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입주 건물 앞 거리 이름을 '오토 웜비어 길'로 바꾸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17개월 동안 북한에 억류됐다 의식 불명 상태로 풀려난 뒤 사망한 웜비어 씨를 추모하고 북한 독재정권을 규탄하기 위한 취지입니다. 박형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유엔 북한대표부 사무실이 입주한 건물과 면한 뉴욕 맨해튼의 한 거리를 '오토 웜버어 길'로 이름 짓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미 공화당 소속인 조셉 보렐리 뉴욕시의원은 18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의 조례안을 발의했다고 밝혔습니다.
보렐리 의원은 이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오토 웜비어 길'이라는 표지판을 보고 절대 독재자와 독재 정권에 의해 꺾인 한 인생을 기억하기 바란다며 발의 취지를 설명했습니다.
<보렐리 뉴욕시의원> “We want people to look up, see that street sign, 'Otto Warmbier Way,' and recall that this was a life given up essentially, in the face of an absolute dictator and authoritative government. We hope to draw attention to the plight of the people of North Korea, we hope to draw attention to the fate of Otto Warmbier, and we hope it leads to some change. You will have diplomats from every country walking past this, day in and day out.”
또 북한 주민의 고통과 오토 웜비어의 비극에 사람들이 주목하고, 어떤 변화를 불러오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보렐리 의원이 '오토 웜비어 길'이라는 표지판을 세우려는 곳은 뉴욕시 맨해튼 44가와 43가 만나는 곳으로 북한대표부 사무실 바로 앞입니다. 또 뉴욕 유엔본부와는 한 블록 떨어진 곳입니다.
보렐리 의원은 전 세계에서 온 외교관들이 매일 이곳을 지날 때마다 웜비어의 죽음과 북한 독재 정권을 기억하길 바란다고 덧붙였습니다.
뉴욕시에는 과거에도 해외 독재정권에 맞서 싸운 상징적인 인물의 이름을 거리 이름으로 명명한 사례가 있습니다.
1989년에는 중국 민주화 운동인 '톈안먼 사태' 희생자를 기리기 위해 뉴욕 주재 중국영사관이 소재한 맨해튼 42가 거리 이름을 '톈안먼 광장 코너'로 명명했습니다.
앞서 1984년에는 당시 소련연방 출신의 반체제 핵물리학자인 안드레이 사하로프 박사와 인권 운동가인 그의 아내 엘레나 보너를 기념하기 위해 러시아 유엔대표부 사무실이 있는 67가 거리 이름을 '사하로프-보너-코너'로 변경했습니다.
이번 조례안은 51명으로 구성된 시의회 검토와 표결을 거친 뒤 빌 더블라지오 뉴욕 시장이 서명해야 공식 발효됩니다.
유엔 북한대표부는 18일 '오토 웜비어 길' 조례안 발의에 대한 입장을 묻는 VOA의 질문에 "관련 내용을 듣지 못했다"고만 답했습니다.
북한 정부는 그 동안 웜비어가 식중독의 일종인 보툴리누스 균에 감염된 상태에서 수면제를 복용한 뒤 혼수상태에 빠졌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미 동부 버지니아대학교에서 경제학을 공부했던 웜비어는 졸업 후 금융 중심지인 뉴욕 월스트리트에서 일하기를 바랐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3학년 때 일찌감치 졸업학점을 모두 이수했던 그는 2016년 여름에는 뉴욕시 한 투자회사에서 인턴십을 할 계획도 세워놨습니다.
하지만 그 해 1월 북한 여행에서 선전물을 훔치려 한 혐의로 체포돼 노동교화형 15년을 선고받았습니다.
17개월간의 억류 생활 끝에 2017년 6월 의식불명 상태로 석방됐지만 엿새 만에 숨졌습니다.
미국 워싱턴 연방법원은 최근 웜비어의 유족들이 북한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북한에 약 5억1백만 달러를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VOA 뉴스 박형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