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곳곳의 다양한 모습과 진솔한 미국인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입니다. 요즘 미국의 도시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스쿠터(Scooter)인데요. 스쿠터란 발판에 한쪽 발을 올려놓고 땅 위에서 미끄러지듯 타는 외발 롤러스케이트를 말하죠. 이전에는 아이들이 많이 타던 이 스쿠터에 전동모터가 달리면서 이제는 직장인들도 출퇴근에 이용하는 하나의 교통수단이 됐습니다. 그리고 스쿠터 이용자가 많아지면서 스쿠터의 수거와 충전을 책임지는 사람들, 일명 ‘쥬서(juicer)’가 새로운 인기 직업으로 떠오르고 있는데요. 미 서부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로 가서 자세히 알아보죠.
“첫 번째 이야기, 전동 스쿠터를 수거, 충전하는 사람들, ‘스쿠터 쥬서’”
[현장음: 새너제이 도심]
새너제이 도심에 전동 스쿠터를 탄 사람들이 활보합니다. 스쿠터를 타고 학교도 가고 직장도 가고, 또는 그냥 재미로 타는 사람들도 있는데요. 스쿠터를 다 타고 난 후, 사람들은 스쿠터는 길바닥에 내버려 두고는 떠나버립니다.
[녹취: 슈발리 샤르마]
그러면 누군가가 스쿠터를 수거해 가는데요. 손전화 앱을 통해 스쿠터를 찾아 밤새 충전시킨 후, 다음 날 지정된 장소에 다시 스쿠터를 갖다 놓는 일. 바로 스쿠터 충전을 하는 사람 일명 ‘쥬서’가 하는 일입니다. 슈발리 샤르마 씨도 스쿠너 충전인 가운데 한 명입니다.
[슈발리 샤르마] “저는 쌍둥이 아들을 키우는 전업주부인데요. 어린 애들을 두고 낮에 일을 하러 가는 게 쉽지 않아요. 그래서 저는 밤에 애들을 재우고 나서 이 일을 시작합니다. 거리에서 스쿠터를 수거해 와 밤새 충전을 시키고요. 아침에 일어나 스쿠터가 충전됐는지 확인하곤, 아이들이 깨기 전에 지정된 장소에 스쿠터들을 갖다 놓아요.”
이런 작업이 가능하게 된 건 GPS 항법기술과 스마트폰 앱 덕분입니다. ‘라임(Lime)’이라는 전동 스쿠터 공유 업체에 등록된 스쿠터들은 시내 여기저기 흩어져 있지만, GPS 기술로 스쿠터들의 위치를 확인해 스마트폰 앱으로 신호를 보내면 스쿠터를 찾아 나설 수 있다고 하네요.
[녹취: 슈발리 샤르마]
샤르마 씨는 스쿠터 한 대당 6달러를 받는데요. 스쿠터의 위치에 따라 돈을 더 받기도 합니다.
해군 하사 출신인 샤르마 씨는 자신의 트럭에 최대 29대의 스쿠터를 실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한 대당 15kg에 달하는 스쿠터를 이렇게 많이 실어 나르는 것도 쉽지 않은 데다 다른 사람과 경쟁을 해야 할 때도 있다고 했습니다.
[슈발리 샤르마] “이 일을 하는 사람이 시내에 저 하나만 있는 게 아니니까요. 한번은 거리에서 스쿠터를 수거해 가려고 기다리고 있었어요. 스마트폰의 앱으로 스쿠터 시스템을 풀어야 가져갈 수 있거든요. 그런데 갑자기 제 뒤에서 다른 사람이 나타나서 그 스쿠터를 가져가려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이것 봐요! 내가 여기 서 있는 거 안보여요?’라며 언쟁을 벌인 적도 있습니다.”
전동 스쿠터 공유 업체들은 ‘쥬서’라고 부르는 스쿠터 충전하는 사람들 덕에 아무 데나 내버려지는 스쿠터를 찾아내고 또 스쿠터를 충전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쥬서들 간의 경쟁은 예상치 못했다는 게 스쿠터 공유 업체 ‘라임’의 윌 리 씨 설명입니다.
[녹취: 윌 리] “‘쥬서’들 간의 경쟁이 문제가 되면서 우리가 마련한 대안이 있습니다. 바로 스쿠터 수거를 증강현실 게임인 ‘포켓몬고’를 하는 기분으로 하자는 거예요. 포켓몬고 게임은 손전화를 들고 다니며 여기저기 숨어있는 괴물을 잡는 건데요. 스쿠터를 수거하는 것도 게임처럼 생각하고 즐기도록 강조하고 있습니다.”
라임 측은 야간작업이 많아지면서, 스쿠터 한 대당 주는 돈을 1달러 인상하고 다른 스마트폰 게임처럼 쥬서들 간의 등급을 매기는 방안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샤르마 씨는 이때까지 수거한 스쿠터가 1천 대가 넘는다며 최고 등급을 받을 것을 자신했습니다.
[슈발리 샤르마] “물론 돈을 벌기 위해 이 일을 하지만, 사실 재미가 있어요. 고된 직업이지만, 재미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겁니다. 거리 곳곳에 숨어 있는 스쿠터를 찾아내는 재미가 정말 쏠쏠해요.”
스쿠터 충전 일은 무엇보다 체력도 따라줘야 합니다. 하지만 요즘은 이런 식으로, 기업들이 단기 계약직이나 임시직을 활용하는 방식을 선호하고 또 관련 일자리가 많아지면서 스쿠터 충전 일은 매력적인 직업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두 번째 이야기, ‘홈보이 인더스트리’를 후원하는 연례 마라톤대회”
감옥에 있던 사람들이 출소한 후, 사회에 다시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고 하죠. 그런데 다양한 직업 훈련과 교육 등을 통해 조직폭력단에 몸담았던 사람들, 또 전과자들에게 제2의 인생을 열어주는 민간단체가 있습니다. 바로 ‘홈보이 인더스트리(Homeboy Industries)’인데요. 전과자들을 사회에 기여하는 시민들로 만들고 무엇보다 다시 범죄의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홈보이’의 목표라고 합니다.
[현장음: 홈보이 마라톤 대회]
미 서부의 대도시 로스앤젤레스에서 마라톤 대회가 열렸습니다. 바로 홈보이 인더스트리의 갱생 프로그램을 후원하는 행사였는데요. 매년 열리는 마라톤 대회에 올해도 많은 사람이 참여했습니다. 27살로 지난달 출소한 티파티 브라운 씨도 마라톤에 뛰기 위해 몸을 풀고 있었는데요. 브라운 씨는 조직폭력단과 함께 성장했다고 했습니다.
[녹취: 티파니 브라운] “어릴 때부터 저는 싸움꾼이었어요. 제가 연루된 폭력 사건만 9건에 달했죠. 정말 실수였어요. 다시는 그런 실수를 하고 싶지 않습니다.”
이날 마라톤에는 브라운 씨 같은 홈보이 인더스트리에 소속돼 갱생훈련을 받는 전과자들은 물론, 많은 후원자들 그리고 홈보이의 직원들도 참여했는데요. 홈보이의 창업자 그레고리 보일 씨도 함께 뛰었습니다.
[녹취: 그레고리 보일] “홈보이 프로그램은 반드시 도움이 필요한 사람만 받지 않습니다. 누구나 원하기만 하면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어요. 도움을 받기 위해 문만 열고 들어오면 되는 거죠.”
온 가족과 함께 마라톤에 참여한 리처드 해쎌 씨는 감옥에서 나온 뒤 사회 복귀하는데 매우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했습니다. 친구들도 자신을 외면했고, 직업을 찾는 것도 너무나 힘들었다는데요. 하지만 홈보이를 통해 새 삶을 찾았고 지금은 성공한 사업가가 됐습니다.
[녹취: 리처드 해쎌] “사람도 바뀔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예가 바로 접니다. 전 완전히 바뀌었어요. 저는 비록 조직폭력단에서 자라 감옥까지 다녀왔지만, 지금은 새사람이 됐죠. 그 누구에게든 또 한 번의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홈보이 프로그램을 후원하기 위해 마라톤에 참여한 조셉 씨 역시 같은 생각을 갖고 있었습니다.
[녹취: 조셉]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한 명도 없어요. 살면서 실수도 하고 나쁜 길로 빠질 수도 있죠. 중요한 건, 그런 실수를 만회할 기회를 얻는 거라고 생각해요. 어떤 사람은 제자리로 돌아오려고 해도 끊임없는 거부당하기도 하는데요. 사람은 누구나 두 번째 기회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난달 출소한 티파니 브라운 씨 역시 홈보이를 통해 또 다른 기회를 얻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패션 디자이너가 되겠다는 꿈을 키우고 있습니다. 매년 홈보이 프로그램을 찾는 사람의 수는 1만5천 명. 이 중 1/3은 다시 범죄를 짓는 반면, 제2의 인생을 성공적으로 사는 예가 더 많다고 하는데요. 브라운 씨 역시 또 하나의 성공 사례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네,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다음 주에는 미국의 또 다른 곳에 숨어 있는 이야기와 함께 여러분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함께 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