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 입니다. 지금 이 시각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제51차 아세안 외무장관 회의와 관련 일정이 오늘(2일) 싱가포르에서 개막했습니다. 중국과 남중국해 충돌방지 행동준칙(COC) 초안에 합의했는데요. 또 어떤 의제들이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이란의 하산 로하니 대통령이 경제 위기와 관련, 의회에 출석할 예정이고요. 짐바브웨에서 대선과 총선을 치른 뒤 폭력 사태가 이어지는 상황,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진행자) 아세안 외무장관 회의가 시작됐군요?
기자) 네.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아세안) 외무장관들이 오늘(2일) 싱가포르에 모여 회의를 열었습니다. 곧바로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는데요. 꾸준한 혁신을 통해 10개 회원국이 공동 번영하기 위한 ‘비전 2025’에 전념하자고 합의했습니다. 이어서, 테러와 극단주의 폭력에 함께 대처하고, 지역 안보와 평화를 공동 추구하는 한편, 인권과 해상협력에도 더 신경을 기울이기로 뜻을 모았습니다.
진행자) 아세안이 전념하기로 한 ‘비전 2025’가 뭔가요?
기자) 경제 발전 공동실행 계획입니다. 무역 이익을 높이기 위해, 아세안 회원국끼리의 교역량을 2025년까지 현재의 두 배로 늘리는 게 골자인데요. 상품과 서비스(용역)을 수출·입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비용도 2020년까지 10% 줄이는 내용입니다.
진행자) 공동선언문을 냈는데, 더 중요한 일정들이 남아있다고요?
기자) 아세안 회원국끼리 여는 회의는 오늘(2일) 하루 일정으로 끝났지만, 오는 토요일(4일)까지 후속 회의들이 이어집니다. 후속 회의라지만, 어쩌면 더 중요한 일정일 수 있는데요. 아세안과 미국, 아세안과 중국, 이렇게 주요 비회원국들과 현안을 논의하는 시간이 계속됩니다.
진행자) 중국과는 벌써 현안 논의가 시작됐다고요?
기자) 네. 남중국해 일대에서 우발적인 충돌을 막기 위한 ‘행동준칙(COC ·Code of Conduct)’ 초안에 오늘(2일) 합의했습니다. 아세안 의장국인 싱가포르의 비비안 발라크리쉬난 외무장관과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 겸 외교담당 국무위원이 합의 사실을 언론에 밝혔는데요. 초안을 토대로 계속 행동준칙을 수정· 보완해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남중국해 행동준칙 초안, 어떤 내용인가요?
기자) 내용은 양측이 아직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아세안 각국과 중국 사이에 군용 직통통신망(핫라인)을 개설하는 항목 등이 앞서 거론돼 왔는데요. 싱가포르 유력 매체인 ‘스트레이트 타임스’는, 행동준칙의 틀을 잡았다거나, 윤곽을 마련했다는 비슷한 이야기가 이전에도 여러 차례 나왔던 점을 들어, 이번 합의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중국의 남중국해 군사시설 구축에 시간을 벌어주고, 명분도 세워 주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비슷한 합의가 여러 번 나왔다고 했는데, 작년에도 나왔었죠?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해 이맘때 필리핀에서 열린 아세안-중국 외무장관 회의에서 ‘행동준칙’ 기본 틀에 양측이 합의했는데요. 1년 만에 달라진 게 있다면, 기본 틀을 만들었던 데서, 초안의 문구를 구체적으로 정했다는 정도입니다. 아세안 의장국인 싱가포르의 비비안 발라크리쉬난 외무장관은 2일, 초안 합의를 중대한 이정표라고 환영했고요.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도 좋은 소식이라고 환영했습니다.
진행자) 아세안과 중국이 남중국해 ‘행동준칙’을 논의해온 이유는 뭐죠?
기자) 중국은 남중국해 90% 이상을 자국 영해로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필리핀, 베트남, 말레이시아, 브루나이와 통행·어업·자원개발권 등을 놓고 분쟁이 이어졌고요. 최근에는 인도네시아까지 가세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중국이 바다 곳곳의 작은 섬들과 암초 사이를 메워 군사시설을 짓고 있는데요. 이 때문에 무력 충돌 위험이 높아졌고, 그걸 방지할 규칙을 논의해온 겁니다.
진행자) 남중국해 문제 외에, 아세안과 중국 사이 현안은 어떤 게 있나요?
기자)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라는 다자간 무역협정 체결 문제가 있습니다. 중국이 주도하는 협정인데요. 중국과 아세안 10개 나라 외에,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인도 등 총 16개국이 참가합니다. 아세안 의장국인 싱가포르 리센룽 총리는, 세계 경제에서 의미 있는 세력이 되려면 회원국들의 연대가 중요하다고 오늘(2일) 강조했는데요. 당초 미국이 주도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가를 모색하던 아세안은, TPP에서 미국이 탈퇴하면서 RCEP에 집중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진행자) 그러면, 아세안과 미국 사이에는 어떤 사안을 논의하게 되나요?
기자) 얼마 전 미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 관여를 더 넓히는 목적으로, 아시아 각국의 에너지· 기술· 사회 기간시설에 1억1천300만 달러 투자 계획을 발표했는데요. 아세안 측이 여기에 어떻게 응답할지가 주요 현안입니다. 마이크 폼페오 미 국무장관은 이 같은 투자계획을 중심으로 미국의 경제적 관여를 설명하고, 새로운 안보 협력 강화 구상도 아세안 측에 내놓을 예정입니다.
진행자) 안보 이야기가 나왔는데, 일정 마지막 날인 토요일(4일), 관련 회의가 있죠?
기자) 네. 아세안 주관으로 미국과 중국, 러시아, 한국, 일본 등 주요국 외무장관들이 참가하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이 진행되는데요. 핵심 주제는 한반도 비핵화가 될 전망입니다. 북한의 리용호 외무상도 참석하는데요. 폼페오 미 국무장관이 리 외무상을 별도로 만날지 주목되는 가운데, 구체적인 관련 계획은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듣고 계십니다. 이란 의회가 경제 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물어 하산 로하니 대통령을 소환하기로 했다고요.
기자) 네, 이란 의회가 하산 로하니 대통령에게 앞으로 한 달 안에 의회에 출석해 국가의 경제 위기 상황에 대해 설명할 것을 요구했다고 이란 관영 매체가 1일 보도했습니다. 로하니 대통령은 최근 미국과 이란의 관계 악화에 따른 경제 위기 속에 강경파 의원들로부터 각료 교체 등의 압박을 받아왔는데요. 의회가 로하니 대통령에게 청문회 출석을 요구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진행자) 로하니 대통령으로서는 상당히 곤혹스러운 상황이겠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로하니 대통령은 지난 2015년 서방국가들과 전격적으로 이란 핵 합의를 체결하는 등 실용주의 중도파 정치인으로 평가받아온 인물인데요. 하지만 지난 5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핵 합의에서 미국의 탈퇴를 선언하고, 원유 수출 봉쇄 등 이란에 대한 제재를 다시 부과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정치적 입지가 크게 흔들리고 있습니다.
진행자) 지금 이란은 경제 사정도 매우 좋지 않은 상황이죠?
기자) 맞습니다. 현재 이란 화폐인 리알화의 가치는 지난 4월 이래 거의 절반 이상 폭락했고요. 물가 상승과 식수 부족, 정전, 높은 실업률까지 이어지면서 최근 몇 달간 이란 곳곳에서는 정부의 무능과 부정부패를 항의하는 시위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란 의원들은 로하니 대통령에게 경제 정책 실패와 함께 이란 핵 합의가 타결된 지 2년이 넘도록 이란 은행들이 국제 금융서비스에 여전히 제한적 접근만 가능한 이유에 대해서도 추궁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최근 로하니 대통령이 중앙은행 총재를 교체한 것도 이런 압박 때문일까요?
기자) 그렇습니다. 로하니 대통령은 지난주 리알화 가치 급락을 통제하지 못한 중앙은행 총재를 전격 교체했습니다. 또 31일에는 정부 대변인의 사임도 수락했는데요. 경제 위기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경제 장관도 경질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진행자) 이런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하산 로하니 대통령과의 만남을 전격 제안하지 않았습니까?
기자) 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워싱턴을 방문한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와의 공동 기자회견 중, 이란이 원한다면 아무런 전제 조건 없이 로하니 대통령과 만날 의향이 있다고 말했는데요. 오는 6일 재개되는 이란에 대한 미국 정부의 경제 제재를 앞두고 최고의 긴장 관계로 치닫던 양국의 관계에 돌파구가 마련될지 관심이 집중됐습니다.
진행자) 이란 정부, 어떤 반응을 내놓고 있습니까?
기자) 하산 로하니 대통령은 다음날(31일) 공식 석상에서, 이란 핵 합의의 성패 여부는 이제 유럽에 달려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만남 발언에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모하마드 알리 자파리 이란혁명수비대 총사령관은 31일, 이란은 결단코 미국과 대화를 하지 않을 것이라며 일축했습니다.
진행자) 이란은 군부의 입장이 상당히 중요하죠?
기자) 그렇습니다. 이란은 군부가 국방· 안보 분야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외교 분야까지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에 군부의 입장이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습니다. 또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도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핵 합의에서 탈퇴했을 때 협상은 끝났다고 말하는 등 대부분의 이란 고위 관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화 제안을 일고의 가치도 없는 환상이라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진행자) 이란 국민 여론은 어떻습니까?
기자) 거리에서 만난 이란의 보통 시민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대화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미국과의 협상을 지지했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습니다. 지금도 경제가 좋지 않은데 앞으로 더 나빠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대부분인데요. 이란인들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직접 대화가 현재 이란이 직면하고 있는 민생 현안들을 해결하는 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한 가지 소식 더 듣겠습니다. 아프리카 짐바브웨에서 폭력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고요?
기자) 네. 부정선거 의혹에 항의하는 시민들에게 짐바브웨 군·경이 발포해, 3명이 사망했습니다. 현지 언론과 주요 외신들은 어제(1일) 수도 하라레의 선거관리위원회 주변에서 수백 명이 시위를 벌였고, 무장 병력이 장갑차 등을 동원해 진압에 나섰다고 전했는데요. 실탄을 쏘며 시위대를 해산시키는 과정에서 인명피해가 발생했습니다.
진행자) 시위가 벌어진 경위를 살펴보죠?
기자) 지난 월요일(30일) 동시에 실시한 대선과 총선 결과에 대한 시위입니다. 집권 여당 ‘짐바브웨아프리카민족동맹애국전선(ZANU-PF)’이 과반을 확보할 것이라는 중간 개표 결과가 나온 직후, 야당 지지자들이 선관위 주변에 모였는데요. 정작 대선 결과는 발표를 미루겠다고 선관위가 밝히면서,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시위가 격화됐습니다.
진행자) 부정선거 의혹에 항의하는 시위라고 했는데, 어떤 게 부정이라는 거죠?
기자) 선관위가 대선 결과를 조작하기 위해 발표를 지연시키고 있다는 게 최대 야당 ‘민주변혁운동(MDC)’과 지지자들의 주장입니다. 선관위 측은 당초 어제(1일) 오전 10시에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했다가, 24시간 정도 여유가 필요하다며 계획을 바꿨습니다.
진행자) 국제사회는 이 일을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기자) 유럽연합(EU)이 주도한 국제 선거 감시단은 “왜 대선 결과 발표를 미루겠다는 건지 알 수 없다”면서, “대선 개표는 총선보다 먼저 실시됐다”고 밝혔습니다. 발표를 연기할 이유가 딱히 없어 보인다는 건데요. 감시단에 참가한 앨런 존슨 설리프 전 라이베리아 대통령은 “대선 결과 발표가 늦어질수록 선거의 신뢰도가 낮아질 수밖에 없다”며 신속한 공개를 요구했습니다.
진행자) 이번 대선은 37년 세계 최장기 집권자였던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이 지난해 하야한 뒤 첫 선거여서 의미가 컸죠?
기자) 그렇습니다. 에머슨 음난가그와 현 대통령과 민주변혁운동 넬슨 차미사 대표가 맞대결했는데요. 양측이 모두 승리를 장담한 바 있습니다. 차미사 대표는 자신이 승리했다면서 음난가그와 대통령도 이런 사실을 알기 때문에 발표를 늦추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