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월요일 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입니다. 2차 미-북 정상회담이 한 달도 남지 않은 가운데 북한의 새로운 핵 협상 실무진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김혁철 전 스페인주재 대사가 그 주인공인데요.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북한의 새로운 핵 협상 실무진의 모습이 알려진 건 한 장의 사진을 통해서였습니다.
백악관은 북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의 백악관 방문 다음날인 19일 트위터에 두 장의 사진을 올렸습니다. 하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김영철 부위원장으로부터 친서를 전달받는 장면이고, 또 다른 것은 집무실에서 북측 일행과 면담하는 사진입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집무실 면담 장면입니다. 사진을 보면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을 마주보고 김영철 부위원장이 앉아있고, 그 옆에 박철 아태평화위원회 부위원장, 다소 떨어져 김성혜 통일전선부 실장, 그리고 김혁철 전 스페인주재 대사가 손에 수첩을 들고 뭔가 적는 모습이 보입니다.
방미단의 일원인 최강일 외무성 북미국장 직무대행의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김성혜 실장은 지난해 6월 김영철 부위원장의 1차 백악관 방문 때도 수행했던 인물입니다. 또 박철은 과거 유엔주재 북한대표부에 근무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김혁철은 이번 방미를 통해 처음 미-북 외교무대에 등장하면서 바로 트럼프 대통령 집무실에 들어갔습니다.
이는 김혁철이 핵심 인사라는 뜻이라고 서울의 민간단체인 국가전략연구원의 문성묵 통일전략센터장은 말합니다.
[녹취: 문성묵] "김혁철이 최선희의 후임이라는 분석도 있는데, 김영철이 가는 자리에 함께 했다는 점을 보면 김혁철의 역할이 주목 받는 자리로 보입니다.”
특히 마이크 폼페오 미국 국무장관은 22일 위성 연결로 진행된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WEF)연설에서,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새로 지명된 그의 상대역(newly designated counterpart)과 만났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폼페오] "Bigun have met newly designated counterpart and …"
관측통들은 폼페오 장관이 언급한 비건 특별대표의 새로운 상대역이 김혁철 전 대사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 `KBS' 방송은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 18일 워싱턴에 도착한 북측 인사가 공항에서 스티븐 비건 특별대표에게 김혁철을 ‘당신의 파트너’라며 직책을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로 소개했다고 보도했습니다. `KBS' 방송입니다.
[녹취: KBS] ”공항에 나온 비건 미 대북 특별대표에게 김혁철을 '당신의 파트너'라며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로 소개했다고, 워싱턴의 외교소식통이 전했습니다.”
김혁철의 정치적 위상은 지난달 23일 `조선중앙통신' 보도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날 통신은 김정은 위원장이 미국을 방문했던 김영철 부위원장으로부터 방미 결과를 보고 받았다는 기사와 함께 관련 사진을 게재했습니다. 대표단이 기다란 소파에 앉아 김정은 위원장에게 뭔가 보고를 하는 이 사진에서는 맨 앞에 김영철 부위원장, 그리고 그 뒤에 김혁철과 박철 순으로 앉아 있습니다. 이는 김혁철이 박철보다 정치적 서열이 높다는 의미라고 문성묵 통일전략센터장은 지적했습니다.
[녹취: 문성묵] ”좌석 배치를 보면 김영철, 김혁철, 박철 이런 순으로 앉은 것을 보면 김혁철이 보다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는데…”
언론은 김혁철 전 대사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김혁철이 비건 특별대표의 상대역으로 떠올랐지만 2014년 스페인대사로 임명됐다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실험이 문제가 돼 2017년 9월 추방됐다는 것 외에 알려진 게 없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는 김혁철이 핵 문제에 밝은 전문가라고 주장했습니다.
태영호 전 공사는 최근 인터넷에 올린 글을 통해 김혁철이 평양외국어대학 프랑스어과 출신으로 2000년대 초 외무성에 입부해 핵 문제를 다뤘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이용호 현 외무상이 김혁철을 오랫동안 밑에 두고 가르쳤으며 6자회담에도 간여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김혁철은 지난 2005-2008년 베이징에서 열린 6자회담에 외무성 연구원 자격으로 참여했다고 북한전문 기자인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 신문 서울지국장은 말했습니다.
[녹취: 마키노] ”제가 아는 미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김혁철 씨는 2005년 4차 6자회담부터 2007-8년 5차 회담까지 외무성 연구원 자격으로 나와있었다고 합니다.”
또 이런 와중에 김혁철이 스페인주재 대사 시절 현지 매체와 인터뷰한 내용이 소개되기도 했습니다. 지난 2015년 김혁철은 한 민간연구소와의 인터뷰에서 대북 적대시 정책이 없어져야 한다며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언급했습니다.
[녹취: 김혁철/유튜브] ”I hope to develop the relationship between my country and United States, we insist…”
주목되는 것은 김혁철이 국무위원회 소속이라는 겁니다. 국무위원회는 2016년 6월 북한이 국방위원회를 없애고 설립한 최고권력기관입니다. 이 때문에 국무위원회의 구성과 활동은 그 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었습니다. 또 북한의 일반 당국자가 국무위원회 소속인 것은 이례적인 일입니다.
김혁철이 국무위원회 소속이라는 것은 그가 김정은 위원장의 최측근 참모이거나 남다른 총애를 받고 있다는 의미라고 문성묵 통일전략센터장은 지적했습니다.
[녹취: 문성묵] "국무위원회라는 것이 김정은이 헌법 개정을 통해 새로 만든 조직인데, 그 형태와 구성은 알 수 없는데, 이는 김혁철이 그만큼 김정은의 신임과 신뢰를 받고 새 조직에서 뭔가 역할을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핵 협상을 책임진 김영철 부위원장은 통일전선부 부장입니다. 또 이번 방미단의 일원으로 백악관을 방문했던 박철은 조선아시아태평양 위원회 부위원장, 지난달 스웨덴에서 비건 대표를 만났던 최선희 부상은 외무성 소속입니다.
이런 점을 볼 때 북한은 김정은 위원장 직속으로 국무위원회에 일종의 태스크 포스, 특별 상무조를 꾸려놓고 미국과 핵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마키노 요시히로 `아사히' 신문 서울지국장은 말했습니다.
[녹취: 마키노] “원래 북한은 중대한 사안이 발생하면 상무조, 태스크 포스를 만들어 왔는데, 김정은의 스타일이 그렇다고 하는데, 북-미 외교가 워낙 중요하니까, 태스크 포스를 국무위원회에 만들어 김여정에게 맡기고 그 직속 하에 김성혜나 김혁철 씨가 있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한편 이번 북한 방미단의 일원으로 백악관을 방문한 박철의 공식 직함은 조선아시아태평양 위원회 부위원장입니다. 앞서 박철은 2010년부터 6년 간 뉴욕의 유엔대표부에서 참사관으로 근무했습니다. 박철은 지난해 7월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이 방북했을 때에도 배석했습니다.
이런 점을 볼 때 박철은 김영철 부위원장의 직속 참모로 미-북 관계를 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문성묵 통일전략센터장은 말했습니다.
[녹취:문성묵] “아태평화위 부위원장이라는 직함으로 나왔는데, 아태위는 통전부 외곽조직이니 그렇다면 박철은 김영철의 직속 조직 참모라고 불 수 있고, 과거 유엔대표부 참사관을 지낸 것을 보면 박철의 역할을 싱가포르 합의 내용 중 새로운 북-미 관계를 맡지 않을까, 미-북 연락사무소 논의도 있고..”
비슷한 맥락에서 최선희 부상이 미-북 실무협상 대표로 나오지 않더라도 핵 협상에서 완전히 배제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미 해군분석센터(CNA)의 켄 고스 국장은 최선희 부상이 평양에서 핵 협상 전략을 수립하는데 관여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고스] ”Choi Sun-hee back to Pyongayang and helping strategies..”
한편 미국에서는 북한이 김혁철을 핵 협상 실무 대표로 내세우는데 대해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인 스콧 스나이더 외교협회 선임연구원은 북한은 기본적으로 실무협상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며, 김혁철을 내세운 것은 실무 협상을 더욱 어렵게 만들기 위한 의도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나이더 연구원] “Honestly I think a lot of people are going to see this as a sign of further resistance by North Korea to effective working level engagement.”
반면 1990년대 미- 북 핵 협상에 참여했던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담당 조정관은, 김혁철을 등장시킨 것은 북한이 실무 협상의 급을 낮추겠다는 의도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세이모어 전 조정관] “Vice minister madam Choe Son Hui in North Korea's view is too senior official. She outranks Stephen Biegun.”
분명한 것은 미-북 실무 협상 앞에 비핵화와 상응 조치 등 엄청난 난제가 쌓여 있다는 겁니다.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김혁철 대표가 어떤 해법을 마련할지 주목됩니다.
VOA 뉴스 최원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