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정권은 유사시 유엔군의 개입을 막고 궁극적으로 미군 철수를 위한 의도로 유엔군사령부 해체를 주장하고 있다고 한국의 예비역 장성들의 VOA에 말했습니다. 남북 합의 이행에 유엔사의 개입이 걸림돌이란 인상을 부각시켜 군사적 입장을 관철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서울에서 김영권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한국의 여러 예비역 장성들이 북한 정권의 유엔군사령부 해체 요구에 부정적 견해를 나타냈습니다.
예비역 육군 대장인 김영식 합동군사대학교 명예교수는 19일 VOA에 북한의 유엔사 해체 요구는 여러 의도가 담겨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영식 전 대장] “1950년에 채택한 유엔 결의에 의해서 지금 만약에 전쟁이 다시 나면 유엔사 16개국은 자동 참전이 가능하도록 돼 있는 겁니다. 따라서 북한 입장에서는 이런 것들이 예전부터 껄끄러웠죠.”
유사시 외국군의 개입 근거를 차단할 뿐 아니라 평화협정을 통해 유엔 결의를 무력화해 유엔군사령부와 궁극적으로 주한미군의 철수를 요구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겁니다.
[녹취: 김영식 전 대장] “평화협정을 체결하면 유엔 결의가 전부 의미가 없다. 그러면 평화협정과 동시에 유엔 결의가 무효가 되고 그러면 미국 등 16개국이 한국 문제에 개입할 수 있는 배경이 없어지게 되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북한은 항상 평화협정 체결! 협정이 체결되면 남과 북이 평화롭게 있는데 외세가 왜 있느냐? 그럼 자동적으로 미군이 나가야 한다는 논리로. 지금은 얘기 안 한다고 해도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전이되도록 논리를 부정할 수 있는 겁니다. 전략적 목적을 숨긴 의도란 거죠.”
유엔군사령부는 주한미군이나 한미연합사령부와 달리 유엔안보리의 공식적인 결의를 통해 창설된 군사조직입니다. 따라서 유엔사는 한국전쟁 정전협정 당사자로 서명했고 협정 이행의 준수를 책임지는 국제법적 권한도 유지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앞서 유엔총회에서 유엔군사령부의 해체를 거듭 주장했고 중국과 러시아도 유엔사가 냉전의 산물이라며 해체 요구에 한 목소리를 냈습니다.
신원식 전 합참차장은 그러나 유엔사 해체는 정전협정을 유지할 수 있는 플랫폼이 없어지는 것이라며 안보 위기만 더 고조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신원식 전 차장] “유엔사의 역할은 정전협정의 상징이잖아요. 유엔사의 기능은 연합사가 전투사령부의 기능을 가져감으로 평시에는 정전유지, 전시에는 전력 제공자로 남아있는데 그러니까 유엔사 해체는 정전협정 자체를 유지하는 플랫폼이 없어지는 겁니다. 그럼 자동적으로 사인을 안 해도 평화협정이 되는 거죠. 평화협정에 담고 있는 내용을 다 당겨 쓸 수 있는 겁니다. 그러니까 전쟁을 없게 하는 상태가 유엔사가 주관이 되는 게 아니라 남북 당사자가 되는 겁니다.”
신 전 차장은 이런 움직임은 남북 지도자가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합의한 비무장지대의 평화지대화와 부합하는 것이라며 유엔사 없이 남북 공조로 평화지대를 만들겠다는 의도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유엔군사령부라는 국제법적 지위가 없어지면 주한미군도 존재의 정당성 테두리가 약화돼 결국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동맹의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결국 종전선언만 하고도 유엔사의 존재를 없앨 수 있는 함정이 있다는 겁니다.
[녹취: 신원식 전 차장] “한국전쟁이 끝났다. 그러면 유엔군사령부와 한미동맹은 6·25 때문에 생긴 거잖아요. 전쟁 전에는 없었잖아요. 종전선언은 6·25 전 상태로 돌아가자는 것 아니에요. 6·25 전으로 돌아가면 유엔사도 없고 한미상호방위조약도 없으니까 결국은 유엔사와 한미동맹을 해체하겠다는 소리예요. 그래놓고 노골적으로 얘기하면 부담이 되니까 유엔사와 이것은 상관이 없다고 했고. 김정은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김정은은 그런 말 안 했는데. 근데 (북한이 유엔에서 주장하는 것 보면) 거짓말이란 게 드러났잖아요.”
하지만 문재인 정부를 지지하는 참여연대 등 일각에서는 미국이 유엔군사령부의 정당성을 이용해 남북관계 개입 등 한반도에 영향력을 유지해 왔다고 비난하고 있습니다.
특히 남북이 최근 지뢰 제거, 도로와 철도 등 합의 사안들을 이행할 때마다 유엔군사령부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자 평화에 유엔사가 역행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참여연대는 지난 8월부터 논평에서 “미국은 유엔사라는 모자를 쓰고 지엽적 사항을 문제 삼아 새로운 남북관계를 만들어가려는 노력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습니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도 지난달 유엔총회 연설에서 유엔군사령부와 관련해 “유엔의 통제 밖에서 미국의 지휘에만 복종하고 있는 연합군사령부에 불과하지만, 아직까지 신성한 유엔의 명칭을 도용하고 있는 게 문제”라고 주장했습니다.
주미 한국대사관 국방무관을 지낸 신경수 예비역 육군 소장은 북한이 이런 주장을 활용해 평화를 만들어 가는 남북 간 합의 이행에 유엔사가 제재하고 간섭한다는 이미지를 부각시켜 원하는 것을 달성하려는 의도로 풀이했습니다.
[녹취: 신경수 전 소장] “지금 JS 같은 것도 협의할 때 그리고 남북 합의 이행을 할 때 유엔사가 껴야 하잖아요. 그러니까 북한으로 봐서는 아마 유엔사가 없다면 남북관계 문제를, 지금 현재 우리가 북한의 그런 것에 대해서는 포용력 차원에서 해주니까 그런 식으로 한국이 잘해줄 것이라고 믿고 있겠죠. 유엔사가 없다면 남북이 협의해서 본인들이 원하는 것을 달성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하겠죠. 군사적 차원에서.”
김영식 전 대장은 미국이 패권 국가로 여러 나라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다는 북한 정권의 선전을 정당화하기 위해 유엔의 흔적을 지우려는 의도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영식 전 대장] “유엔의 깃발 아래 있는 것하고 강대국의 이름 아래 있는 것 중에 북한이 나중에 자기들이 스탠스를 취하기가 어느 게 쉽겠어요? 당연히 미국의 깃발 아래 있다고 하는 게 공격하기가 쉽죠.”
웨인 에어 유엔군사령부 부사령관은 이달 초 워싱턴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유엔사가 언젠가는 사라지게 되겠지만, 올바른 시기가 돼야만 가능한 문제라고 말했었습니다.
또 종전선언은 평화협정과 매우 다르다며 문재인 한국 대통령도 최근 종전 선언을 해도 유엔사의 지위에 어떤 영향도 없을 것이란 점을 명확히 했다고 말했습니다.
에어 부사령관은 17일 서울의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이런 입장을 거듭 밝히며 유엔사는 최근의 남북 신뢰 구축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에어 부사령관] “UNC will continue to fulfill its responsibility in the ongoing..."
유엔사는 실질적인 여러 도전과제에도 불구하고 외교적 노력을 지원하고 매우 중요한 사안들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오판으로 위기가 고조되지 않도록 책임을 충실히 이행할 것이란 겁니다.
에어 부사령관은 그러면서 유엔사는 걸림돌이 아닌 조력자로서 모든 당사국과 협력하며 역할을 변함없이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