시켜 주는 역할을 유해 송환이 한다고 봐야 될 것 같고, 그것이 좀 더 나아간다면 비핵화에 새롭게 불을 지피는데 불쏘기개 역할을 하는 그런 부분에서도 부분적인 의미는 있다고 보고요.”
김 교수는 서해위성발사장 해체에 이은 미군 유해 송환이 미-북 합의에 대한 부정적인 미국 내 여론을 누그러뜨리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트럼프 행정부도 북한이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종전 선언에 대해 유연성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 교수는 종전 선언이 비핵화를 위한 북한의 다음 조치를 이끌어내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통일연구원의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비핵화와 미-북 관계 개선을 위한 조치들을 차근차근 취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에 비핵화 협상과 미-북 관계 개선을 위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입증한 것이라고 풀이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이번 미군 유해 송환으로 비핵화 협상에 새로운 동력이 생기는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선임연구위원] “트럼프 대통령은 좀 더 확실한, 비핵화의 몸통에 해당하는 행동을 보여주기를 원하고 있고, 북한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유일한 협상의 레버리지인 비핵화 부분에서 빠른 속도로 하기에는 부담을 가지고 있는 거죠.”
조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종전 선언 등 미국이 행동 대 행동의 원칙에 따른 조치를 취해주기를 원하고 있지만, 미국은 북한에 대해 신뢰할 수 있는 확고한 조치를 취해주기를 원하면서, 서로 충돌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아산정책연구원의 최강 부원장은 북한의 미군 유해 송환이 미-북 관계 개선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최강 부원장] “과거와 같은 갈등과 군사적인 충돌 상황으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일단 최소한 거기까지는 바라볼 수 있는데, 그렇다고 북 핵 문제와 관련돼 큰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보기에는 아직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최 부원장은 북한이 유해 송환을 계기로 종전 선언과 평화협정 체결을 공세적으로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VOA뉴스 이연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