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 입니다. 지금 이 시각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사우디아라비아 반체제 언론인이 터키에서 실종돼, 파장이 커지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는 사우디 측에 철저한 수사를 요구했는데요. 자세한 사정 살펴보겠습니다. 미-중 무역 대치 여파로 세계 경제 성장률이 당초 예상보다 낮아질 것으로 국제통화기금(IMF)이 내다봤고요. 미국 경제학자 2명이 올해 노벨상 주인공이 된 소식, 함께 전해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사우디아라비아 언론인이 터키에서 실종됐다고요?
기자) 네. 사우디 반체제 언론인 자말 아흐마드 카쇼기 전 ‘알아랍 뉴스채널’ 보도국장이 지난주 터키에서 실종됐습니다. 사우디 정부가 보낸 요원들에 암살당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는 중인데요. 사우디 실권자가 언론 인터뷰를 통해 관여를 부인했지만, 사건 발생지인 터키 대통령이 사우디 측을 비난하면서 외교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진행자) 카쇼기 전 국장이 어떤 사람이고, 어떻게 실종된 건지, 사건 경위부터 살펴보죠.
기자) 카쇼기 전 국장은 사우디 저명 언론인이었는데요. 왕실 언론 고문 등을 지내며 정부와 가까운 관계였지만, 최근 왕실을 적극적으로 비판했습니다. 그러다가 신변 위협을 이유로, 얼마 전부터 미국에 머물며 워싱턴포스트에 기고하고 있었는데요. 지난주 화요일(2일), 터키에 있는 사우디 총영사관에 간 뒤 행방이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터키 국적 약혼자와 혼인신고 관련 서류를 처리하기 위해서였는데요. 이후 일주일째 연락이 끊겼습니다.
진행자) 영사관에 들어간 것까지는 확인됐는데, 나온 걸 본 사람은 없다는 건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밖에서 기다리던 약혼자는 4시간이 지나도록 카쇼기 전 국장이 나오지 않자, 경찰에 신고했는데요. 터키 경찰은, 영사관 내부에서 살해된 뒤 시신이 옮겨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영사관 측은 카쇼기 전 국장이 볼일을 본 뒤 제 발로 걸어 나갔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래서, 터키와 사우디 사이에 외교 문제가 되고 있다고요?
기자) 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어제(8일) 헝가리 방문 도중 직접 나섰는데요. “그가 영사관을 떠났다는 말만으로 사우디가 (실종사건에)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기자회견에서 밝혔습니다. 영사관 주변에 폐쇄회로TV(CCTV) 카메라가 있을 테니 “영상으로 증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는데요. 터키 수사 당국은 지난주 사우디인 15명이 터키에 입국해 이 사건에 관여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카쇼기 전 국장의 시신을 옮긴 것으로 보이는 검은색 승합차를 추적하고 있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습니다.
진행자) 사우디 측의 입장은 어떻습니까?
기자) 앞서 사우디 실권자인 빈살만 왕세자가, 사건 관여 의혹을 전면 부인했습니다. 사건 다음 날(3일) 블룸버그 통신과 인터뷰했는데요. 카쇼기 전 국장은 영사관에 들어간 지 약 1시간 만에 떠났다면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우리도 궁금하다”고 했습니다. 카쇼기 전 국장이 지금 어디 있는지 사우디 정부는 아는 게 없고, 현지 총영사관 압수수색 등이 필요하다면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는데요. 사우디 측은 이번 주 초, 로이터통신 기자들에게 영사관 건물 내부를 안내했고요. 이번 주 미국 주재 사우디 대사가 다시 한번, 사건 관여를 부인했습니다.
진행자) 미국 정부도 입장을 내놨다고요?
기자) 네. 마이크 폼페오 미 국무장관이 사건 다음 날(3일) 성명을 냈습니다. 다른 주장들이 충돌하는 만큼, “사우디 정부가 투명하게 수사에 협조해야 한다”고 촉구했는데요. 사건이 장기화되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어제(8일) 우려의 뜻을 밝혔습니다.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녹취: 트럼프 대통령] “I am concerned about that. I don't like hearing about it and hopefully that will sort itself out. Right now, nobody knows anything about it. But this, pretty bad stories go around. I do not like it.”
기자) “이번 사건에 우려하고 있다”면서, “누구도 진실을 알지 못하지만, 모든 게 밝혀질 것으로 희망한다”고 말했습니다. 진상이 규명될 때까지 “나쁜 이야기들이 돌아다니는 것은 좋지 않다”고 트럼프 대통령은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미국 정치권에서도 이번 사건에 관심이 높다고요?
기자) 미국 정부가 동맹국 사우디에 절제된 반응을 나타낸 반면, 정치권에서는 격앙된 모습도 보입니다. 집권 공화당 중진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이 ‘트위터’에 글을 올렸는데요. “사우디 정부의 위법 의혹에 관한 어떠한 진실이라도 나온다면, 미국과의 관계를 파괴시킬 것"이라면서, "경제와 모든 면에서 엄중한 대가를 치르게 된다"고 경고했습니다.
진행자) 언론은 이런 상황을 어떻게 봅니까?
기자) 카쇼기 전 국장이 살해된 것으로 입증되면, 빈살만 왕세자가 "비판 세력의 입에 재갈을 물리고 있음을 증명하는 셈"이라고 워싱턴포스트는 적었습니다. 또한, 최근 여성의 자동차 운전을 허용하는 등 ‘개혁 군주’ 이미지를 쌓으면서도, 여성 인권운동가들을 잡아 가둔 빈살만 왕실의 허상이 여실히 드러나는 것이라고 미국 언론은 짚었습니다.
진행자) 사우디는 중동에서 미국의 주요 동맹이잖아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번 사건에 세계적인 관심이 모이면서, 미국이 사우디 정부를 꾸준히 지원하는 데 대한 비판도 높아지는데요. 뉴욕타임스 기고자인 미셸 골드버그 씨는 “미국은 사우디의 최악의 인권 상황에도 불구하고 이란에 대항하는 명분으로 전략적 협력 관계를 유지했고, 이런 태도가 사우디를 더 대담하게 만들었다”고 적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듣고 계십니다. 세계 경제 성장률이 당초 예상보다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군요?
기자) 네. 올해와 내년, 세계 경제 성장률이 3.7%를 기록할 것으로 국제통화기금(IMF)이 어제(8일) 발표한 ‘세계경제전망(World Economic Outlook)’보고서에 나타났습니다. 최근 주요국가의 소비가 늘면서, 2010~201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인데요. 하지만, 6개월 전 전망치에서 0.2%P 떨어진 수치입니다.
진행자) 왜 전망치가 떨어졌나요?
기자) IMF 측이 몇 가지 이유를 들었는데요. 먼저, 주요 통상협정 2개가 유동적이라는 점입니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나프타)과 유럽연합(EU) 통상 규칙인데요. 나프타의 경우 미국과 멕시코, 미국과 캐나다 사이의 새로운 협정 골자를 타결하고, 후속 조치와 의회 비준 등을 기다리고 있는 게 불안정한 요소로 평가됐고요. EU의 경우 내년 3월 영국이 최종 탈퇴하면서, 관세 동맹 등을 맺을지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진행자) 또 다른 이유는요?
기자) 미국과 중국 사이의 통상 대치가 또 다른 이유인데요.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에 매기는 대규모 신규 관세와, 중국의 보복 관세 효과가 현실화되면, 두 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IMF는 전망했습니다. 특히 자동차 수출입과 주요 생산재 공급망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에 따라 IMF는 세계 상품· 용역(서비스) 교역 성장률도 당초 예상치보다 0.6%P, 0.5%P 떨어진 4.2%와 4.0%로 잡았습니다.
진행자) 통상 대치 당사국인 미국과 중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어떻게 나왔습니까?
기자) 미-중 두 나라 성장률 전망도 동시에 떨어졌습니다. 미국은 올해 2.9%, 내년에 2.5%를 기록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내년 수치가 기존 예상보다 0.2%P 내려갔습니다. 중국의 경우 올해 6.6%, 내년에 6.2% 성장할 것으로 IMF는 내다봤는데요. 중국의 내년 성장률 전망도 기존보다 0.2%P 깎였습니다.
진행자) ‘기존 전망치’라고 말씀하신 수치들은 기준이 뭡니까?
기자) IMF가 6개월 전에 낸 보고서 내용입니다. 매년 4월과 10월, 세계 경제 전망을 분석하는데요. 각국 재무당국자들과 경제 전문가들이 모여 토론하고, 세계은행 등의 협조로 보고서를 발간합니다. 세계 경제의 전체적인 흐름을 짚고, 각 나라의 개별 경제 상황도 살피는데요. 이렇게 IMF가 매년 두 차례 내놓은 ‘세계경제전망’ 보고서는 공공과 민간 부문에서 두루 신뢰성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진행자) 한국에 대한 전망은 어떤가요?
기자)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6개월 전보다 떨어졌습니다. 올해 2.8%, 내년에 2.6% 성장할 것으로 예상됐는데요. 각각 0.2%P, 0.3%P씩 4월 보고서보다 내려간 수치입니다. 특히 올해 한국이 2.8% 성장률로, 미국의 2.9%보다 낮게 전망된 부분을 주목할 만한데요. 1980년대 이후 고속 성장한 아시아 주요 신흥경제국 중 하나였던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미국이 앞서게 되는 겁니다.
진행자) 미국과 한국의 경제 사정이 이렇게 달라지는 배경은 뭔가요?
기자) 미국은 근래 최고 경기 호황입니다. 실업률은 역대 최저 수준이고, 자본시장에도 자금이 넘치는 가운데, 중국과의 통상 대치 외에는 이렇다 할 경제적 악재가 없는 상황인데요. 반면 한국의 경우, 고용 사정 악화와 미국과의 금리 격차 등으로 국가 경제 전반에 어려움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경제학상을 끝으로 올해 노벨상 수상자 발표가 모두 마무리됐군요.
기자) 네, 미국인 경제학자 윌리엄 노드하우스 예일대 교수와 폴 로머 뉴욕대 교수가 제50회 올해 영예의 노벨 경제학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됐습니다. 스웨덴 왕립과학원은 8일 기자회견을 열고 선정 소식을 발표했는데요. 발표 내용 직접 들어보시죠.
[녹취: 요란 한손 스웨덴 왕립과학원 사무총장]"One half to William Nordhaus for integrating climate change..."
기자) 요란 한손 스웨덴 왕립과학원 사무총장은 윌리엄 노드하우스 교수는 기후 변화에 관한 거시경제적 측면에서, 폴 로머 교수는 기술 발전을 통한 장기적 경제 성장을 연구한 공로를 인정해 이들 두 교수를 선정했다고 밝혔습니다. 노벨위원회는 이들의 연구가 환경과 기술을 주제로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으며 경제 분석의 범위를 넓혔다고 평가했습니다.
진행자) 올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들, 어떤 학자들인지 좀 소개해주시죠.
기자) 네, 먼저 올해 77세의 노드하우스 교수는 기후변화 분야 전문 경제학자입니다. 기후변화에 관한 문제를 경제학적 측면에서 장기적이고 거시적으로 분석해왔고요. 환경과 에너지, 기술변화와 생산성 등의 흐름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추구해왔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노벨위원회는 노드하우스 교수가 경제와 기후 사이의 상호 작용을 설명하는 양적 모델을 처음으로 제시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또 한 명의 수상자죠. 로머 교수도 소개해주시죠.
기자) 올해 62세의 로머 교수는 기술 혁신이 경제 성장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한 이른바 '내생적 성장 이론'의 선구자라는 평을 받는데요. 노벨위원회는 로머 교수의 내생적 성장 이론이 시장의 조건과 경제 정책이 기술 혁신에 미치는 영향을 처음으로 제시했다고 밝혔습니다. 로머 교수는 지난 2016년부터 올 1월까지 세계은행의 수석경제학자 겸 수석 부총재도 역임했습니다.
진행자) 영예의 노벨상을 받게 된 두 사람의 소감도 들어볼까요?
기자) 네, 로머 교수의 이야기 먼저 들어보시죠.
[녹취: 로머 교수]"I thougth it was some spam call..."
기자) 로머 교수는 전화가 걸려왔지만 장난 전화로 생각해 받지 않았다면서 수상자로 선정될 것이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로머 교수는 "많은 사람이 환경보호에 너무 많은 비용이 들어갈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냥 무시하고 싶어 한다"면서 하지만 "이 상이 인간은 놀랄만한 업적을 이룩할 만한 능력이 있다는 것을 모든 사람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도 말했습니다. 노드하우스 교수는 자신의 트위터에 8일 "매우 영광스럽고 행복하다. 감사하다!"고 적었습니다.
진행자) 이로써 올해 노벨상 수상자 발표는 모두 끝났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 1일 노벨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물리학상과 화학상, 평화상, 그리고 경제학상까지 총 5개 부문에 걸친 수상자 발표는 모두 마무리됐습니다. 원래 노벨상은 문학상까지 6개 부문에서 수상자를 선정하는데요. 하지만 올해는 노벨 문학상을 선정하는 스웨덴 한림원에서 성폭력 의혹이 발생하고, 이에 대해 한림원이 미온적으로 대처해 위원들이 집단 사퇴하는 등 내홍을 겪으면서 문학상 수상자를 발표하지 못하게 됐습니다. 노벨 문학상이 수여되지 않은 건 1949년 이후 처음 있는 일입니다.
진행자) 올해는 특히 한반도 상황과 관련해 노벨 평화상에 대한 관심이 컸죠?
기자) 그렇습니다. 한반도 긴장 완화와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문재인 한국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등을 거론하는 언론들도 있었는데요. 하지만 올해 노벨 평화상은 전쟁과 성폭력 종식 노력에 기여한 콩고민주공화국의 의사 드니 무퀘게 박사와 이라크 소수민족 야지디족 여성 운동가 나디아 무라드 씨에게 돌아갔습니다. 노벨 평화상 시상식은 오는 12월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있을 예정이고요. 나머지 시상식은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립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