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월요일 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 입니다. 북한 경제가 `고난의 행군' 이후 20년 만에 최악의 상황을 맞았습니다. 제재로 최대 돈줄인 석탄 수출이 중단됐고, 공장도 돌지 않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올해 경제 사정은 더 나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집권 이후 최악의 경제성적표를 받아 들었습니다.
한국의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 3.5%로 뒷걸음쳤습니다. 이는 `고난의 행군'(1995-1997)이후 20년 만에 최악의 경제성장률이라고 보고서를 작성한 한국은행 경제통계국 강창구 차장은 말했습니다.
[녹취: 강창구] ”2017년 경제성장률이 전년 대비 3.5%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90년대 고난의 행군 이후 최저로 경제가 감소한 겁니다.”
북한 경제가 이렇게 악화된 가장 큰 이유는 제재로 광물 수출이 전면 중단됐기 때문입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전년도 8.4% 성장했던 광업은 지난해에는 마이너스 11%로 후퇴했습니다.
북한은 ‘석탄으로 먹고 산다’고 할 정도로 광물 수출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석탄과 철광석은 총 수출의 40%를 차지하며, 금액으로는 10억 달러에 이릅니다. 또 석탄 수출로 번 돈이 노동당과 군부, 국영기업, 돈주, 장마당, 광부 호주머니에 들어가야 경제가 돌아가는 구조입니다.
그런데 중국이 지난해 2월부터 북한산 석탄 수입을 전면 중단했습니다. 석탄 수출이 중단되면서 탄광을 운영하던 국영기업과 돈주는 물론 군부도 큰 타격을 입었다고 북한 통일전선부 간부 출신 탈북민 장진성 씨는 말합니다.
[녹취: 장진성] ”군 경제가 심대한 타격을 입었습니다. 왜냐면 군에 석탄독점권을 줬는데, 석탄을 팔아야 외화로 군복이나 군수물품을 사올 수 있는데, 이게 끊기니까, 군 경제가 망가졌다는 애기를 들었습니다.”
광업에 이어 지난해 마이너스 10%를 기록한 분야는 철강과 비료, 정유 등 중화학공업입니다. 김책제철소 같은 중공업 설비가 돌아가려면 철강 생산에 필요한 원,부자재와 함께 전력이 충분히 공급돼야 합니다. 그런데 지난해에는 외화 부족으로 자재 공급이 원활치 못했다고 한국은행 강창구 차장은 말했습니다.
[녹취: 강창구]”가장 중요한 게 철강 생산에 필요한 코크스가 있는데, 이걸 전량 수입해야 하는데, 그런 것을 수입을 못하거나 원활치 않은 것에 기인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에너지 사정도 나쁩니다. 북한이 핵, 미사일 개발을 강행하자 중국은 지난해 4월부터 대북 석유 공급을 제한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평양의 휘발유 가격은 kg당 9천원 선으로 지난 봄에 비해 2배 가까이 올랐습니다.
기름값 상승은 장마당을 위축시켰습니다. 그동안 장마당 상인들은 ‘써비차’ 등 자체 수송망으로 물건을 운반했는데, 기름값이 오른데다 단속이 강화되면서 화물 운송이 어려워졌다는 겁니다. 한국에너지경제연구원의 김경술 박사입니다.
[녹취: 김경술] ”저쪽 라진에서 수입한 물동량이 평성, 평양으로 오고, 신의주에서 수입하는 물건이 라진으로 가는데 어려움이 없었는데, 제재가 이행되면서 석유 공급이 줄고, 당국이 사적 수송 수단을 제한하면서 수송 시스템 자체가 한동안 제대로 이행되기 어려운 국면이 있었어요.”
각종 물품을 생산하는 공장과 기업소 등 제조업도 피해를 입었습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제조업은 마이너스 6.9%를 기록했습니다.
북한의 공장이 잘 돌지 않는다는 것은 김정은 위원장의 현지 지도에서도 확인됩니다. 김 위원장은 최근 평안북도 신의주 방직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자재와 자금 노력 타발만 한다”며 관계자들을 질책했습니다.
[녹취: 중방] “이 공장에서는 보수도 하지 않은 마구간 같은 낡은 건물에 귀중한 설비들을 들여놓고 건물 보수를 땜때기식으로 하고 있으며…”
가뜩이나 어려운 북한의 외화 사정은 한층 빡빡해진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북한의 지난해 수입은 37.8억 달러였으나 수출은 28억 달러에서 17억 달러로 전년 대비 37%나 감소했습니다.
북한은 그동안 석탄을 비롯한 광물과 무기 수출, 관광, 개성공단, 밀무역, 섬유 임가공, 해외 노동자 송금 등 4-5개 경로로 외화를 조달해 왔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수출길이 막혔으며 연간 9천만 달러를 벌이들이던 개성공단도 이미 폐쇄됐습니다.
미국의 북한 경제 전문가인 윌리엄 브라운 조지타운대 객원교수는 평양의 외환보유고가 날마다 줄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Right now, I think the pressure very much on him. I think it hugely on him because up to now…”
한국의 강인덕 전 통일부 장관은 외화난으로 김정은 위원장의 통치자금도 줄어들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강인덕] "가장 중요한 것이 외화벌이고, 노동자들이 달러를 많이 벌어왔는데, 이게 중단됐기 때문에 김정은 위원장의 통치자금도 말라가는 것이 아닌가.”
북한의 경제난은 경제 분야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상당한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올해는 북한의 공화국 창건 일흔 돌이 되는 해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올 1월1일 신년사에서 올 9.9절과 노동당 창건일인 10월10일을 민족의 대경사로 기념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북한은 지난 4월 열린 당 중앙위원회 제7기 3차 전원회의에서 ‘핵-경제 병진 노선’ 대신 경제 건설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러나 대북 제재는 북한이 추진하는 ‘경제건설 대진군’ 노선에 차질을 불가피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내놓을 만한 경제적 성과가 없습니다. 기껏해야 2013년에 만든 마식령 스키장과 평양 여명거리 정도입니다.
북한 당국이 2016년부터 추진해온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도 달성하기 어렵고 경제특구와 경제개발구 사업도 제대로 되는 것이 없습니다. 강인덕 전 장관은 북한 경제 사정이 올해 더 나빠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강인덕]”지금 전력을 다해서 제재 아래서 뭔가를 해보려 하는데, 자력갱생 방법으로, 워낙 없어요. 그래서 올해 더 큰 어려움을 겪을 겁니다.”
전문가들은 경제 회생을 위해 북한 수뇌부에게 남은 선택은 과감한 비핵화로 제재를 풀고, 중국과 한국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VOA 뉴스 최원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