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위원장의 연내 서울 방문 무산은 북한이 대미 관계에 집중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현재로서는 제재 문제에 대한 미국과 북한의 입장이 워낙 커서 비핵화 협상의 답보 상태가 계속될 전망입니다. 한반도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윤국한 기자와 함께 합니다.
진행자) 김정은 위원장이 현 시점에서 서울 방문을 하지 않기로 결정한 배경이 뭘까요?
기자) 미국과의 협상이 어려움에 처해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서울을 방문하더라도 남한과의 경제협력 등 자신이 바라는 성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김 위원장은 서울 답방 시기에 대해, 처음부터 트럼프 대통령과의 2차 정상회담 이후를 생각하고 있었을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합니다. 미국과의 관계에서 진전을 이뤄야 서울 방문에서 `빈손 귀국’을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김 위원장이 서울에 가지 않은 건 바쁜 연말 일정이나 경호 문제 등과는 관계가 없다는 얘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시간이나 안전의 문제가 아니라 김 위원장의 전략적 구상에 따른 결정이라고 봐야 합니다. 한국 정부도 당초 2차 미-북 정상회담 이후 김 위원장이 서울을 방문하는 구도를 선호했었습니다. 그러던 중, 지난 1일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미-한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조기 서울 방문을 지지하자 연내 방문에 적극적으로 나선 겁니다.
진행자)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이 미-북 정상회담에 앞선 남북정상회담 개최에 의견을 같이 한 배경은 뭔가요?
기자) 답보 상태에 있는 미-북 협상을 되살리고, 2차 정상회담 개최에 도움이 될 것이란 판단 때문이었습니다.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이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노력에 모멘텀을 제공할 것”이라는 두 정상의 인식이 이런 관측을 뒷받침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문 대통령이 비핵화에 관한 김 위원장의 추가 결단을 얻어낼 것을 기대했을 수 있습니다. 결국, 김 위원장은 이번에 선제적인 비핵화 조치의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진행자) 미국이 먼저 상응 조치를 취하기 전에는 움직이지 않겠다는 건가요?
기자) 네. 북한의 태도는 오늘(13일) `조선중앙통신’에 실린 논평에서 여실히 드러납니다. 논평은 비핵화 협상에서 “미국이 우리에게 크게 빚지고 있다”며 대북 제재를 비난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의 상응 조치를 “인내성 있게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북한이 미국과의 고위급 회담을 두 차례나 거부하고,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에 대한 한국 당국의 요청에 무응답으로 일관한 이유를 설명하는 대목입니다.
진행자) 제재 문제에 관한 미국의 입장 역시 확고부동해 보이는데요. 절충점을 찾을 수 있을까요?
기자) 현재 북한은 판을 깨지만 않을 뿐 협상에 매우 소극적이고, 미국은 추가 제재 등을 통해 북한의 태도 변화를 압박하고 있습니다. 서로 상대가 먼저 움직이기를 기다리고 있는 겁니다. 미국과 북한은 제재 외에 핵 신고를 놓고도 입장차가 워낙 큽니다. 양측이 각자 마지막 단계 조치로 여기고 있는 제재와 핵 신고를 놓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형국입니다.
진행자) 북한은 제재 문제에서 진전이 없으면 미국과의 고위급 회담도 소용 없다는 입장인 것 같은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비핵화 협상의 전도는 미국의 태도 변화에 달렸다는 게 북한의 주장입니다. 이 때문에 연내 고위급 회담 개최도 불투명한 상황이고요, 이렇게 되면 내년 초로 예정된 2차 정상회담이 늦어지는 건 물론, 아예 표류할 수도 있습니다. 특히 이런 상황에서는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2차 미-북 정상회담 이전에 이뤄질 가능성도 매우 희박합니다.
진행자) 미국과 북한이 아무런 사전 조율 없이 2차 정상회담을 열 수는 없지 않나요?
기자) 미국과 북한 모두 추가 정상회담의 필요성에는 동의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 만큼 고위급 회담은 어떤 형태로든 열릴 가능성이 크고, 폼페오 국무장관이 다시 평양을 방문할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제재와 핵 신고와 관련한 타협점이 마련되지 않는 한 현재의 협상 답보 상태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한반도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