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언론은 미-북 간 실무 회담이 몇 달째 진전되지 않으면서 북핵 문제 해결에 대한 기대감을 낮추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협상을 총괄하고 있는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은 사적으로는 이런 상황에 분노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박형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블룸버그 통신은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임명된 지 석 달이 넘도록 북한 측 상대와의 만남이 이뤄지지 않는 것은 미-북 협상이 흔들리고 있다는 신호라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의 개인적 친밀함을 강조하면서 북한은 통상적인 외교 채널을 거부하는 과감함을 보이는 것 같다는 전, 현직 미 관리들의 분석을 소개했습니다.
특히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과 가까운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폼페오 장관이 공개적으로는 낙관론을 유지하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싱가포르 회담 이후 아무런 진전이 없는 데 갈수록 분노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또 이는 북핵 문제가 조기에 해결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 수준도 낮추게 했다고 지적하며,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는 북한의 '지연전술'에 얼마나 인내해야 하는지 회의감이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통신은 이어 존 볼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최근 진전이 없는 상황을 2차 미-북 정상회담의 개최 이유로 설명했다면서, 이는 폼페오 장관과 비건 특별대표를 더욱 좌절하게 하는 발언이라는 전문가의 분석을 소개했습니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정 박 선임연구원은 볼튼 보좌관이 진전을 이루기 위해 추가 정상회담이 필요하다고 말해버리면, 북한으로서는 폼페와 장관이나 비건 특별대표를 굳이 상대해야 할 이유가 없어진다고 지적했습니다.
ABC 뉴스도 비핵화에 진전이 없는 상황에 대한 관리들의 좌절감이 커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2차 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그러면서 첫 정상회담이 열린 지 반년 만에 다음 회담을 서두르는 것은 양측이 현재 얼마나 멀리 있는지 보여주는 방증이라고 전했습니다.
아담 마운트 미국과학자연맹 선임연구원은 일반적으로 정상회담에 앞서 열리는 실무회담을 통해 합의 사항을 조율하지만,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과 더 좋은 합의를 이룰 수 있다는 계산으로 실무 회담을 피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어 ABC 뉴스는 소식통들을 인용해 지난달 전격 취소됐던 폼페오 장관과 북한 김영철 부위원장 간의 만남 일정은 아직 잡히지 않았다고 보도했습니다.
또 폼페오 장관은 지난 10월 초 방북 직후 북한과의 합의에 따라 조만간 국제 사찰단이 풍계리 핵실험장과 동창리 미사일 엔진 시험장을 방문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2달이 지나도록 실현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는 동안 북한이 미사일 기지를 확대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우려스럽게도 이것이 기술적으로 싱가포르 합의를 위반한 것은 아니라는 전문가의 진단을 소개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10일 한국 정부는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과 2차 미-북 정상회담의 개최를 촉구하고 있지만, 미국과 북한 어느 쪽도 서두르려 하지 않는 것 같다고 보도했습니다.
또 미국 관리들은 김 위원장이 먼저 핵 신고를 함으로써 2차 정상회담에서는 비핵화에 대한 더 분명한 확약을 할 것이라는 점을 회담 개최 이전에 확인하기를 바란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북한 관리들은 핵 신고서 제출을 미국에 선제타격을 위한 표적지를 건네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런 가운데 폼페오 국무장관과 김영철 부위원장의 뉴욕 회담이 취소됐고, 비건 특별대표는 4개월 넘게 북한 측 협상 파트너와 상견례도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워싱턴포스트는 9일 칼럼을 통해, 폼페오 장관은 취임 이후 "미국의 영광을 복원하겠다"고 으스댔지만, 지난 7개월간 외교 성과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의회와 주요 동맹국, 언론과 국무부 직원은 물론 심지어 북한으로부터도 외면 받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칼럼은 북한 통치자도 폼페오 장관과 거래하지 않겠다고 결정한 게 분명해 보인다며, 제재 완화를 양보하지 않는 강경한 태도 때문일 수도 있지만 (북한) 독재자도 폼페오 장관의 으스댐을 싫어해서일지도 모른다고 덧붙였습니다.
VOA 뉴스 박형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