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미 의회에서는 대북 정책을 관장하는 외교∙군사위원회 핵심 인사들이 대폭 교체될 예정입니다. 북한 문제를 다뤄온 주요 의원들의 성향과 접근법이 미-북 협상과 관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되는데요. 상하원 외교∙군사위를 이끌게 될 주요 의원들의 대북 기조를 이조은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올해 정계 은퇴를 선언한 밥 코커 상원외교위원장의 후임으로 유력시되는 인물은 제임스 리시 공화당 상원의원입니다.
아이다호 주지사 출신으로 2009년 상원에 입성한 리시 의원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한 주관적 평가를 삼가해왔습니다.
첫 미-북 정상회담 개최가 확정됐던 지난 3월 의회 내에서는 회담에 대한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지만, 리시 의원은 “협상 당사자들에게 이래라 저래라 운운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관망하는 태도를 유지했습니다.
[녹취:리시 의원] “These are the things that are going to be negotiated between the parties. I think we need to let the parties meet in good faith, exchanges ideas back and forth and come to a resolution of this. I don’t think we ought to be telling them, either parties what they need to do at this point…”
리시 의원은 당시 VOA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대한 미국의 상응조치를 묻는 질문에 “양측 간 협상될 것들”이라며 “지금 해야 할 일은 양측이 신념을 갖고 만나 생각을 주고 받음으로써 해결점을 찾도록 하는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현 시점에서 당사자들에게 무엇을 해야 하는지 운운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입니다.
지난 5월 북한이 미-북 정상회담 취소를 시사했을 당시 당적을 막론하고 북한의 태도를 비난하는 의원들의 목소리가 이어졌지만 그 때도 리시 의원의 반응은 달랐습니다.
[녹취:리시 의원] “I think that everybody needs to stop and take a deep breath. I’m very much encouraged by everything that’s happened so far…”
당시 리시 의원은 VOA기자와 만나, “모든 사람들은 잠시 멈추고 숨을 고를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일어난 모든 일들은 매우 고무적이고 트럼프 행정부가 하고 있는 방식에 만족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막상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문제와 관련해 거센 비판에 직면할 때면 대통령의 입장을 옹호하거나 해명하는 역할을 자처하며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리시 의원은 올 초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적인 대북 발언이 도마 위에 오르자 그런 수사는 오판을 부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 성격의 경고라며, 이런 행동을 부른 것은 북한이라고 지적했었습니다.
특히 지난 2월 의회 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이른바 ‘대북 코피 작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졌을 당시 리시 의원은VOA와의 인터뷰에서, 미 정부 각 부처 인사들에게 직접 물어봤다며 “누구도 코피 전략이란 단어를 고안하지 않았고 그런 전략을 제안했던 사람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대북 군사 옵션은 오히려 코피 전략을 넘어서는 규모가 될 것임을 시사한 겁니다.
상원 외교위 민주당 측 전문위원을 지낸 프랭크 자누지 맨스필드재단 대표는 7일 VOA에 “리시 의원은 감독 청문회 개최와 관련해 극도로 소극적”이라며 “(근동·남아시아·중앙아시아·대테러) 소위원장으로서 거의 청문회를 열지 않았기 때문에 그가 외교위원장이 될 경우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녹취:자누지 대표] “Senator Risch has been extremely passive in terms of holding oversight hearings. So, I’m not sure what to expect from him as the chairman of the Foreign Relations Committee…”
자누지 대표는 또 리시 의원은 북한보다 중동 문제에 매우 관심이 많기 때문에 외교위원장이 됐을 때 이 사안에 우선 순위를 둘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번 중간선거에서 3선에 성공한 밥 메넨데즈 상원의원은 내년에도 상원 외교위 민주당 간사직을 그대로 유지하게 됩니다.
메넨데즈 의원은 상원에서 대북정책 관련 민주당 측 기조를 이끄는 대표적 인물로, 내년에도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 견제 역할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메넨데즈 의원은 최근 VOA에 여러 차례에 걸쳐,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과장’만 있고 성과가 전혀 없다”며 북한과 최소 비핵화 정의부터 합의할 것을 줄곧 강조해왔습니다.
[녹취:메넨데즈 의원] “I don't know how we can say that we are moving in the right direction when we don't even have an agreement on what the denuclearization of the peninsular means...”
메넨데즈 의원은 특히 미-북 비핵화 협상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거듭 지적한 인물로, 이와 다른 견해를 보여온 리시 의원과 어떤 조합을 이룰지 주목됩니다.
하원 외교위에서는 더 큰 지각 변동이 예고돼 있습니다. 에드 로이스 하원 외교위원장이 올해 정계 은퇴를 선언한 데다 하원 다수당을 민주당이 장악했기 때문입니다.
하원 외교위를 이끌 새로운 민주당 위원장은 엘리엇 엥겔 하원의원이 유력합니다.
뉴욕주하원의원 출신으로 2013년 하원에 입성한 엥겔 의원은 그 동안 하원 외교위 민주당 간사를 맡으며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적극적으로 견제해왔습니다.
싱가포르 정상회담 직전 북한의 핵, 미사일 프로그램 폐기와 검증 기준을 설정하는 ‘북 핵 기준법’ 발의를 주도한 인물도 엥겔 의원입니다. 당시 의원들은 미-북 협상에 관한 다양한 견해를 내놓으면서도 관련 법안 발의와 같은 적극적인 행동은 다소 자제하는 분위기였습니다.
민주당 소속의 엥겔 의원이 하원 외교위원장을 맡게 되면 트럼프 행정부에 대북협상의 구체적 진행 상황을 묻는 감독 청문회도 늘어날 것으로 관측되고 있습니다.
공화당이 장악한 하원 외교위에서는 행정부 당국자를 출석시켜 대북 상황을 점검하는 전체위원회 청문회가 지난 1월 이후 단 한 건도 열리지 않았습니다.
엥겔 의원은 지난해 12월 VOA와의 전화인터뷰에서 “개인적으로는 북한 정권 교체가 북한 주민들을 위한 최선이라고 본다”면서도 “하지만 비극과 오판을 막기 위해 정권 교체 방안은 양보해줄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녹취:엥겔 의원] “Personally, I think regime change would be the best thing for the Korean people…”
이어 “군사 충돌보다는 외교를 더 선호한다”며 “미 국무부의 역할을 약화시키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행동에 화가 나고 의구심이 들고, 국무부 인력을 줄이고 요직을 공석으로 남긴 것이 우려된다”고 말했습니다.
엥겔 의원은 특히 인권 문제에 큰 관심을 두고 있는 인물로 평가됩니다.
[녹취:자누지 대표] “With him, I think one thing you can be sure of is that he is interested in human rights and I do expect that the Congress will shine a little bit more of spotlight on North Korea’s human rights records...”
자누지 대표는 따라서 내년 의회는 북한 인권 문제를 좀 더 부각시킬 것이고, 트럼프 행정부가 인권 문제에 더욱 관여하도록 할 것으로 관측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내년 하원 외교위 공화당 측 간사로 유력시되는 크리스 스미스 하원의원도 인권에 각별한 관심을 두고 있다는 점입니다.
스미스 의원은 지난 6월 북한의 완전한 인권 개선을 한반도 비핵화 전략에 포함시킬 것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상정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북한 인권 개선을 촉구해 주목됐었습니다.
스미스 의원은 지난 2000년 인신매매 희생자 보호법 제정을 주도했고, 지난해 11월에는 3명의 하원의원들과 초당적 모임인 ‘공산주의 희생자 코커스’를 결성하는 등 의회에서 세계 인권 문제에 주도적 역할을 해왔습니다.
내년 상하원 군사위 주요 인사들도 대폭 변경될 예정입니다.
최근 존 맥케인 상원 외교위원장의 별세로 후임이 된 제임스 인호프 위원장은 잭 리드 민주당 간사와 함께 내년에도 군사위를 이끌 전망입니다.
인호프 위원장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협상력에 늘 자신감을 나타냈던 인물로,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접근법과 대체적으로 맥락을 같이해왔습니다.
인호프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비핵화 속도 조절론이 제기된 지난달 VOA에, “북한의 비핵화에 시간표를 설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미국은 북한을 기다려줄 수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비핵화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북한은 핵, 미사일 실험을 멈추고 있고 최종 합의가 나올 때까지 중단을 지속할 것”이라는 주장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비슷합니다.
[녹취:인호프 의원] “As long as it takes. What you wouldn’t want is to put a timeline. The negotiations are going on right now, and while they are going on, he is not up to anything over there…”
반면, 리드 의원은 미-북 협상 진행 상황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던 인물로, 특히 북한의 확고한 비핵화 약속이 없는 미-북 회담 개최에 거듭 반대 입장을 나타냈었습니다.
리드 의원은 특히 지난 8월 VOA에, “싱가포르 회담 이후 비핵화에 진전은 없었고 김정은의 명성만 올라갔으며, 한국 대통령이 더욱 적극적으로 북한과 경제 관계를 구축하도록 촉진하는 결과로 이어졌다”며 이례적으로 남북 관계 진전을 비판한 의원이기도 합니다.
하원 군사위에서는 맥 손베리 현 군사위원장이 공화당 간사가 되고, 애덤 스미스 현 민주당 간사가 위원장을 맡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스미스 의원은 과거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강도 높은 대북 발언에 대해 “영리하지 않은 김정은”의 오판을 불러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우려를 제기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정책보다는 북한의 위협을 강도 높게 비판하는 데 더 무게를 뒀습니다.
다만, 군사 공격이 아닌 외교로 북 핵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트럼프 행정부에 국무부 예산 증액을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스미스 의원은 특히 국방 예산 증액을 지지하는 손베리 위원장과 의견을 달리했으며, 특히 핵무기 관련 지출 축소를 주장하고 있는 인물입니다.
자누지 대표는 상하원 군사위가 북한 문제와 관련해 한동안 조바심을 내지 않을 것으로 관측되지만, (대북 협상에) 진전이 없을 경우 미군 준비태세와 군사훈련 유예를 재검토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녹취:자누지 대표] “I think the armed services committee in the House and the Senate will be patient for now. But, if there is no progress…”
이어 내년 여름까지도 진전이 없을 경우 군사위는 청문회를 열어 미군의 준비태세와 군사훈련 유예가 미치는 영향을 조사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자누지 대표는 상원 외교위 동아태 소위원장인 코리 가드너 의원과 민주당 간사인 에드워드 마키 의원, 그리고 일부 민주,공화당 의원들은 2017년 초 북한과의 전쟁 가능성을 우려했지만, 현재로선 외교가 시작됐기 때문에 한 동안 조바심을 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예를 들어 내년 의회가 북한에 대한 제재를 통과시킬 가능성은 낮다는 겁니다.
그러나 북한이 핵,미사일 실험과 같은 “정말 나쁜” 행동을 할 경우 의회의 행동은 바뀔 수 있다며, 이 경우 분명히 강력한 의회의 역할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이조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