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문제를 오랫동안 다뤄온 미국의 전직 관리들은 종전 선언 채택 문제와 관련해 엇갈린 입장을 내놨습니다. 단순히 전쟁을 끝내는 종전 선언 채택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주장과 근본적인 안보 환경이 바뀌지 않는 이상 의미 없는 문서일 뿐이라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김영남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미국의 일부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종전 선언 약속을 이행하지 않기 때문에 미-북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졌다는 분석을 연일 내놓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전직 대북 협상가들과 전문가들은 협상 진전을 위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종전 선언 약속을 해야 한다는 주장과 근본적인 안보 상황이 바뀌지 않은 상태에서의 선언은 종이조각에 불과하다는 의견으로 엇갈렸습니다.
로버트 갈루치 전 미 국무부 북 핵 특사입니다.
[녹취: 갈루치 전 특사] “I think we can go ahead with that. War is in fact over, it has been over for some decades that is different than the treaty of peace, which is one would expect that is the part of bigger process of the normalization. So I think that declaration could happen at any point without any loss to the U.S and ROK.”
갈루치 전 특사는 31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언론보도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종전 선언을 약속했다면 이를 이행할 필요가 있다며 한국전쟁은 사실상 끝난 지 이미 수십 년이 됐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종전 선언은 관계정상화 등 더욱 복잡한 절차가 뒤따르는 평화협정과는 다르다며 미국과 한국은 아무 때든 어떤 것도 잃지 않으면서 종전 선언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비핵화 절차에 포함된다면 더 좋겠지만 이와 별개로도 충분히 진행될 수 있는 일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종전 선언이 채택되면 주한미군의 법적 정당성 등에 대한 우려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이는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녹취: 갈루치 전 특사] “I heard that there was concerns about legal status of U.S. troops remaining on the peninsula when the war was over. I don’t believe any of that is true. I don’t think declaration need to have any real implications for U.S. force deployment, U.S. exercises or anything else. The U.S. can still do what it wishes to do.”
종전 선언이 미군의 배치와 훈련 등 다른 활동에 실질적인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며 미국은 계속 원하는 것을 실행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담당 조정관도 종전 선언은 더욱 복잡한 차원인 평화협정과는 다르다며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가 뒤따르지 않는 이상 미 상원이 비준하지 않을 평화협정과는 차이가 있다는 겁니다.
[녹취: 세이모어 전 조정관] “I think that declaration ending the Korean War, I think that is different than a peace treaty. I think that the peace treaty would be much more difficult. I don’t think that the U.S. Senate would ratify peace treaty unless it is in the context of North Korean CVID, complete elimination of North Korean nuclear weapons, which I don’t think is going to happen.”
이어 북한이 이런 비핵화에 응하지 않을 것 같기 때문에 평화협정은 어렵더라도 미-북 양국간이 아닌, 미국과 북한, 한국, 중국이 참여하는 형태의 종전선언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아울러 북한의 핵 신고와 같은 큰 성과를 이뤄낸다면 미국 측에서도 일부 대가를 제공해야만 한다며 평화선언이나 남북 경제협력 사업이 주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종전 선언이나 평화협정 체결을 약속한 적이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싱가포르 회담 후 나온 선언은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평화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했지 어떤 협정을 체결하겠다고 명시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녹취: 베넷 연구원] “They want a peace agreement, but that is not what June 12 summit calls for. You look at item 2, U.S. and North Korea will create conditions for lasting and true peace. It doesn’t say they will create an agreement. But the North is insisting U.S. said, and that is not what President Trump said.”
아울러 북한은 미국이 이를 약속했다고 주장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그렇게 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현재 논의되는 종전 선언과 평화협정에 대한 가장 큰 문제는 평화에 대한 여건이 형성되지 않는 이상 의미 있는 평화가 오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베넷 연구원] “I think that our biggest problem in this regard is that you don’t get meaningful peace unless you set the condition for peace. Right now condition for peace is not set.”
이어 북한은 유치원 아이들에게도 반미 사상을 가르치고 있고 미국과 한국에 큰 적대감을 갖고 있다며 현재는 평화로운 상황이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미첼 리스 전 국무부 정책기획실장은 종전 선언을 채택하는 것은 문제가 없지만 안보 상황 등 현실이 변하지 않는 이상 이는 종이조각에 불과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리스 전 실장] “Unless they are reflecting the changes to the reality. They are just a piece of paper. It is the reality that the relationships between two Koreas is that they have to fundamentally change or documents to have real meaning.”
남북한의 관계가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 이상 이런 문서에는 어떤 의미도 없다는 설명입니다.
아울러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왜 북한에 대한 제재가 필요하겠느냐며 지금 벌어지는 종전과 평화협정 논의는 북한의 제재 압박 완화를 위한 노력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주한미군 특수작전사령부 대령 출신인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은 남북한이 종전을 원한다면 당연히 할 수 있지만 평화협정이나 평화체제를 구축하려고 한다면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맥스웰 연구원] “If North and South Korea want to declare an end to the war they can do that. It becomes problematic when they establish a peace regime and ultimately a peace treaty, because both countries do not recognize the existence of each other, and technically would require changes to their constitutions because both claim sovereignty over entire peninsula and people.”
남북한은 서로를 인정하지 않고 전체 한반도와 인구에 대한 주권이 자신들한테 있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서로의 헌법을 개정하지 않는 이상 문제가 된다는 지적입니다.
또한 한국은 민주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이런 헌법 개정은 어려울 것이고 북한의 경우는 쉽게 바꿀 수는 있지만 ‘해방 이념’을 계속 주장해온 이상 정권의 정당성을 약화할 수 있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아울러 종전 선언은 상징적으로는 좋은 일이지만 북한은 여전히 공격을 위한 군사준비태세를 갖추고 있고 종이 한 장이 이런 공격을 막지는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베넷 연구원은 평화로운 상황을 만드는 것은 여러 요건이 충족돼야 하는 등 매우 어려운 문제이지만 아무도 어떤 것들이 필요한지에 대한 논의를 하지 않고 있다는 게 아쉽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베넷 연구원] “At some point we have to put this issue clearly on the table. The fact that nobody is talking clearly about what is required, that to me is really depressing.”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서는 남북한과 주한미군의 재래식 무기 감축 등이 이뤄져야 하고 이에 따라 중국 역시 훈련을 중단하고 감축할 필요가 있지만 현재 이런 형태의 실질적인 논의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VOA 뉴스 김영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