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미 의회가 북한과 관련해 두 건의 법, 아시아안심법과 국방수권법을 제정해 대북 정책에 미칠 영향이 주목되는데요. 오늘은 두 번째 순서로 2019회계연도 국방수권법에 담긴 북한 관련 조항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조은 기자 나와있습니다.
진행자) 먼저 국방수권법이 뭔지 간단히 설명해주시죠.
기자) 국방수권법은 영어로, National Defense Authorization Act, 줄여서 NDAA라고도 하는데요. 한마디로 말하면 미국의 안보와 국방 정책, 국방 예산과 지출을 총괄적으로 다루고 있는 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해마다 나라가 당면한 국가안보문제와 국방정책을 명시하고, 그에 따라 예산 규모를 책정하는 1년짜리 한시법입니다.
진행자) 국방 정책과 예산을 다루는 법인 만큼 주한미군 관련 조항이 주목을 많이 받았죠?
기자) 네. 주한미군 규모를 2만2000명 미만으로 감축하는 데 국방예산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현재 한국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은 약 2만8000명으로 추산되는데요. 이 조항을 추가한 루벤 갈레고 민주당 하원의원에 따르면 정규 교대 근무와 훈련 등으로 인해 주한미군 규모는 2만8000명~2만3400명 사이를 오르내립니다. 이 점을 감안해 주한미군 감축 하한선을 2만2000명으로 설정했다는 설명입니다.
진행자) 쉽게 말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감축 또는 철수에 관한 결정을 독자적으로 내리지 못하도록 한 것이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 조항은 지난해 5월 중순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주한미군 철수 문제가 불거진 가운데 나온 것인데요. 갈레고 의원은 당시 VOA에 “동맹국들에 대한 안보 유지 목적 외에도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과의 협상에서 주한미군 감축을 협상카드로 이용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에 이 조항을 추가하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국방수권법에 따르면 주한미군을 2만2000명 미만으로 감축하려면 국방장관은 한국,일본과의 상의는 물론 이런 변화가 국가안보이익에 부합하며 역내 동맹국들의 안보를 중대하게 훼손시키지 않는다는 점을 의회에 입증해야 합니다.
진행자) 그 동안 주한미군 철수에 대한 의회의 입장은 매우 단호하지 않았습니까?
기자) 의회는 주한미군의 상당한 감축 또는 철수를 초당적으로 반대하고 있습니다. 특히 주한미군 사안을 주도하고 있는 의원은 공화당의 댄 설리반 상원 군사위원인데요. 설리반 의원에 따르면 “미국은 합법적으로 배치된 주한미군을 불법적으로 배치된 북 핵, 미사일과 절대 교환하지 않는다”는 것이 의회의 입장입니다.
[녹취:설리반 의원] “We would never trade those illegally deployed nuclear missiles for legally deployed US forces on the Korean peninsular. That's written in the law now…”
진행자) 북한 핵 문제는 어떤 식으로 다루고 있습니까?
기자) 법 제정 60일 이내 북 핵 프로그램 현황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한 조항이 포함돼 있습니다. 미-북 비핵화 협상이 어느 정도 진전됐는지 판단하기 위한 기준을 설정하기 위해 의회는 먼저 북 핵 역량을 제대로 알고 있어야 한다는 건데요. 북한의 핵, 탄도미사일 뿐 아니라 생화학무기를 포함한 모든 대량살상무기의 위치와 보유량, 작동 상태, 그리고 관련 연구소나 개발, 생산 시설 현황을 총체적으로 보고서에 기술해야 합니다.
진행자) 미-북 합의가 이뤄진 뒤에 밟아야 할 절차도 간단하지 않던데요.
기자) 합의 도출 60일 이내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요구하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북 핵 역량 보고서에 명시된 내용을 기준으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 ‘최신 동향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하도록 했습니다. 북한이 취한 비핵화 조치를 세부적으로 의회에 공개하라는 뜻이죠. 북한이 검증 가능하게 폐기하고 영구적으로 불능화했거나 해외로 반출한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개수, 관련 시설의 위치, 그리고 북한에 남아 있는 핵, 탄도미사일 규모 등 어떤 변화가 있는지 보고서에 상세히 기술해야 합니다. 이 보고서는 90일마다 갱신돼야 합니다.
진행자) 거기까지는 보고 단계이고, 그런 절차가 실제로 이뤄졌는지 최종 확인하고 승인하는 것도 의회의 몫 아니겠습니까?
기자) 바로 그런 이유로, 앞서 언급한 ‘최신 동향 보고서’ 제출 180일 이내, 이 보고서 내용에 관한 검증 평가서를 의회에 제출해야 합니다. 북한이 취한 비핵화 조치를 검증하고, 검증 체계에 대한 평가도 정기적으로 실시하도록 한 겁니다. 이 보고서에는 미-북 합의에 따라 허용된 북한의 활동들이 핵 관련 군사 목적이나 핵 연구,개발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검증하기 위한 체계와 안전조치에 관한 평가가 담겨야 합니다. 이 보고서도 180일마다 갱신돼야 합니다.
진행자) 다시 말해 미-북 합의부터 북한이 취한 조치까지 의회가 적극 감독하겠다는 뜻이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의회는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전부터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 문제와 관련해 의회와 충분한 조율을 거쳐야 한다고 주장해왔습니다. 상원 외교위 민주당 서열 2위인 벤 카딘 상원의원은 새 의회가 대북 현황에 관한 행정부의 의회 브리핑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녹취:카딘 의원] “I think it really starts with oversight on the President, what's going on in North Korea…”
트럼프 대통령의 일반적인 진술만 있을 뿐 이를 뒷받침하는 진전이 거의 없기 때문에 새해 의회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감독”을 시작으로 북한 문제를 점검해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국방수권법에 포함된 북한 관련 보고서 관련 조항은 당시 하원 외교위 민주당 간사였고,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한 올해부터는 하원 외교위원장을 맡은 엘리엣 엥겔 하원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의 내용이 거의 그대로 반영됐습니다.
진행자) 국방수권법에 담긴 북한 관련 조항들을 살펴봤는데요. 이 외에도 다른 내용도 있습니까?
기자)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의회의 입장을 명시한 ‘의회의 인식’이라는 항목도 눈여겨볼 만 합니다. 인도태평양 지역 미국의 핵 확장 억지에 관한 의회의 입장이 담겼는데요. 북한의 핵 프로그램은 미국의 국가안보뿐 아니라 한국,일본,호주를 포함한 인도태평양 전역의 안보와 안정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는 사실을 전제로 깔았습니다. 이어 미국의 핵과 재래식 병력은 아태지역 전반에 걸친 안전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미국은 조약에 대한 의무와 약속을 확고하게 지지하고 있다. 여기에는 한국,일본, 호주에 대한 방위와 핵 확장 억지에 관한 것도 포함된다”면서 “북한의 비핵화 또는 분쟁 종식에 관한 합의 지위가 그런 조약의 의무와 약속을 대신해선 안 된다”고 못 박았습니다. 쉽게 말해 대북 합의가 아태지역 안전에 기여하는 미국의 핵우산에 대한 변화로 이어져선 안 된다는 것이 의회의 입장인 겁니다.
진행자)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이조은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