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곳곳의 다양한 모습과 진솔한 미국인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김현숙입니다. 12월 25일은 기독교의 축일이자 미국의 큰 명절인 크리스마스입니다. 미국에선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어린 자녀들 또는 온 가족이 크리스마스의 상징인 산타클로스 할아버지와 사진을 찍어 크리스마스 카드를 만들곤 하죠. 그런데 몇 년 전부터는 산타와 함께 사진을 찍는 현장에 네발 달린 가족도 동참하고 있다는데요. 바로 가족이 기르는 애완견이 산타와 함께 사진을 찍는다고 합니다.
“첫 번째 이야기, 애완견과 산타가 함께 찍는 크리스마스 기념사진”
[현장음: 도그마 애완견용품 전문점]
버지니아주 알링턴에 위치한 애완견용품 전문점 도그마... 애완견을 위한 사료와 미용실까지 갖춘, 애완견을 위한 공간인데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많은 개가 멋지게 단장을 하곤 카메라 앞에서 자세를 잡습니다. 애완견과 산타가 함께 사진을 찍는 이 날 하루에만 사진 전문가인 지니 테일러 씨는 약 100마리의 사진을 찍었다고 합니다.
[녹취: 지니 테일러] “저는 애완견들이 마치 산타와 대화를 하는 듯, 교감하는 모습을 보는 게 참 좋습니다. 애완견도 가족의 일원이잖아요. 자녀들이 산타와 사진을 찍듯 개들도 산타와 사진을 찍고 또 가족사진에 들어가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행사장에서 만난 어떤 가족은 아이가 태어나 첫 번째 크리스마스를 맞는 걸 기념하듯 현장을 찾았다고 했는데요.
[녹취: 크리스 트로이아노]
올해가 애완견이 가족의 일원으로 맞는 첫 번째 크리스마스라며, 온 가족이 크리스마스의 추억을 만들기 위해 산타와 함께 사진을 찍으러 왔다고 말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매년 애완견을 데리고 와 산타와 사진을 찍는다는 가족도 있었는데요.
[녹취: 브라이언 로즈]
매년 크리스마스가 되면 강아지들 머리에 리본도 달고 한껏 멋을 내 사진을 찍으러 온다며, 다른 강아지들도 다들 최고로 멋지게 하고 온다고 말했습니다.
이렇게 애완견과 산타가 함께 사진을 찍는 비용은 25달러인데요. 사람들이 내는 돈의 상당수는 지역의 유기견 보호 단체 등에 기부금으로 간다고 하네요.
사진을 찍으러 오는 애완견 중에 특히 눈에 띄는 강아지도 있었는데요. 알리샤 폴리 씨는 애완견 퀸시가 기독교의 명절인 크리스마스와 유대교 명절인 하누카를 모두 기념하길 바란다고 했습니다.
[녹취: 알리샤 폴리] “저는 하누카를 기념하며 ‘야마카’라고 하는 유대인의 전통 모자와 목도리를 강아지 머리에 씌었어요. 제가 유대인이거든요. 저는 크리스마스와 하누카를 다 기념하는데 우리 강아지 퀸시도 그랬으면 해서 이렇게 유대교 복장을 하고 산타와 사진을 찍으러 왔어요.”
그런데 애완견과 사진을 찍은 건 사실 쉬운 일이 아니라고 합니다. 멋진 그림이 나오려면 개가 산타 발 앞에 얌전히 앉아 있어야 하는데 이게 힘들 때가 있다고 하네요. 사진사 지니 테일러 씨의 설명을 들어보죠.
[녹취: 지니 테일러] “사진을 찍을 때 개가 사진사를 보게 하는 게 중요해요. 개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 장난감의 소리를 내기도 하고요. 제가 직접 독특한 소리를 내서 개가 저를 쳐다볼 수 있게끔 합니다.”
사진사만큼 고생하는 사람이 또 있는데요. 산타클로스 복장을 하고 애완견과 같이 사진을 찍은 짐 그리어 씨였습니다.
[녹취: 짐 그리어] “사진을 찍으려고 하는데 제 무릎 위로 갑자기 뛰어 올라오는 개들도 있습니다. 멀리 도망가는 녀석도 있고요. 가끔씩 저를 보고 마구 짖는 개도 있어요. 몇 번 개들이 저를 할퀸 적도 있는데, 다행히 이때까지 개한테 물린 적은 없습니다.”
이렇게 산타와 사진사는 고생을 할 때도 있지만, 애완견을 데려오는 사람들의 얼굴엔 행복이 가득한데요. 페니 에드워즈 씨는 딸과 똑같은 잠옷을 맞춰 입곤 애완견 블루와 사진을 찍으러 왔다고 했습니다. 산타에게 크리스마스에 받고 싶은 선물을 말한 딸은 애완견 블루도 산타에게 받고 싶은 선물을 말했다고 하는데요.
[녹취: 어린이]
블루는 치즈와 공을 받고 싶다고 했다며 해 맑게 웃습니다.
애완견과 산타가 찍은 사진을 흡족한 모습으로 바라보는 사람들. 이 사진으로 크리스마스 카드를 만들어 가족과 친구들에게 보내겠다고 하는데요.
[녹취: 에이미 캐슬러]
애완견과 산타가 함께 찍는 크리스마스 기념사진은 이처럼 크리스마스의 새로운 유행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두 번째 이야기, 워싱턴 국립식물원 안을 달리는 모형 기차들”
미국 연방 의회 인근에 국립식물원(US Botanic Garden)이 있습니다. 이곳엔 늘 많은 방문객이 찾아 세계 각지의 꽃과 식물을 감상하는데요. 12월이 되면 발 디딜 틈도 없이 많은 사람으로 붐빕니다. 매년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국립식물원은 크리스마스를 대표하는 식물과 함께 작은 모형 기차들이 식물원 안을 달리기 때문인데요. 올해는 특히 미국의 역사적인 역들을 재현한 역대 최대 규모의 설치로 더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현장음: 워싱턴 국립식물원]
영하의 날씨를 보이는 워싱턴 D.C.의 12월, 하지만 국립식물원 안에 들어서기만 하면 따뜻한 온기와 함께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한껏 느낄 수 있습니다. 올해는 지난 1800년대에서 1970년 사이에 지어진 역사적인 기차역 31곳을 재현한 설치물이 제작됐는데요. 작은 모형 기차들이 설치물 사이 사이를 달리며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녹취: 데빈 닷슨] “우리 국립식물원에선 매년 연말, 크리스마스시즌이 되면 모형 기차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2살부터 92살까지, 연령에 상관없이 누구나 좋아하고 즐기는 전시가 열리는 거죠.”
국립식물원의 데빈 닷슨 대변인의 설명대로 식물원 안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달리는 모형 기차에서 눈을 떼질 못합니다.
어린 아들과 함께 식물원을 찾았다는 카시미라 바티 씨 역시 전시를 즐기고 있었는데요.
[녹취: 카시미라 바티] “우리 아들이 기차가 달리는 걸 무척 좋아하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역사적인 미국의 역들을 재현한 공간을 달리니까 교육적인 측면에서도 좋은 것 같아요.”
식물원을 달리는 기차를 보며 아이들은 신나 하지만, 어른들은 추억에 잠깁니다. 미국에선 1910년에서 60년 사이 크리마스트리 아래에 모형 기찻길을 설치해 장난감 기차를 달리게 하는 게 큰 유행이었죠. 따라서 나이가 지긋한 어른들은 기차가 달리는 것을 보며 어린 시절을 추억하게 된다는데 닷슨 대변인의 설명입니다.
또한, 식물원이 재현한 역사적인 역들은 대부분 현존해 있는 건물들인데요. 조각들을 자세히 보면 정말 정교하고 아름답게 만들었다는 것과 함께 독특한 재료로 만들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녹취: 데빈 닷슨] “역들은 다들 천연 자연 재료로 만들었습니다. 도토리와 계피 막대기, 포도 덩굴과 덩굴손 등이 주로 쓰였는데요. 무려 100가지가 넘는 식물의 다양한 부분이 역을 재현하는 데 사용됐습니다.”
식물원은 역사적인 기차역들 외에 워싱턴 D.C.를 상징하는 건축물들도 자연 재료로 다 재현했습니다. 기차 길을 따라가면 작은 백악관과 연방의사당, 연방대법원 건물도 만날 수 있죠. 방문객 웬디 엘그 씨는 정교하게 만들어진 이들 설치물을 보며 감탄했습니다.
[녹취: 웬디 엘그] “독창성과 창의성도 돋보이고요. 무엇보다 이 정교한 설치물들을 인공재료가 아닌 자연에서 온 재료로 다 만들었다는 게 믿어지지 않습니다. 환상적이에요!”
워싱턴 국립식물원은 모형 기차길 외에, 워싱턴에서 가장 규모가 큰 실내용 크리스마스트리 두 그루와 ‘크리스마스의 꽃’으로 불리는 포인세티아 3천 그루로 장식해, 방문객들에게 크리스마스의 기쁨을 전하고 있습니다.
네,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다음 주에는 미국의 또 다른 곳에 숨어 있는 이야기와 함께 다시 찾아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