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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전문가들 “미-북 2차 정상회담 쟁점은 대북 상응 조치”


지난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첫 미-북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악수하기 위해 서로에게 손을 내밀고 있다.
지난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첫 미-북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악수하기 위해 서로에게 손을 내밀고 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2차 미-북 정상회담에 앞선 핵심 쟁점으로 종전 선언 채택과 이에 따른 북한의 핵 신고를 꼽았습니다. 싱가포르 회담 때보다 회담의 성공 기준이 낮아졌다는 주장도 제기됐습니다. 김영남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2차 미-북 정상회담에 앞서 종전 선언 채택 여부와 이에 따른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대한 조율이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수미 테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은 26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미국은 현 단계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가장 원하는 것이 종전 선언이라는 점을 알고 있고, 이를 내어줄 준비가 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테리 연구원] “I think that the U.S side understands that this is what KJU ultimately wants right now more than anything else, he is looking from declaration to end the war. So the U.S. side is prepared to give that and right now the negotiation is over what else we can get from North Korea in addition to declaration of their nuclear and missile programs. I think we need to secure North Korea’s agreement to stop producing fissile material, ICBM…”

따라서 현재 진행 중인 미국과 북한의 협상은 종전 선언의 대가로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 신고 외에 추가로 무엇을 받아낼 수 있는지에 집중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핵 물질과 대륙간탄도미사일 생산을 중단하고 핵 프로그램을 멈춘다는 약속, 그리고 비핵화에 대한 시간표를 받아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프랭크 엄 미국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도 북한이 우선적으로 원하는 것은 종전 선언에 대한 약속이며, 미국은 모든 핵과 미사일 시설에 대한 신고를 포함한 중요한 비핵화 조치를 원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엄 연구원] “What North Korea is primarily looking for is end of war declaration commitment. On the other side, the U.S. has been looking for major denuclearization step from North Korea, focusing on declaration of all nuclear sites and material.”

엄 연구원은 북한이 평양 공동선언에서 동창리 미사일 실험장과 영변 핵 시설 폐기를 거론한 사실을 지적하면서, 미국과 북한의 사전 협상은 이 사안들에서부터 시작할 것 같다고 내다봤습니다.

제임스 쇼프 카네기평화재단 선임연구원은 미국과 북한뿐 아니라 미국 내에서도 2차 정상회담 개최에 견해차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쇼프 연구원] “So there is a potential difference on the U.S. side it seems to me, I think Pompeo and Bolton would prefer another leadership summit only if it clarifies real denuclearization roadmap and some mutual understanding about the verification”

폼페오 장관과 볼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차 정상회담에 앞서 구체적인 비핵화 로드맵과 검증 절차에 대한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조건이 충족되지 않아도 우선 회담을 추진하려는 것 같다는 겁니다.

쇼프 연구원은 또 싱가포르 회담에서 합의한 사안들에 대한 미국과 북한의 기대치에 큰 차이가 있는 것 같다며, 비핵화와 종전 선언과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들이 회담 전에 다뤄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현재 남북한은 미국이 일종의 평화 선언을 채택하도록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은 비핵화에 진전이 없는 현 상황에서 이런 제안을 거절해야 하며, 싱가포르 회담 때보다 더 많은 사전 준비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녹취: 클링너 연구원] “It really wouldn’t achieve anything other than a feel good gesture and has some potentially dangerous ramification of lowering allies’ deterrence and defense capabilities as well as further weakening international resolve to maintaining pressure on North Korea for its violations on UN resolutions.”

현 상황에서 이뤄지는 종전 선언은 좋은 행동이라는 느낌 외에 어떤 것도 달성할 수 없을 것이고, 오히려 동맹의 억제력과 방어 역량을 약화하는 위험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겁니다.

클링너 연구원은 또 트럼프 대통령은 억류자 송환이나 핵.미사일 실험 동결 등을 성과라고 평가하지만 이는 과거 행정부에서도 있었던 일이라며, 실질적 진전의 증거는 전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한편 일부 전문가들은 지난 6월 1차 미-북 정상회담 직전과 비교해 미국의 요구가 낮아졌다고 분석했습니다.

프랭크 엄 선임연구원입니다.

[녹취: 엄 연구원] “Earlier on, let’s say six months ago or nine months ago, the U.S. was talking about almost immediate denuclearization, people referred to Libyan Model and doing everything up front.”

올해 초만 해도 미국은 ‘리비아 모델’을 언급하고, 모든 것을 한 번에 처리하는 비핵화 방식을 언급했지만, 지금은 ‘절차’를 강조하는 등 입장에 변화가 생겼다는 겁니다.

엄 연구원은 이런 변화는 모든 것을 한 번에 다 이뤄내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현실을 인정한 것이라며, 트럼프 행정부가 집권 1기 중 비핵화를 마무리하는 전략으로 선회한 것 같다고 평가했습니다.

지난 행정부처럼 오래 걸리고 단계적인 방식의 협상을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단계를 밟아가려는 것이 분명하다는 설명입니다.

엄 연구원은 그러나 2차 미-북 회담과 종전 선언이 이뤄지고, 동창리 미사일 시설과 영변 핵 시설 폐기라는 ‘1차 단계’를 통과해도 난관은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녹취: 엄 연구원] “Even if we get to say we get passed the first phase, where there is second summit, there is end of war declaration, maybe North Korea decides to dismantle Dongchangri and Yongbyon.”

다음 단계는 북한이 모든 핵 시설을 신고하느냐 여부인데, 북한이 이에 응할지 알 수 없다는 겁니다.

반면 수미 테리 연구원은 미국의 비핵화 요구가 낮아진 것이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이 또 한 차례 정상회담을 원하기 때문에 만나는 것뿐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테리 연구원] “It is not that U.S. demand has been lowered but regardless of what North Korea says, the summit is going to happen, because he wants to make it happen.”

트럼프 대통령은 어찌됐든 회담이 성공적이었다고 발표할 것이지만 비핵화의 실질적인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 한 성공한 것이 아니라는 겁니다.

쇼프 연구원 역시 2차 정상회담에 앞서 최대한의 성과를 내기 위한 구체적인 사전 협상이 필요하지만 정치적 이유로 회담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성과를 내고 싶고, 문재인 대통령은 현재까지 이룬 동력을 이어가지 못하면 다시 후퇴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미-북 회담을 서두르는 것 같다고 쇼프 연구원은 분석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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