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 입니다. 지금 이 시각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미국과 러시아 간의 2차 정상회담이 언제 개최될지 알 수 없다고 크렘린궁이 밝혔습니다. 프랑스 정부가 곳곳의 폭동을 가라앉히기 위해 유류세 인상을 연기했고요. ‘보통 사람’을 자처하는 멕시코 새 대통령이 취임 후 파격적인 행보를 이어가는 소식, 함께 전해드리겠습니다.
진행자) 미-러 정상이 조만간 회담할 일은 없다고, 크렘린궁이 밝혔군요?
기자) 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2차 정상회담을 위해 가까운 시일 내에 워싱턴을 방문할 계획이 없다고 크렘린궁이 3일 밝혔습니다. 이같은 입장은 “확고하다”고,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이 관영 타스 통신에 말했는데요. 언제 두 정상이 만날 수 있을지 “불명확하다”는 겁니다.
진행자) 어떤 맥락에서 러시아 측이 이런 입장을 내놓은 거죠?
기자) 지난주 예정됐던 정상회담을 미국이 취소한 데 뒤따른 반응입니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진행된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양국이 개별 회담을 열기로 했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전격 취소했는데요. 앞서 러시아가 흑해상에서 우크라이나 함정을 나포하고 승조원들을 억류한 사건을, 트럼프 대통령은 취소 이유로 들었습니다. “상황이 해결되는 대로 의미 있는 회담을 하길 고대한다”고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밝혔습니다.
진행자) 워싱턴에 올 일이 없을 거라고 한 건 왜죠?
기자) 앞서 미국의 초청 의사를 거절한 겁니다. 존 볼튼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은 지난 10월 기자회견을 통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내년 초에 워싱턴으로 초청할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여기에 응하지 않겠다는 겁니다.
진행자) 미-러 정상이 만나기 힘든 상황이 이어지고 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은 지난 7월 핀란드 헬싱키에서 첫 회담을 한 뒤, 비판을 받았습니다. 배석자없이 통역만 대동한 대화에서 무슨 이야기가 오갔는지 알려지지 않았고요. 공동기자회견에서는, 양국 간 최대 현안 중 하나인 2016년 미국 대선에 러시아 당국이 개입한 일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측의 입장을 두둔하는 발언을 해 논란이 일었습니다.
진행자) 미국 정보당국은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 과정에 러시아가 개입했다는 결론을 내렸죠?
기자) 맞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가 한 일이 아니라고 말했다고 당시 기자회견에서 말했는데요, 논란이 일자 나중에 트럼프 대통령은 말실수였다고 해명했고요, 미국 정보당국을 신뢰한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미국과 러시아는 이번 G20 정상회의 기간 중 말고, 이전에도 2차 회담을 추진하지 않았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달 프랑스 파리에서 진행된 제1차 세계대전 종전기념식에서 별도로 회담하기로 합의했었는데요. 단독 회담은 성사되지 않았고, 주요국 지도자들이 모인 가운데, 두 정상 간에 간단한 의견교환만 있었습니다.
진행자) 두 정상이 또 국제회의에서 만날 가능성은 없습니까?
기자) 있습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사실상 두 정상이 다자 간 정상회의에서 개별 회담을 여는 것이 가장 쉬운 방안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는데요, 내년 6월 말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다음 G20 정상회의에서 만날 가능성을 언급했습니다. 하지만 오사카 정상회의까지 6개월 이상 남은 상황인데요, 페스코프 대변인은 지금 두 나라 관계가 “방어할 수 없는 답보상태”라고 평가했습니다.
진행자) 이 같은 미-러 관계 답보상태를, 미국은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기자) 한반도 비핵화와 시리아 내전을 비롯한 국제 현안이 많아서, 미-러 정상간 대화가 긴요한 시점으로 미국은 판단합니다. 특히 최근에는 군축 문제가 중요한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3일 인터넷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심각하고 통제불능 상태가 된 군비 경쟁을 중단하기 위해, 나와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 그리고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향후 어느 시점에 대화를 시작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적었습니다.
진행자) 최근 군축 문제가 쟁점으로 떠오른 이유는 뭔가요?
기자) '중거리핵전력조약(INF)' 존폐 논란 때문입니다. 냉전 시절인 1987년 체결된 이 조약은 사거리 500km에서 5천500km까지 탄도·순항 미사일의 생산과 배치, 운용을 금지하는 내용인데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가 INF를 위반했다면서, 미국이 여기서 탈퇴할 수 있다고 밝혀왔습니다. 여기에 맞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미국이 INF에서 탈퇴하면 응당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지난달 19일 말했는데요. 이처럼 미국과 러시아가 대치하면서 INF가 무력화되면, 새로운 군비경쟁이 가속화될 수 있다고 국제사회가 우려했습니다.
진행자) 군축을 위해 대화하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에 중국에선 뭐라고 했나요?
기자) 중국도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4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방어적인 국방정책을 견지해왔다"며, 군비경쟁에 참가한 적이 없고 어떤 나라도 위협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듣고 계십니다. 프랑스 총리가 4일 대국민담화를 냈군요?
기자) 네. 파리를 비롯한 주요 도시에서, 개혁 정책에 항의하는 과격 시위가 한 달가량 이어지면서, 폭동으로 번지고 있는데요. 프랑스 정부가 유류세 인상 조치를 연기했습니다. 새해 초로 예정됐던 유류세 추가 인상을 6개월 뒤로 미룬다고 에두아르 필리프 총리가 4일 발표했습니다.
진행자) 프랑스 총리가 발표한 내용, 자세히 들여다보죠.
기자) 필리프 총리는 이날 대국민 담화를 통해 “유류세 인상을 반년간 유예하고, 자동차 배기가스 규제 강화조치도 같은 기간 미룬다”고 밝혔습니다. 이같이 결정한 이유로, “프랑스의 통합을 위험에 빠뜨리는 세금은 소용이 없다”고 설명했는데요. 시위를 통해 프랑스 국민이 “표출한 분노를 보고 듣지 않을 수 없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진행자) 정부가 시위대의 요구에 사실상 입장을 굽힌 거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총리인) 내가, 그리고 집권당이 국민을 제대로 설득하지 못했기 때문에 앞으로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필리프 총리는 말했는데요. 다만, 앞으로 과격 폭력 시위는 용인하지 않겠다면서, “사전 신고를 통해 차분한 집회를 진행해달라”고 프랑스 국민에 당부했습니다.
진행자) 프랑스 정부의 이번 발표가, 시위를 가라앉힐 수 있을까요?
기자) 조금 두고 봐야겠습니다. 프랑스 정부가 강경한 입장을 굽혔다는 점에서 평가하는 쪽도 있지만, 위기를 잠시 모면하기 위해 ‘꼼수’를 썼다는 현지 여론도 만만치 않은데요. 유류세 인상을 철회한 게 아니라, 6개월간 시행을 연기한 데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관련 정책에 반대하는 프랑스 국민들의 시위가 가라앉을지는 미지수 입니다.
진행자) 프랑스 곳곳에서 진행중인 소요 사태, 어떤 상황입니까?
기자)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상황은 점점 악화되고 있습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 1일 남부 항구도시 마르세유에서 80대 할머니가 얼굴에 최루탄을 맞아 숨졌습니다. 또한 프랑스의 상징이랄 수 있는 파리 개선문 앞에서 차량이 불타고, 시위대가 공공 시설물을 파괴하는 영상이 세계 주요 매체에 전파되고 있습니다.
진행자) 혼란이 계속되면서 프랑스 정부가 정치적 곤경에 처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지지율이 20%대까지 떨어졌는데요. 반면, 시위를 주도하는 노조를 지지한다는 여론은 70%에 육박한 것으로 현지 언론이 전했습니다.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 정부와 기존 정치에 새 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를 모으며 지난해 집권했는데요. 각종 개혁 정책이 반발을 불러 일으키면서, 1년여 만에 여론이 등을 돌리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현지 유력지 르몽드는 마크롱 정부의 '무능과 오만'을 지적하면서, "통치 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위기 타개가 어려울 것"이라고 사설에 적었습니다.
진행자) 시위가 장기화되면서, 경제적인 영향도 있다고요?
기자) 네. 주요도시 상점들이 영업을 제대로 못하면서, 소비업종을 중심으로 타격을 입고 있다고 프랑스 정부가 밝혔는데요. 브뤼노 르메르 경제장관은 “시위로 인한 경제적 충격이 심각하다”며, “일부 소매점의 매출이 20%에서 40%까지 급감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안 이달고 파리 시장은 금액으로 따져 300만 유로(미화 약 340만 달러)에서 400만 유로(460만 달러) 손실이 하루에 발생한다고 밝혔는데요. 시위에 부정적인 여론을 띄우기 위해, 정부가 영향을 부풀리고 있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멕시코에서 새 대통령이 취임했군요?
기자) 네. 미국 남쪽으로 접한 이웃나라 멕시코에서,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신임 대통령이 지난 1일 공식 취임했습니다. 취임식에는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고문을 비롯한, 미국과 주요 나라 대표단이 참석했는데요. 이후 며칠 동안, 이전 멕시코 대통령이 보여주지 않았던 파격 행보를 이어가며, 멕시코 현지뿐 아니라 세계 언론의 관심을 끌어모으고 있습니다.
진행자) 파격 행보라니, 어떤 겁니까?
기자)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보통 사람(common man)’이라면서, 특권을 거부하고 있는 게 우선 눈에 띕니다. 이전까지 멕시코 대통령이 누렸던 다양한 혜택들을 포기하고 있는데요. 취임식 다음 (2일) 지방 도시를 방문하면서, 대통령 전용기를 타지 않고, 일반 시민들과 함께 민간 항공기를 이용했습니다. 그리고 주말 내내 대통령궁을 일반에 개방했는데요. 멕시코시티로 돌아와 대통령궁으로 향할 때도 방탄기능을 갖춘 대통령 의전 차량 대신, 취임 전에 타던 폴크스바겐 소형차를 탔습니다. 또한 군 병력이 대통령을 경호하던 관행도 없애도록 지시했습니다.
진행자) 소박한 면모를 보여줬고, 또 어떤 게 이전 대통령들과 다른가요?
기자) 매일 아침 기자회견을 하겠다고도 밝혔습니다.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겠다”며, 대통령이 직접 주요 현안을 설명하는 행사를 정례화하겠다는 이야기인데요. 직전 대통령인 엔리케 페냐 니에토 정부 당시, 정기 회견은 없고, 회견하더라도 질의응답보다 대통령이 원고를 읽는데 치중했던 데서 크게 달라진 모습이라고 로이터통신은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대통령이 아침 회견에서 다룰 현안들은 어떤 것들입니까?
기자) 주제에도 제한을 두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3일 오전 7시에 열린 첫 회견에서는 대통령 전용기 매각 건을 비롯한 의전 축소 계획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멕시코 대통령 비행기는, 안에 침실도 있고, 대리석으로 만든 호화 욕실까지 갖춘 것으로 유명한데요. 기체 값만 2억 달러가 훌쩍 넘는 것으로 보도됐습니다. 이 전용기를 팔아 사회복지예산으로 쓰겠다고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지난 대선 당시 공약했습니다.
진행자) 공약을 취임 초부터 즉시 실천하는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또한 멕시코의 고질적인 사회문제 가운데 하나인 치안 불안 해소를 위해, 치안 담당 부처와 대통령의 회의도 정례화하겠다고 밝혔는데요. 마약조직과 조직범죄 집단의 현황을 대통령이 직접 챙기며, 대응 방안 등을 지시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멕시코 새 정부가 치안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특히 관심이 높다고요?
기자) 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범죄와의 전쟁’을 새 정부의 주력 국정 과제 중 하나로 꼽았는데요. 지난 2014년 멕시코 교육대학생 43명이 집단 실종된 사건을 재조사하라고 4일 지시했습니다. 당시 갱단이 학생들을 살해했다는 정부 발표에도 불구하고 피해자 시신은 대부분 발견되지 않아서, 논란이 계속됐습니다. 또한 가해자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비판도 받았는데요.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이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진실위원회’ 구성안에 이날(4일) 서명했습니다. 또한 실종 학생 부모들을 면담했는데요. “이 일은 국가 차원의 문제다. 이 문제에서 손을 씻지 않겠다”며, 책임자 전원 처벌과 증인 보호까지 약속했습니다.
진행자) 멕시코 새 정부의 이같은 출범 초 움직임, 반응이 어떻습니까?
기자) 멕시코 국민의 반응은 아주 우호적인 것으로 AP통신이 전했습니다. 멕시코에서 공화정 출범 89년 만에 우파에서 좌파로 정권이 넘어갔기 때문에, 극적인 정책 전환에 대한 우려도 앞서 있었는데요. 기존 정치권의 우려와 반발도 일단 수그러드는 모양새입니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이 자신을 혐오하던 정치 엘리트들도 사로잡았다”고 로이터 통신은 평가했습니다.
진행자) 미국과의 관계는 어떻게 될까요?
기자) 일단 경제 분야에서는 출발이 좋습니다. 지난주 미국과 멕시코, 캐나다, 북미 세 나라 정상이 새 무역협정(USMCA)을 공식 조인했는데요. 교섭 과정에, 로페스 오브라도르 당시 당선인 측이 적극 협조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어려움은 없을까요?
기자) 이민 문제에서는 어려움이 예상되는데요. 멕시코 국경을 통해 미국에 들어오려는 중남미 출신 이주자 행렬 ‘캐러밴(Caravan)’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줄곧 문제로 지적해왔기 때문에, 미국과 멕시코 사이 갈등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