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곳곳의 다양한 모습과 진솔한 미국인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입니다. 구글, 애플, 페이스북…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세계 최고의 첨단 IT 기업들이 탄생한 곳. 바로 미 서부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실리콘밸리입니다. IT 산업의 산실로 불리는 실리콘밸리에선 미국을 대표하는 수많은 기업이 탄생했는데요. 최근 들어 이 실리콘밸리에 외국에서 온 이민자들, 특히 여성 이민자들이 두각을 나타내며 기술 혁신을 이끄는 새로운 원동력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첫 번째 이야기, 실리콘밸리가 주목하는 이민자 출신 여성 기업인들”
[현장음: 푸쉬파 이탈 씨 집]
인도 출신 이민자 푸쉬파 이탈 씨는 전형적인 실리콘밸리의 최고경영자(CEO)가 아닙니다. 여성에, 외국 태생에, 아이 둘을 둔 엄마인데요. 하지만 실리콘밸리에선 이탈 씨와 같은 경영인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녹취: 푸쉬파 이탈] “실리콘밸리는 전 세계 수백만, 아니 수억 명이 사용하는 기기들을 만들고 또 그런 기술을 창조해 내는 지역이잖아요. 그런데 이런 실리콘밸리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이탈 씨의 말처럼 실리콘밸리는 이제 ‘Immigrant Valley’, ‘이민자의 골짜기’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로 해외에서 온 직원들이 많습니다. 거창한 배경은 없을지라도 엄청난 노력 끝에 실리콘밸리에 입성한 이민자들. 하지만 이탈 씨는 이민자들이 그저 좋은 직업을 찾기 위해서 미국에 온 것만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녹취: 푸쉬파 이탈] “실리콘밸리엔 첨단 기술을 다루는 신생기업이 많은데요. 사실 이런 기업을 시작하기엔 위험이 뒤따릅니다. 하지만 멀리 외국에서 실리콘밸리까지 왔다면, 웬만한 위험은 감수하겠다는 자세를 갖고 있지 않겠어요? 이런 자세와 정신으로 미국 생활을 개척해 나가는 겁니다.”
실리콘밸리에서 컴퓨터공학 관련 직종의 경우 외국 출생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70% 가까이 될 정도입니다. 그런데 컴퓨터와 수학 관련 직종에 일하는 여성들의 경우, 80%가 해외 출신인데요. 상당수가 인도와 중국에서 온 여성이라고 하네요. US 버클리 대학의 애나리 색서니언 연구원의 설명입니다.
[녹취: 애나리 색서니언] “인도나 중국에서는 여성이 대부분 복종하는 위치에 있죠. 하지만 실리콘밸리는 그런 여성들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주고 있습니다. 특히 첨단 공학은 여성들에게 경제적 안정성까지 보장해주죠.”
현재 과학 기술 분야는 여전히 남성이 주도하고 있지만, 점점 더 많은 외국 출신 이민자 여성들이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습니다. 중국에서 온 링글리 시 씨 역시 기술 분야를 공부하는 것이 미국에서 성공할 수 있는 열쇠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녹취: 링글리 시] “컴퓨터 분야가 미국에서 영주권을 취득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분야였습니다. 솔직히 제가 가장 관심 있는 분야는 아니에요.”
이민자 출신 여성 기업인들이 미국인 여성 기업인들과 차이를 보이는 부분도 있습니다. 바로 가정에 대한 생각인데요. 이민자 여성 기업인의 경우 미국인보다 결혼율과 출산율이 2배 정도 더 높다고 합니다.
[녹취: 링글리 시] “중국인들에게 제일 중요한 게 가정입니다. 여성이 아무리 사회에서 인정받는다고 해도, 회사의 부회장이라고 해도, 자녀가 없으면 부모가 인정해 주지 않아요.”
[녹취: 애나리 색서니언] “인도나 중국 여성들의 경우 전통적으로 여성에게 기대하는 게 있습니다. 결혼하자마자 자녀를 낳고, 동시에 직장에서도 탁월함을 보여야 하는 건데요, 그런 의미에서 이들 여성은 슈퍼우먼, 그러니까 능력자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시아계는 부모의 압력이 심한 편이지만, 도움도 많이 받는다고 하는데요, 링글리 시 씨의 말입니다.
[녹취: 링글리 시] “미국에서 아이를 낳으면 부모님이 오셔서 6개월이나 길게는 1년씩 계시기도 하니까 큰 도움이 됩니다.”
전문가들은 이렇게 가족의 지지와 도움을 받는 아시아 여성들은 독립적인 미국 여성들에 비해 지도자 자리에 더 빨리 오르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합니다.
최첨단 IT 기업의 산실 실리콘밸리에서 자녀 양육과 일을 다 감당해나가고 있는 이들 이민자 출신 여성들. 실리콘밸리의 기술 혁신에 새로운 원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두 번째 이야기, 치매 노인들을 위한 로봇 애완견”
'사회요법(Social Therapy)'이라는 새로운 치료법이 각광받고 있습니다. 사회요법은 말 그대로, 환자와의 교류와 상호작용을 통해 치료하는 방법인데요. 약물이나 수술로는 할 수 없는, 환자의 심리적인 면을 도울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죠. 그런데 미국에선 사회적 치료의 일환으로 로봇 애완견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노년 인구가 많아지면서 치매 등 노인성 질환을 앓는 노인들 역시 늘어나고 있는데, 이 로봇 애완견은 노인 환자들의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다고 합니다.
[현장음: 요양원]
헬렌 니콜라스 씨는 1990년대 미 동남부 플로리다주로 이사했습니다. 그전까지 니콜라스 씨는 시카고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사업가였는데요. 아들 마이크 니콜라스 씨는 어느 날 갑자기 어머니에게 치매가 찾아왔다는 걸 알게 됐다고 합니다.
[녹취: 마이크 니콜라스] “저희 어머니는 식당을 운영하시다 보니 돈 관리를 아주 잘하셨어요. 그런데 어느 날 수표장을 들고는 저를 찾아오신 거예요. “아들아, 이게 뭐하는 거니?”라고 물어보시는데, 너무 놀랐습니다. “어머니, 이거 어머니 수표장이잖아요. 돈 쓰실 일 있을 때 여기 수표에 금액 적으시고 쓰시는 거잖아요.” 라고 설명했지만,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하셨죠. 그때 알았습니다. 어머니한테 뭔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요.”
헬렌 니콜라스 씨는 결국 2012년 노인성 퇴행 질환인 알츠하이머 즉 치매 진단을 받았습니다.
오랜 시간 알츠하이머 치료를 받아온 니콜라스 씨에게 최근 새로운 친구가 생겼습니다. 바로 애완견인데요. 보기엔 털북숭이 강아지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 강아지는 살아있는 동물은 아니고요. 강아지 모양을 한 로봇입니다.
미국의 장난감 게임 업체 ‘하스보로(Hasboro)’에서 일하던 몇몇 직원이 모여 동물 인형에 과학을 결합한 ‘에이지리스 이노베이션(Ageless Innovation)’이라는 사업을 시작했는데요. 이 회사는 노인들을 위한 로봇 애완견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치매 환자들을 돌보는 사람들은 애완견과의 교감이 노인들의 삶을 바꿀 수 있다고 말하는데요. ‘알츠하이머 커뮤니티 케어(Alzheimer's Community Care)’라는 치매 환자를 돕는 단체의 CEO 매리 반스 씨의 설명을 들어보죠.
[녹취: 매리 반스] “노인 환자들에겐 생기를 불어넣어 주고 또 서로 교감할 수 있게끔 하는 일종의 자극이 필요합니다. 치매 어른들의 경우 시설에서 같이 지내는 경우가 많은데 같은 또래, 같은 상황에 있는 노인들과 서로 교류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몰라요.”
전문가들은 로봇 애완견이 바로 그런 자극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녹취: 디나 반스] “물론 살아있는 동물이 아닌 로봇이긴 하지만, 우리 시설에 계신 노인들은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로봇 강아지를 진짜 애완견처럼 생각하세요.”
미국에선 현재 570만 명이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표적인 퇴행성 질환인 알츠하이머는 기억력과 사고력 상실을 가져오는 우울한 질병인데요. 로봇 애완견은 알츠하이머 환자들이 잠시나마 평안을 찾고 기쁨을 누릴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네,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다음 주에는 미국의 또 다른 곳에 숨어 있는 이야기와 함께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함께 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