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곳곳의 다양한 모습과 진솔한 미국인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입니다. 올해 초 제116대 연방 의회가 개원했습니다. 하원 435명, 상원 100명 등 총 535명의 의원이 워싱턴 D.C.에 있는 의사당에서 미국의 법을 만들게 되는데요. 연방 하원의 경우, 이번에 여성 의원 수가 크게 늘고 역사상 처음으로 무슬림 여성 의원이 탄생하는 등 다양성 면에서도 큰 변화를 보였습니다. 저마다 다른 배경을 가지고 의회 배지를 달게 된 초선 의원들. 과연 어떤 각오로 임하고 있었을까요? 초선 의원 2명의 의회 입성기를 담아봤습니다.
“첫 번째 이야기, 초선 의원들의 연방 의회 입성기”
[현장음: 의회 개원식]
공화당 소속의 초선의원인 피트 스타우버 의원. 미네소타를 지역구로 하는 스타우버 의원은 네 아이의 아버지로 프로 하키 선수를 거쳐 경찰 지휘관으로 일했습니다. 지난해 11월 치러진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장악했던 지역구를 탈환하고 연방 하원의원 자리에 올랐습니다.
[현장음: 의회 개원식]
민주당 소속인 케이티 포터 의원. 명문 하버드대학교와 예일대학교를 졸업한 캘리포니아 대학 법학 교수 출신으로 홀로 세 명의 아이를 키우는 여성입니다. 정치 경험은 전혀 없이 현역 공화당 의원을 몰아내고 하원의원 자리를 따냈죠.
116대 연방 의회에선 여성의원이 하원 전체의석의 24%를 차지하며 사상 최다를 기록했는데요. 포터 의원도 그중 한 명입니다.
[녹취: 케이티 포터 의원] “제가 가장 먼저 손보고 싶은 분야는 선거자금법 개혁입니다. 하원에서 첫 번째로 채택한 법안, HR1도 바로 선거자금 관련 법안이에요.”
반면, 공화당 소속의 스타우버 의원은 경제 관련 법안에 관심이 있습니다.
[녹취: 피트 스타우버 의원] “저는 일자리, 경제와 관련된 법안을 제일 먼저 처리하려고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향하고 있는 성장주도, 일자리 주도 경제를 계속 이어가야죠.”
[현장음: 케이티 포터 의원실]
의회 의사당에서 열린 의원 선서식에 참석하기 위해 포터 의원의 세 자녀가 엄마의 의원실을 찾았습니다. 자녀들은 다시 캘리포니아로 돌아가 이번 학기를 일단 마친 뒤 워싱턴으로 전학 올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스타우버 의원의 자녀들은 부인 조디 씨와 함께 지역구인 미네소타주에 계속 머문다고 하는데요. 워싱턴 D.C.에 있는 동안 스타우버 의원은 다른 세 의원과 함께 집 하나를 빌려서 생활할 예정입니다.
[녹취: 피터 스타우버 의원] “제 방 크기가 가로세로 3m가 조금 넘습니다. 이 작은 방에 2층 침대를 들였습니다. 가족들이 워싱턴을 방문했을 때 쓸 수 있도록요.”
이들 새내기 의원은 이렇게 가족과 헤어져 지내야 하는 어려움도 있지만, 의정 활동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민주당이 다수당이 된 하원에서 공화당 소속인 스타우버 의원은 같은 당 소속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옹호할 수밖에 없는데요.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스타우버 의원을 위해 지원 유세를 해줄 만큼 두 사람은 친분이 있다고 합니다.
[녹취: 피터 스타우버 의원] “민주당 의원들은 러시아와 트럼프 대통령 측근 간의 내통 의혹, 일명 러시아 스캔들 조사를 더 밀어붙일 겁니다. 제가 이 조사를 막을 순 없을 겁니다. 다수당인 민주당의 뜻이니까요. 하지만 이 조사가 국민의 뜻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새내기 의원들은 새 회기가 시작되기 전, 의회 내 집무실도 배정받습니다. 추첨방식으로 숫자를 뽑는데, 앞선 숫자를 뽑는 사람이 먼저 원하는 방을 차지할 수 있죠.
[현장: 집무실 추첨 행사]
5번이라는 비교적 빠른 숫자를 뽑은 포터 의원. 마음에 드는 의원실을 골라 기분이 한껏 들떴는데요.
[녹취: 케이티 포터 의원] “저는 이 벽을 파란색으로 칠할 겁니다.”
그리곤 며칠 후 의원실은 정말 파란색 벽으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녹취: 케이티 포터 의원] “이 파란색 페인트의 이름이 ‘오랜 영광’ 이었습니다.”
이렇게 의원실도 꾸미고, 살 집도 마련한 의원들. 새내기 의원들의 경우 중간선거에서 당선된 지 2개월도 채 안 돼 의회에 입성했기에 아직도 얼떨떨한 모습이었습니다.
[녹취: 피터 스타우버 의원] “제가 연방 하원의원이 됐다는 게 아직 실감이 나질 않습니다.”
[녹취: 케이티 포터 의원] “사람들이 저에 관해 물어보면 전 늘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법학 교수이자, 소비자 권익을 위해 싸우는 운동가이자 세 아이의 엄마’ 라고요. 그런데 이제는 저의 정체성을 나타낼 또 하나의 이름이 생겼습니다. 제게 큰 변화가 생긴 거죠.”
새내기 의원들은 이런 설렘과 기대를 안고, 연방 의원으로서의 첫발을 내디디고 있습니다.
“두 번째 이야기, 미국에 아프리카의 열정을 전하는 세네갈 전통 무용단”
미 동부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시는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융합된 항구 도시입니다. 도시 곳곳에서 미국 전통 예술은 물론 이민 사회의 다양성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서아프리카, 세네갈의 춤을 선보이는 가족 무용단도 있다고 합니다. 세네갈 출신도 아닌 이들 가족은 대를 이어 무용단을 이어오고 있고, 최근엔 서아프리카 춤을 가르치는 학교도 시작했다는데요. 볼티모어로 가서 본 헨드릭스 가족을 만나보죠.
[현장음: 본 헨드릭스 씨 집]
이른 아침, 지한 본 헨드릭스 씨가 가족들을 위해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지한 씨의 동생인 아야나 씨는 무용단이 입을 의상에 구슬을 달고 있고, 남동생인 샤카이 씨와 조카 아얀데 씨는 연주할 드럼, 즉 북을 점검하고 있습니다. 지한 씨의 딸 디얄로 양은 생후 18개월부터 엄마와 함께 춤을 춘 무용수입니다.
본 헨드릭스 씨 가족은 지난 6년간을 이렇게 함께 생활하며 무용단을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무용단의 이름은 ‘케어 칼레히(Keur Khaleyi) 아프리카 춤 공연단’ 입니다.
[녹취: 지한 본 헨드릭스] “‘케어 칼레히(Keur Khaleyi)’는 세네갈 언어인 울로프 어로 ‘자녀들의 집’이란 뜻입니다.”
지한 본 헨드릭스 씨는 케어 칼레히 공연단의 무용수이자 예술 감독입니다.
[녹취: 지한 본 헨드릭스] “저희 할아버지는 독일계고 저희 할머니는 자메이카 분이었어요. 아프리카 세네갈의 춤을 추곤 있지만, 아프리카 출신은 아닌 거죠.”
지한 씨가 어린 시절, 부모님은 지한 씨를 아프리카 무용 학교에서 등록시켰는데요. 곧 아프리카 춤에 빠졌고, 지한 씨의 형제들도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세월이 지난 지금, 서아프리카 문화는 본 헨드릭스 집안의 일부가 됐습니다.
[녹취: 샤카이 본 헨드릭스] “제가 처음 아프리카 춤 공연을 본 게 10살 때였습니다. 보자마자 반해버렸어요. 특히 아프리카 북소리는 제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았습니다.”
지한 씨의 동생 샤카이 씨는 케어 칼레히 무용단에서 북 연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샤카이 씨는 세네갈 춤은 인간의 순수한 감정을 표현함과 동시에 창의성을 자극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샤카이 본 헨드릭스] “춤을 추다 보면 서로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를 느낄 수 있습니다. 이런 교감과 힘이 정말 좋아요.”
지한 씨의 딸인 디얄로 양은 16살로 아직 학생인데요. 무용단에서 춤을 추는 것이 사회성을 키우고 친구를 만드는 데도 도움이 되지만,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건 바로 아프리카 춤에서 빠질 수 없는 음악과 의상이라고 했습니다.
[녹취: 디얄로 본 헨드릭스]
서아프리카 전통 의상이 매우 편할 뿐 아니라 색깔도 화려하고 아름답다는 겁니다.
케어 칼레히 무용단에서 함께 춤을 추는 샤쿠라 엘 샤리프 씨는 현재 71살인 미용사인데요. 과거에 다양한 아프리카 춤을 많이 배워봤지만, 서아프리카 춤이 최고라고 했습니다.
[녹취: 샤쿠라 엘 샤리프] “저는 서아프리카 전통춤이 제일 좋아요. 북소리도 좋고요. 춤을 추다 보면 마음과 몸, 영혼이 다 치유되는 느낌입니다. 제겐 춤이 보약이나 마찬가지예요.”
본 헨드릭스 가족은 지역 사회에 서아프리카 춤을 더 많이 알리고, 새로운 단원들이 더 많이 들어와 함께 춤추는 것이 꿈이라고 했는데요. 앞으로도 대를 이어, 미국 땅에 서아프리카의 춤을 선보일 수 있길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네,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다음 주에는 미국의 또 다른 곳에 숨어 있는 이야기와 함께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함께 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