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민간단체인 북한인권시민연합이 지난 20여 년 간 1천여 명의 탈북민을 구출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필요한 자금은 전액 일반 시민과 민간단체들의 기부를 통해 조달했는데요, 서울의 김영권 특파원이 이 단체 김영자 국장을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탈북 난민 1천 명을 구출했습니다.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김 국장) 글쎄요. 저희는 올해 1천 명이 되리라고 생각도 못 했습니다. 그런데 지난 5월에 제 기사가 ‘조선일보’에 나가면서 많은 분이 후원금을 보내 주셨습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쉴 틈 없이 북한 난민들의 구조 요청이 들어와서 때가 잘 맞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정신없이 구하다 보니 올해 230명을 구출했고 그동안 구출한 분들을 합산해 보니 1천 명이 넘었습니다.
기자) 구출 비용이 얼마나 됩니까?
김 국장) 비용이, 어느 지역에 있는지에 따라 조금씩 다릅니다. 저희는 (중국의) A란 지역에 모여서 동남아의 안전 지역으로 가기 때문에 190~200만원 정도면 가능합니다.
기자) 그럼 지금까지 구출을 위해 투입한 비용이 상당하겠군요
김 국장) 그렇죠. 이제까지 구출한 금액을 합산해 보니까 15억~16억원이 들어갔습니다. 올해에만 4억이 넘어섰죠.
기자) 상당한 금액인데, 한 단체가 감당하기에는 어려움도 있었을 텐데 어떤 방식으로 탈북 난민을 구출합니까?
김 국장) 몇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하나는 저희가 이들의 사연을 써서 후원자분들 혹은 저희가 아는 분들에게 편지를 띄웁니다. 이런 여성 혹은 남성이 이런 곤경에 처해있습니다. 이들을 구하는 데 얼마의 돈이 듭니다. 도와주세요 이런 편지를 쓰기도 하고 혹은 이벤트, 영화 보기를 한다든가 외국인과 같이하는 시간, 북한 음식을 먹는다든가 하면서 모금 활동을 합니다. 또 하나는 (인터넷 방송인) ‘배나 TV’라는 곳에서 탈북 난민 구출단을 조직해서 저희에게 1년 간 돈을 지원받게 해 줬습니다. 그런 여러 활동을 통해 지원금이 들어오고 있어요.
기자) 그런 어려운 소식들을 들으면 손수 돈을 내서 돕는 손길이 시민들 사이에 꾸준히 있다는 얘기군요
김 국장) 그렇죠. 올해는 더 많았죠. 4억 이상을 구호금으로 받았으니까요. 어떤 분은 택배로 현금을 보내오신 분도 있었어요. 어떤 할아버지는 돈이 많지 않으시다며 50만원을 보내면서 내가 돈이 생기면 조금씩 보내 주겠다고 하시고요. 또 자기 이름을 남기지 않은 채 2천만원씩 보내 주시는 분도 계시고.
기자) 북한 문화로 볼 때 성금이나 기부금을 내서 누군가를 돕는다는 게 익숙하지 않을 것도 같습니다.
김 국장) 그렇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면비로 오는 거다. 비용을 안 받고 면비로 오는 것이니 누가 돈을 달라고 해도 주지 말라고 합니다. 그런데 자기들도 불안하니까 그때는 잘 이해를 못 하시는데 한국에 와서 조금 있다 보면 그것을 이해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그 분들도 “저희가 이렇게 되는지 몰랐습니다. 조금이나마 저희도 뭔가 보내고 싶습니다.” 하시면서 회원이 되는. 자기가 받은 만큼 환원하고 싶어서. 그 이상을 하고 싶어서. 지난번에 (탈북민) 은주 씨도 3백만원 기부했고, 성주 씨도 결혼하면서 축의금으로 들어온 것으로 생명 하나 구하고 싶다고 2백만원 지원을 하고. 또 북에서 온 다른 탈북 젊은이들로 지원이 이어지고 있어서 저는 참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북한인권시민연합이 어떤 계기로 탈북 난민 구출사업을 시작한 건가요?
김 국장) 저희가 1996년에 창립했는데, 그 시기에는 돈도 없고 아무 것도 없었어요. 사실 사무실도 없이 시작을 했는데 그때 저희 목표는 북한에 정치범 수용소가 있다는 것을 국제사회에 공론화하자는 것이었어요. 그런데 창립한 그 달에 블라디보스토크에서 3명의 북한 남성이 한국으로 오려고 비행기에 타려고 하다가 러시아 경찰에게 잡혔어요. 그래서 북한으로 돌려보내는 과정에서 1명을 북한 측이 받아서 그 자리에서 총살했습니다. 그러니까 러시아 당국이 놀라서 나머지 2명을 인계하지 않는 것을 보면서 아 굉장히 심각하구나! 그것을 알았습니다.
기자) 그렇군요
김 국장) 또 하나는 러시아에서 떠도는 탈북 노동자가 있었어요. 그 분이 자신을 살려달라고 우리에게 자기의 사연을 보냈죠. 그 사연이 정말 가슴이 아파요. 지금 밖에서 추위에 떨고 있는 누군가가 문을 똑똑 두들기며 나에게 물 한 컵만 달라고 하면 여러분은 주시겠습니까? 그들이 그런 처지란 거죠. 그래서 그 분을 보면서 아 우리가 이 일을 꼭 해야겠다. 그 때부터 그 분들을 손이 닿는 대로 우리가 도와주기 시작했고 한국으로 데려오기 시작했습니다.
기자) 그럼 지난 22년 동안 정확히 몇 명을 구출한 건가요
김 국장) 1천 20명입니다. 저도 놀랐어요. 이 게 기적인가? 하면서 놀랐습니다.
기자) 그런데 한국에 입국하는 탈북민들이 계속 감소하는 추세인데, 최근 상황은 어떻습니까?
김 국장) 올해 초만 해도 상당히 많이 감소했었습니다. 그래서 구출한 숫자를 보면 초반에는 별로 없었어요. 그러다가 중·후반부 들면서 많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9월~11월 사이는 엄청나게 도와달라는 사람이 많았는데 그 때는 사실 돈이 좀 없어 힘들었어요. 한동안 고난의 행군 시절에 많이 나왔죠. 그러다가 주춤했잖아요. 그러다가 올 후반기에 많은 규모가 나오고 있는 거예요. 그래서 북·중 국경 지역에 지금 100명 정도 중국 공안에 잡혀있고. 한편으로는 (탈출을) 도와서 계속 (북한에서) 나오기도 하고.
기자) 갑자기 북한을 탈출하는 주민들의 규모가 과거보다 는 이유를 어떻게 보십니까?
김 국장) 아마도 지금 유엔에서 북한에 경제 제재를 가하고 있잖아요. 그것이 영향을 주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그쪽의 권력자들이 돈이 없어지고 뭔가 해야 하는데 안 되니까 민간인이 하는 밀수까지 국가기관이 뺏어가서 주민이 돈 벌 수 있는 기회까지 가져가는 상황이라고 듣고 있습니다. 주민들은 그런 기회를 박탈당하니까 또 이러다 죽겠다는 생각이 들어 탈북하는 경우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또 예전에는 먹고살기 위해 바빠서 탈북했지만, 요즘에는 자유를 찾아 탈북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기자) 그럼 지금 상황에서 중국에 있는 탈북 난민들에게 가장 필요한 게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김 국장) 몇 가지가 있어요. 하나는 국제사회가 탈북자들을 난민으로 인정해야 합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예전에 유엔난민기구 대표였습니다. 그 분이 당시 한국에 와서 탈북자 중 80% 이상이 난민에 속한다고 말씀하셨었어요. 그렇다면 그들을 난민으로 인정해야 하고 중국 정부도 그렇게 인정해서 그들이 가고 싶어하는 곳으로 갈 수 있게 해줘야 하는 게 국제난민협약 가입국의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또 결혼한 사람들. 이런 탈북 여성에게 법적으로 살 수 있도록 해줘야 그들도 한국에 오는 것보다 중국에서 사는 게 어쩌면 정서적으로 맞을 수 있어요. 그렇게 한다면 그들의 가정 문제도 해결이 되는 거고. 이 것이 허용이 되지 않으면 우리는 지속적으로 이 분들을 도와야 합니다. 그렇다면 가장 필요한 게 재정입니다.
기자) 방송을 듣는 북한 주민이나 중국 내 탈북민이 도움을 받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김 국장) 저희가 북한 안에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어요. 그래서 북한 안에 계신 분들에게는 여러분을 도우려는 사람들이 세계 각지에 많다. 그러니 용기를 잃지 말고 당신들이 하고 싶은 대로 뭔가 용기를 내서 해줬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또 중국에 계신 탈북자들이 진짜 도움이 절실하다면 저희에게 연락을 주십시오. 어쩌면 저희와 연결돼 여러분이 가고 싶은, 하고 싶은 자유를 찾게 해드릴 수 있습니다.
최근 탈북민 구출 1천 명을 돌파한 한국의 북한인권시민연합 담당자인 김영자 사무국장으로부터 관련 얘기를 들어 봤습니다. 인터뷰에 김영권 서울특파원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