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경제 발전을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경우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혜택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북한을 매력적인 투자처로 부각시키면서 비핵화시 경제 성장을 적극 돕겠다고 거듭 약속하고 있는데요. 전문가들은 북한 정권이 권력 기반을 뒤흔들 수 있는 이런 식의 경제 발전 모델을 두려워한다며, 당장은 제재 완화를 통한 현금줄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안소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북한을 엄청난 경제 강국으로 만들 수 있는 기회를 갖고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 그러나 핵무기를 가지고는 그렇게 할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 주민들에게 더 밝은 미래를 만들어주겠다는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이나 투자와 무역을 강조한 스티븐 비건 특별대표의 최근 발언 모두 외부와의 활발한 경제 협력을 통한 주민 생활 향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문제는 미국이 비핵화의 반대 급부로 제시한 ‘북한 주민의 번영과 밝은 미래’를 북한 지도부가 실제로 원하는 지에 달려있습니다. 여기에 경제 성장에 수반될 ‘개방’을 김정은 정권이 받아들일 것이냐는 근본적인 의문도 남습니다.
미국의 경제 전문가들의 대답은 부정적입니다. 북한은 이런 제안을 그다지 매력적으로 여기지 않을 것이라는 진단입니다.
윌리엄 브라운 조지타운대 교수는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미국 정부가 북한에 말하는 지원은 외부 투자인데, 이는 북한이 매우 경계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The assistant that we are talking about is the foreign investment in North Korea. That’s going to be looked upon very rarely by the North Koreans. The last thing they would want is Samsung, Hyundae, Mitsubishi or in any big companies to come in and build the big factories.”
북한은 삼성이나 현대, 미쓰비시 같은 대기업들이 들어와 대규모 공장을 짓는 상황을 절대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브래들리 뱁슨 전 세계은행 고문 역시 북한의 핵포기에 따른 경제적 보상 조치들이 현실적 당근책이 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북한 정권이 원하는 것은 해외 기업들의 유입이 아니라 체제 안정이라는 전제 하에 이뤄지는 장기적인 경제 개발이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게다가 북한이 각국 정부와 기업들의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선 경제와 금융 관련 통계를 발표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고 있는 점도 걸림돌로 지적했습니다.
[녹취: 뱁슨 전 고문] “There are a lot of things that it can be done, like a forms of foreign aid, helping them with trade. But they have to be willing to publicize their statistics on their economic and financial conditions.”
전문가들은 ‘북한의 밝은 미래를 위한 경제 지원’을 이미 실패한 시도로 간주했습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지난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당시 한국 정부가 9개 문장에 걸쳐 대형 경제 프로젝트를 북한에 약속했지만 비핵화를 이끌어내지 못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남북 경협이나 미국 정부의 비핵화에 대한 경제 보상 방안이 북한을 움직일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클링너 선임연구원] “I don’t know if that’s going to be more convincing the South Korea’s promises of many economic projects under Moon.”
그렇다면 북한이 바라는 경제 혜택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자원 수출과 관광 산업 등 통제가 가능한 현금 확보 수단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브라운 교수는 “현금 혹은 현금화할 수 있는 자원을 수출할 수 있게 되는 것”으로 정의했습니다. 북한은 해외 기업들의 투자가 아니라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는 수십 억 달러의 현금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Kim Jong Un regime would like to some cash or commodity so that they can sell for cash by oil. I am sure they are asking for money, billions of dollar.”
결국 ‘자립 경제’ 구축을 위한 수출 산업의 발전인데, 그러기 위해선 제재 해제가 북한에 급선무라고 브라운 교수는 지적했습니다. 북한의 중국 수출량이 급락했음을 보여주는 지난해 북-중 교역 보고서가 이런 필요성을 방증한다는 설명입니다.
브라운 교수는 김정은 위원장이 가장 관심을 가질 만한 경제 부문으로 관광업을 제시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Now he is building the bIg beach resort in Wonsan.”
특히 김정은 위원장이 원산에 대형 관광 리조트를 건설하고 있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관광사무소 설치와 미국인 보호 등을 명문화한 미-북 간 외교적 합의를 거쳐 미국인의 북한 관광을 허용한다면 흥미로운 시도가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뱁슨 고문 역시 제재 완화를 북한이 원하는 우선 순위로 들고, 뒤 이어 남북 경제관계 확대, 중국과의 무역 정상화 등을 꼽았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은 자국에 진출하려는 기업들이 결국 그들의 이익만 도모할 것이고 투자처에는 피해를 입힐 것으로 여긴다고 덧붙였습니다.
VOA 뉴스 안소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