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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전문가들 “비핵화와 더불어 포괄적 평화·안보 추구해야”… ‘비현실적 접근’ 지적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첫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첫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비핵화에만 초점을 맞추지 말고 포괄적인 평화·안보 대북 정책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이 일부 미 전문가들 사이에 나오고 있습니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쉽게 교착상태에 빠질 수 있는 비핵화에만 집중하지 말고 한반도 평화체제, 미북 안보 동반자 관계 추진 등 창의적 접근을 병행할 때 비핵화도 견인할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하지만 다수의 미 전문가들은 비핵화와 북한의 전략 변화가 검증돼야 그런 접근도 모색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국무부 고위 자문관을 지낸 필립 젤리코 버지니아대 석좌교수는 최근 한국에서 열린 국제회의와 미 언론 기고 등을 통해 비핵화에만 얽매이지 않는 포괄적인 대북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비핵화에만 과도하게 집중해 교착상태에 빠졌던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말고 남북관계와 경제 협력, 인도적 지원과 인권 등을 여러 트랙으로 나눠 동시에 추구해야 비핵화도 견인할 수 있다는 겁니다.

젤리코 교수는 핵 협상이 풀지 않으면 모든 게 막히고 위기가 다시 고조되는 악순환을 막아야 한다며, 이를 고속도로 요금을 받는 톨게이트 차선을 하나만 열어 교통이 정체되는 병목현상에 비유했습니다.

토마스 피커링 전 국무부 정무차관과 필립 윤 전 국무부 대북정책 선임보좌관 등 전직 관리와 전문가 5명도 지난달 발표한 공동 대북정책 제안서(From Enemies to Security Partners: Pathways to Denuclearization in Korea)에서 비슷한 제안을 했습니다.

북한 정부가 점증하는 핵·미사일 능력으로 지렛대를 더 강화하고 있기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가 미-북 안보 동반자 관계 구축 등 기존과 근본적으로 다른 대북 접근을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공동 저자인 필립 윤 전 선임보좌관은 16일 VOA에 기존의 대북정책이 근본적으로 실패했기 때문에 적대관계에서 우호적인 관계로 전환하는 근본적인 변화를 시도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진정성을 시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윤 전 선임보좌관] “The US policy towards to North Korea has essentially failed for the last…”

평화협정을 포함해 안보 사안을 근본적으로 개선하지 않으면 북한이 비핵화할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이런 근본적인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윤 전 선임보좌관은 과거 자신이 관여했던 협상에 나선 북한 관리들은 모두 일관적으로 평화협정의 부재가 비핵화와 관계 개선의 걸림돌이라고 말했다고 회고했습니다.

[녹취: 윤 전 선임보좌관] “They said that the peace treaty was an obstacle, not having, we are under state of war….”

북한 관리들은 적과 마주한 전쟁 상태에서 우리는 절대로 어떤 무기도 포기할 수 없고 이런 걸림돌이 제거될 때까지 미국을 신뢰할 수 없다고 말했다는 겁니다.

윤 전 선임보좌관 등 전문가들은 정책제안서에서 북한이 요구하는 미-북 동맹 체결은 두 나라의 대조적인 제도와 독재정권을 정당화할 수 있다는 의회 등의 반대에 부딪혀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따라서 미-한 동맹을 유지하면서 북한과 안보 동반자 관계를 체결해 주한미군이 남북한 사이의 중심적인 억지와 역내 안정 역할을 하는 방식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또 유엔사령부의 임무 전환을 통해 남북한 군대와 미군의 안보협력 공조 방안도 검토해 볼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미국이 북한의 안보 우려를 제거하고 한국이 남북한 평화 건설의 정치적·경제적 비용을 감당하면 일본과 러시아, 중국도 선택의 여지가 없을 것이란 주장입니다.

제임스 클래퍼 전 국가정보국장도 최근 출판한 새 저서(facts and fears)에서 비슷한 제안을 했습니다.

클래퍼 전 국장은 대북 정책에 “장기적인 게임 전략”이 필요하다며 “합리적인 첫 조치로 평화조약(treaty)에 대한 북한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것일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자신이 민간인 시절 참석했던 회의에서 뉴욕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외교관은 유엔사령부의 임무를 남북한 사이의 완충 역할을 하는 평화유지군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말하기도 했다며 미국의 사고 전환을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정책 전환을 통해 미국이 주한미군 철수에 관한 로드맵을 제공하고 상응조치로 북한이 비무장지대 인근의 많은 재래식 병력과 무기를 감축한다면 작은 사건으로도 핵전쟁으로 빠르게 고조될 수 있는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겁니다.

젤리코 전 자문관과 5명의 정책제안서, 클래퍼 전 국장의 제안은 모두 북한의 안보 불안을 우선적으로 해결하며 비핵화에만 몰두하지 말아야 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와 대다수 미 전문가는 여전히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헤더 노어트 국무부 대변인은 14일 정례브리핑에서 미국은 여러 나라가 평화로 나아갈 수 있게 하는 평화 체제를 지지하지만, 미국의 주요 관심사는 한반도의 비핵화라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노어트 대변인] “Look, we support a peace regime, a peace mechanism by which countries can move forward toward peace...... But our main focus is on the denuclearization of the Korean Peninsula, and that’s something we’ve been very clear with many governments about.”

데니스 와일더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도 16일 VOA에 클래퍼 전 보좌관의 주장은 너무 멀리 간 것이라며 명백히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와일더 전 선임보좌관] “I’m clearly not on the same place as general Clapper…”

클래퍼 전 국장 등 근본적인 대북정책의 전환을 요구하는 주장들은 모두 북한이 장거리 핵미사일을 만들고 배치하는 활동에 관여하지 않을 때 가능하다는 겁니다.

와일더 전 선임보좌관은 북한의 의도는 핵 국가로 인정받으려는 것이라며 실질적인 비핵화 결의의 이행 없이 선의로 북한의 요구에 따라가면 오히려 전쟁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민주주의수호재단의 데이비드 맥스웰 선임연구원은 북한에는 핵 문제 말고도 반인도적 인권 범죄와 재래식 무기 위협 등 다양한 사안들이 있기 때문에 비핵화에만 집중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에는 동의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안보 우려를 먼저 해소하며 근본적인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는 주장은 미한 동맹과 한국의 안전을 오히려 위협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녹취: 맥스웰 선임연구원] “how much do you want to gamble? How much do you want to trust Kim family regime?

북한의 대남 통일 전략과 강압적 외교, 미한 동맹을 분리하려는 북한의 전통적인 전략이 변했다면 그런 제안들을 적극 지지할 수 있겠지만, 검증된 게 하나도 없는 상황에서 얼마나 많은 도박을 하고 김씨 정권을 얼마나 신뢰해야 하느냐는 겁니다.

필립 윤 전 선임보좌관은 그러나 비핵화와 평화 프로세스는 동시에 추진할 수 있다며, 비핵화 협상을 지금처럼 그대로 하면서 김정은 위원장이 얼마나 미-북 관계 개선을 갈망하는지를 시험해 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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