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비핵화를 위한 미국과 북한 간 협상이 교착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돌파구 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한국 청와대는 3차 남북정상회담에 열려 있다고 밝히고 있지만, 전문가들의 견해는 엇갈리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이연철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세안 지역안보 포럼(ARF)에서 미국과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면서,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직접 나서 양측을 중재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월26일 판문점에서 2차 남북정상회담을 열어 무산 위기에 처했던 미-북 정상회담에 동력을 제공했듯이, 3차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교착 상태인 북한 비핵화 협상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겁니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는 4일 남북정상회담 100일 째를 맞아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남북 정상이 합의한 올 가을 평양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청와대는 이어 6일, 남북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에 대해 항상 열려있다고 밝혔습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남북정상회담 일정을 묻는 질문에, 두 정상이 2차 남북정상회담에서 필요하면 언제든지 만날 수 있다는 점에 합의했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그러나, 김 대변인은 지금 시기를 말하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덧붙였습니다.
한국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의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은 지금은 최고위급이 직접 나서는 톱 다운 방식의 접근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선임연구위원] “북-미, 그리고 남북 최고위급 정상회담에서 합의를 하고 실무선에서 이행 과정 로드맵을 짜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기 때문에 거기서 진척이 없는 거죠. 그러니까 다시 한 번 톱 다운 방식의, 최고 지도자 차원의 신뢰를 조성하는 방안이 유력하죠.”
조 선임연구위원은 미국과 북한이 비핵화 협상의 판 자체를 깨려고 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6.12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도 한국 정부 노력의 일환으로 성사가 된 것이라며, 지금 한국 정부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고 말했습니다.
김준형 한동대학교 교수도 현재의 교착 상태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남북정상회담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되기 위해서는 먼저 종전 선언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준형 교수] “사실 그럴려면 확실히 종전 선언이 된다는 전제가 깔려 있어야 되겠죠. 가서 두 정상의 회담을 하고 결정할 수는 없는 것이니까 그 전에 그 것들이 어느 정도 예상이 되고 합의가 돼야 가는 것이고...”
김 교수는 미국을 설득해 먼저 종전 선언을 하도록 하고, 곧바로 북한이 신고서 제출과 일부 핵 폐기 같은 비핵화 조치를 하도록 만드는 것이 한국 정부가 해야 할 일이자, 가장 좋은 시나리오라고 말했습니다.
김 교수는 특히 미국이 관건이라며, 현재 트럼프 대통령이 내부 비판 때문에 종전 선언을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문성묵 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관건은 북한의 비핵화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태도를 바꾸지 않는 한 남북정상회담으로 돌파구를 마련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녹취: 문성묵 센터장] “만나서 뭔가 접점이 이루어질 수 있다면 좋겠지만, 김정은 위원장이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했지만 행동으로 보여주지 않고 있잖아요. 이런 상황에서 생각을 바꾸지 않고 다시 만난들 어떤 가시적인 효과가 있겠나, 그러네요.”
문 센터장은 지금은 신뢰를 바탕으로 한 미국과의 확고한 공조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아산정책연구원의 최강 부원장은 3차 남북정상회담은 대화의 모멘텀을 유지하기 위해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결단을 받아내는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같은 목표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남북정상회담에 너무 집착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최강 부원장] “우리가 정상회담에 목을 맬수록 북한은 정상회담 카드를 우리한테 역으로 이용할 수 있죠.”
최 부원장은 한국 정부가 2차 남북정상회담 같은 전격적인 조치 보다는 안보 문제에 대한 핵심적인 문제들을 거론하고 이 문제들을 타개하기 위한 3차 남북정상회담을 목표로 삼되, 시점에 대해서는 유연성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이연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