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절반은 북한을 여전히 '적국'으로 생각하지만, 북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다소 줄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또 유권자들은 특정 국가에 대한 대통령의 인식이 자신과 다르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박형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해 9월, 유엔총회 연설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녹취: 트럼프 대통령] "Rocket Man is on a suicide mission for himself"
미사일 도발을 멈추지 않았던 북한 김정은 위원장을 '로켓맨'으로 부르며, '자살행위'를 하고 있다고 맹비난했습니다.
1년 뒤, 트럼프 대통령의 평가는 사뭇 달라졌습니다.
[녹취: 트럼프 대통령] "Kim Jong Un, he really has been very open and I think very honorable from everything we’re seeing"
"개방적이며 훌륭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습니다.
정상회담을 하고 비핵화 협상에 나서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우호적인 표현'을 주저하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에 대한 미국인들의 인식도 달라졌을까?
미국인 절반은 여전히 북한을 '적국'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여론조사 기관 '유거브'를 통해 8월 12일~14일 사이 미국인 1천5백 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입니다.
유거브는 응답자들에게 11개 국가에 대한 인식을 '동맹·우호국·비우호국·적국''으로 분류하도록 주문했습니다.
북한을 '동맹'과 '우호국'으로 꼽은 비율은 각각 2%와 6%에 불과한데 반해, 51%는 '적국', 24%는 '비우호국'으로 답해, 부정적 인식이 압도적입니다.
북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미국과 전통적으로 갈등 관계에 있는 이란, 러시아, 중국보다 다소 높았습니다.
다만, 최근 1년 동안 이들 3개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조금씩 증가했지만 북한에 대한 부정적 응답은 다소 줄어든 게 특징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들 국가들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엔 조금 다른 결과가 나왔습니다.
유권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적국으로 인식하는 국가로 이란을 꼽았습니다.
51%가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을 적국으로 생각할 것이라고 답했지만 북한을 꼽은 응답자는 31%였습니다.
또 트럼트 대통령은 북한을 '우호국'으로 여길 것이라는 응답도 22%가 나왔습니다.
북한을 적국과 우호국으로 간주한 일반 유권자 비율이 각각 51%와 6%로 집계된 것을 고려할 때 응답자들은 대통령과 미국민 인식 간의 간극을 느끼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흥미로운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비우호국'으로 인식할 것"이라고 답한 비율(21%)과 "트럼프 대통령이 멕시코를 비우호국으로 인식할 것"이라는 비율이 같다는 점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민과 무역 문제로 멕시코와 각을 세우고 있는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입니다.
이코노미스트는 유권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들보다 북한·러시아를 더 '친근하게' 느끼는 반면, 캐나다·영국·독일 등 전통적인 우방국에 대해서는 더 부정적인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또 대통령의 외교 행보가 지지자들에겐 다소 영향을 주지만, '동맹과 적국'에 관한 미국인들의 일반적 인식은 쉽게 달라지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이코노미스트는 분석했습니다.
한편, 앞서 발표된 다른 기관들의 여론조사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북 정상회담을 개최한 이후 북한에 대한 미국인의 인식이 조금씩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미 NBC 방송이 지난달 19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는 북한을 적으로 생각하는 미국인이 1년 전 69%에서 38%로 줄었고, 우호적으로 생각한다는 응답은 3%에서 11%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갤럽은 지난달 14일 미국인 절반 정도가 북한을 '적국'이라고 인식하지만, 그 비율은 5년 전보다 10% p 줄어들었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VOA 뉴스 박형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