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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리포트] 한국 젊은이들의 대북관, 이념보다 팩트와 안보 우선, 통일보다 개인 행복이 중요해


25일 한국 국민대에서 '제3회 국민 통일의 날' 을 맞아 평화 통일 염원을 위한 행사가 열린 가운데 게시판에 통일 관련 행사 포스터가 걸려있다.
25일 한국 국민대에서 '제3회 국민 통일의 날' 을 맞아 평화 통일 염원을 위한 행사가 열린 가운데 게시판에 통일 관련 행사 포스터가 걸려있다.

한국의 많은 젊은이는 북한에 대해 남북한 정상의 말보다 행동과 사실관계 확인을 통해 신뢰하길 원한다고 전문가들이 지적했습니다. 또 기성세대와 달리 통일보다 개인의 행복 여부를 중시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서울에서 김영권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대학생 김동우 씨는 최근 열린 남북산림협력회담 보도를 보고 상당히 불쾌했다고 말합니다.

북한의 산림을 한국이 지원하기 위해 열린 회담인데 북한 측 대표가 오히려 불만을 강하게 제기하는 것을 보고 “적반하장”이란 생각이 들었다는 겁니다.

[녹취: 김동우 씨] “적반하장이다~ 그런 심정입니다. 좀 심한 표현이긴 하지만, 그런 표현을 쓰고 싶습니다. 저희가 도와주는 거고 일단 지원하는 입장인데. 물론 일방적으로 지원해주는 것에 대해 거기서 불만을 제기할 수도 있겠지만, 긍정적으로 대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연구원으로 활동하는 청년 장 모 씨는 지난 평창 겨울올림픽 남북 단일팀 구성을 강행한 한국 정부를 생각하면 지금도 화가 난다고 말합니다.

[녹취: 장 씨] “왜냐하면 공정하지 않다고 여겼기 때문이죠. 이제는 절대적으로 뭔가를 위해 나를 희생하자는 개념이 아니기 때문에. 사람이 먼저다 하고 외쳤던 대통령이 약간 북한 사람이 먼저다라는 것을 보여준 것에 대해 공정하지 않다고 느꼈고. 일단 똑같이 노력해서 준비한 선수들인데 왜 그 기회가 갑자기 박탈이 돼야 하는지. 무조건 남북 단일팀이기 때문이란 이유는 전혀 설득력이 없는 거죠. 옛날과 달리. 옛날에는 그렇게 되면 되게 환영하고 그랬다는데 지금 우리들은 전혀 그렇지 않은 것 같아요.”

기성세대와 다른 한국 젊은이들의 대북 시각이 요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최근의 여러 여론조사 결과 20~30대 초반의 젊은이들이 북한 정권이나 통일에 관해 다른 세대와 상당히 다른 견해를 보였기 때문입니다.

올림픽 때 실시된 여러 여론 조사에서는 20~30대 젊은이들의 82%가 남북 단일팀에 반대한다고 응답했습니다.

지난 9월 평양에서 열린 3차 남북정상회담 뒤 실시된 ‘SBS’ 방송 여론 조사에서도 한국인 10명 중 8명이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20대 지지율은 가장 낮았습니다. 특히 20대의 63%는 북한의 비핵화에 부정적, 59%는 북한의 확실한 비핵화 조치 전에 종전 선언을 먼저 해서는 안 된다고 답했습니다.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이 이달 초 발표한 연례 통일의식 조사에서도 20대 젊은이들은 30~50대에 비해 북한 정권에 호의적이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미국을 가깝게 느낀다는 답변은 10년 전 46%에 75%로 크게 높아졌습니다.

통일부 차관을 지낸 홍양호 국민대학교 한반도미래연구원장은 실제로 젊은이들의 시각이 보수적으로 바뀌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합니다.

[녹취: 홍양호 전 차관] “오히려 젊은 세대가 더 보수적이 됐습니다. 북에 대해서 특히 (김정은 위원장이) 자기의 형인 김정남을 독살하는 것을 보고 정말로 야비하고 비인격적인 이미지가 있고. 천안함 (폭침), 연평도 사건. 자기 동포들을 직접 이렇게 포탄을 날려 죽일 수 있다 이런 것을 보고 앤티적인 생각이 많이 작용했어요.”

군대 제대 후 복학한 김동우 씨는 그 이유를 좀 더 자세히 설명합니다.

[녹취: 김동우 씨] “당한 사람들이 제 또래 친구들이고 다들 20대고. 제대로 사과도 받지 못했고. 급변하게 평화적인 무드로 흘러 가는데 언제 저 사람들이 태도를 바꿔 도발을 할지 모르는 상황이고.”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해서 무조건 신뢰하지 않고 꼼꼼하게 확인하는 것도 기성세대와 다르다는 지적입니다.

자동차 공학을 전공하는 대학생 조민균 씨입니다.

[녹취: 조민균 씨] “정부에 대한 신뢰가 많이 떨어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지식을 좀 더 정확히 스스로 알고 찾아가는 과정에서 정부가 막연하게 하는 말보다는 실제로 정부가 말하는 게 정확한지.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싶은 경향도 큰 것 같아요. 그래서 무조건 신뢰한다기보다는 비판적인 측면을 가져가지 않나. 저를 비롯해 요즘 젊은 친구들은요.”

탈북민 대학생과 한국 대학생들의 연합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민간단체 ‘나우’의 이영석 실장은 많은 20대 젊은이는 이념보다 사실관계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설명합니다.

[녹취: 이영석 실장] “요즘 젊은 20대들의 특징 중 하나는 자기들이 궁금해하고 필요한 것들은 생각하기보다 유투브나 인터넷을 통해 굉장히 양질의 자료를 찾아보는 추세입니다. 그러다 보니 일방적으로 어른들이 이건 좋다 나쁘다란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들어본 뒤 찾으면서 생각하는 특성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대북정책이나 북한의 인권 상황에 대해 자세히 알아봐요.”

한국의 젊은이들은 통일에 대해서도 기성세대보다 상당히 신중하거나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고 있습니다.

연구원 장 모 씨는 같은 민족이란 구호도 젊은이들에게는 잘 다가오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녹취: 장 씨] “옛날과 달리 시간이 갈수록 북한이 진짜 우리 민족이고 통일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우리 젊은 세대가 공감하지 못하고 있어요. 이산가족 상봉할 때는 그래 통일해야지 이런 생각이 들지만, 그것 말고는 워낙 분단되고 잘 지낸 사이가 아니고. 워낙 북한 정권이 보여줬던 모습이 실망스럽고, 중국과 더 비슷해졌잖아요 북한이. 그래서 이질감도 듭니다.”

최근 비무장지대 걷기 통일 행사에 참여했던 김물길 씨도 통일에 대해 두려움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물길] “당장 내일 통일이 된다면 저는 두려움이 굉장히 클 것 같아요. 사이에서 약간 애매한 마음. 통일이 되면 좋겠다고 말은 쉽게 할 수 있겠지만, 통일이 된 후를 생각하면 아찔한 생각도 들고. 굉장히 어려운 부분인 것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도 항상 조심스러워하는 것 같고. 그래서 오래 걸리는 것 같기도 하고. 섞이는 과정은 항상 고통인 것 같아요. 뜻밖의 기쁨도 있겠지만, 사실 고통이 좀 더 클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완전히 얼굴로 정면으로 마주해야 하는 때일 수 있기 때문에 제가 진짜 준비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까? 저의 준비성에 대한 마음가짐? 그런 것 때문에 걱정이 되는 것 같아요.”

국민대학교 학생 동아리인 통일노마드를 이끄는 유현영 씨는 많은 친구들이 통일을 반대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녹취: 유현영 씨] “우리가 왜 피해를 봐야 하냐. 통일이 되면 많은 문제가 예상이 되는데 그걸 왜 굳이 거쳐야 하며, 또 북한이 경제적으로 우리보다 못살기 때문에 우리가 더 세금을 많이 내야 할 텐데 왜 우리가 손해를 봐야 하냐. 핵심은 지금 우리 너무 힘든데, 이것을 처리할 능력이 안 되는 거에요. 이미 취업난도 힘들고 내 삶도 이미 힘든데 통일은 내 삶이 완전히 바뀌는 거잖아요. 그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 돼 있는 거에요.”

연구원 장 씨는 정부가 통일 효과의 청사진을 국민에게 자세히 설명하지 않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녹취: 장 씨] “맹목적으로 말을 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정확히 경제적으로 우리가 후퇴하지 않고 함께 동반 성장할 수 있는 게 뭔지 정확히 국민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고. 또 인프라를 개발할 수 있다는데 그런 면에서는 북한 노동력을 쓸 확률이 크고 그러면 우리나라의 고용 창출로 연결될 것 같지 않고. 오히려 대기업이 혜택을 볼 것이고. 우리나라 자체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은데. 정확히 이런 계획을 한다면 구체적으로 더 그런 계획이 나와 있어야 하지 않은가?”

그렇다고 젊은이들이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을 반대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영석 실장은 많은 젊은이가 남북관계 개선과 평화를 지지하면서도 조심스러워 한다고 지적합니다.

[녹취: 이영석 실장] “대북정책은 대부분 지지한다. 그런데 평화통일이 중요한 게 아니고 비핵화란 단어에 초점을 두더라고요. 비핵화를 하기 위한 조치들을 지지하는 데 이유는 뭐냐? 자기가 군대에 가야 하거나 아니면 핵이란 자체가 자기의 삶에 영향을 주니까 무섭다는 거죠. 이 무서움을 없애는 데 지지하는 것이지. 철로를 만든다 뭐 이런 것은 반신반의. 관심이 별로 없어요. 그러니까 자기가 위험하다고 느끼는 것을 없애는 것을 지지하는 것이지 전반적인 걸 지지하는 게 아니죠.”

평화와 비핵화를 지지하면서도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이나 휴전선에서 초소를 없애고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하는 것에 대해서는 많은 젊은이가 우려한다는 겁니다.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의 김병로 교수는 앞서 VOA에 지난 10년의 보수 정권이 조직적으로 시행한 여러 정책 때문에 젊은이들이 적지 않은 영향을 받았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여러 진보 학자들도 북한을 너무 부정적으로 묘사한 과거 정권이 젊은이들에게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합니다.

연구원 장 씨 등 여러 젊은이들은 그러나 그런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장 씨] “누가 들어도 말이 안 되잖아요. 지금 조선 시대도 아니고. 우리가 교과서로 공부하나? 인터넷이 널렸는데. 그리고 다 외국 나가면 우리나라 역사에 대해 따다닥 나오고 위키피디아에도 나오고. 객관적인 팩트가 있는데 지금 교과서로 적는다고 정부가 선전한다고 그것만 보는 사람이 어딨어요? 말이 되는 소리를. 갑자기 혈압이 오르네…아니 북한도 아니고.”

결국 한국의 많은 젊은이는 개인의 행복과 안전을 중시하고 이념의 틀에 얽매이기보다 진실이 무엇인지에 더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또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말보다 행동을 통해 신뢰하겠다는 생각, 정부의 발표가 아무리 좋아 보여도 합리적이고 실용적이며 구체적인지를 확인하며 지지 여부를 결정한다는 겁니다.

다시 홍양호 전 차관입니다.

[녹취: 홍양호 전 차관] “나라의 큰 비전보다는 자기 인생 진로를 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취직하는 것. 그러다 보니 학생들이 생각보다 통일에 관심이 없어요. 통일에 반대한다는 뜻이 아니고 관심 자체가 없어요. 오롯이 자기가 대학 졸업해서 취업하는 게 자기 인생의 제일 큰 목적입니다.”

홍 전 차관은 그러나 젊은이들에게 여러 기회를 활용해 통일의 중요성과 이유를 자세히 설명하면 생각이 달라진다며 거기서 희망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홍양호 전 차관] “그런데 강의를 통해 계속하다 보면 생각이 조금씩 달라지는 것을 볼 수 있어요. 또 통일이 당신들 인생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들이라고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생각이 달라져요. 그러니까 젊은 세대의 사고방식이 30~50대와 다르다. 거기서부터 우리가 찾아야 합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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