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곳곳의 다양한 모습과 진솔한 미국인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입니다. 북한의 청취자분들도 전당포는 낯설지 않으실 겁니다. 고객이 물건을 가지고 오면 물건의 값을 매기고, 그 가치에 상당하는 돈을 일정 기간 빌려주는 곳이 전당포죠. 사실 전당포라고 하면 돈이 없는 사람이 돈을 구하다 구하다 실패해서, 마지막으로 찾는 장소라는 인식이 있어서 뭔가 좀 어둡고 부정적인 생각이 먼저 듭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간 미국에선 이 전당포가 호황을 맞고 있는데요. 미 전역의 전당포가 1만1천여 개에 달하고 매년 3천만 명의 사람이 전당포를 찾고 있다고 합니다. 미국 전당포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요?
“첫 번째 이야기, 미국에서 호황 중인 전당포 사업”
미국의 전당포에 가면 없는 게 없습니다. 눈 치우는 제설기 옆에는 고급 겨울 외투인 밍크코트가 걸려있고요. 19세기 만들어진 프랑스제 시계 옆에는 최신 판형 컴퓨터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버지니아주에서 ‘로열 전당포’ 여러 곳을 운영하는 에릭 라이저 씨는 사람들이 스스럼없이 전당포를 찾아 구경해보길 원한다고 했습니다.
[녹취: 에릭 라이저] “우리 전당포에는 보시다시피 예술 작품도 있고요. 골동품도 있고 양탄자도 있습니다. 전당포는 단순히 돈을 융통하는 곳이 아니에요. 온갖 신기한 상품들이 전시돼 있는 재미있는 상점이랍니다.”
전당포엔 물론 고급 장신구나 은괴 등 값어치가 상당히 나가는 것들도 많습니다.
[녹취: 에릭 라이저] “우리 가게엔 유명 화가인 피카소의 원본 작품도 있었습니다. 롤렉스 같은 고가의 시계도 현재 몇 점 있죠. 그리고 이전에 아주 특이한 것도 있었어요. 박제된 새 머리가 있었는데 한 노신사가 사가셨습니다. 그 새는 100년도 전에 멸종된 새라고 하시면서요.”
전당포는 이렇게 물건을 팔아서 돈을 벌기도 하지만, 고객들이 빌려 간 돈을 갚는 데서 대부분 이윤을 냅니다. 고객들이 물건을 맡기고 돈을 빌려 가면 일정 기간 갚게 되는데 은행보다 높은 이자를 받죠. 그리고 만약 기간내 돈을 갚지 못하면 가게에서 그 상품을 처분하는데요. 메릴랜드주에 있는 ‘탑 달러 전당포’의 관리인 마이크 토먼 씨는 평균적으로 사람들이 빌려 가는 돈이 150달러 정도라고 합니다.
[녹취: 마이크 토먼] “대부분은 급하게 쓸 돈이 필요한데 빌릴 데를 찾지 못해서 전당포를 찾습니다. 차에 기름을 넣어야 하거나 전기세를 내야 하는데 돈이 없을 때, 급전을 마련할 수 있는 곳이 전당포이죠.”
가게를 찾은 앤서니 루제로 씨는 결혼준비를 위해 전당포를 찾았다고 했습니다.
[녹취: 앤서니 루제로]
3개월 후에 있을 결혼을 위해 지난 주 자신의 물건을 몇가지 맡기고 결혼 반지를 샀다며, 곧 돈을 마련해 맡긴 물건을 되찾으러 올거라고 했습니다.
전당포를 찾는 사람 중엔 이렇게 돈이 급해서 오는 경우만 있는 건 아닙니다. 오스틴 발라드 씨는 음악 제작을 하는 사람인데 악기 구경을 하러 전당포를 찾는다고 합니다.
[녹취: 오스틴 발라드]
전당포에 오면 1950년대나 60년대의 기타도 있다며 오랜 역사를 가진 기타를 연주하는 특별한 재미가 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전당포들은 다른 상점들과 마찬가지로 온라인 쇼핑으로 인한 타격이 좀 있다고 합니다. 요즘은 인터넷상에서 중고제품을 사고파는 사람이 많이 때문인데요. 탑 달러 전당포의 주인인 마이클 코언 씨는 자신의 가게도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온라인상에서 물건을 팔아야 할 것 같다고 했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렇게 사람들이 직접 찾을 수 있는 전당포 가게가 사라지진 않을 거라고 장담했습니다.
[녹취: 마이클 코언] “많은 고객이 전당포에 파는 물건을 구경하고 또 사기 위해 방문합니다. 더 좋은 가격으로 물건을 사기 위해 여러 전당포를 다니며 비교해보는 손님들도 있고요. 매주 정기적으로 가게를 찾는 단골 손님들도 있습니다.”
전당포에선 어떤 숨은 보석을 발견할지 모른다는 게 전당포의 매력이라는데요. 일반 상점에선 볼 수 없는 볼거리와 재미가 있는 전당포. 미국인의 새로운 쇼핑 장소가 되고 있습니다.
“두 번째 이야기, 힙합, 발레를 만나다 ‘히플레(Hiplet)’”
미국 중부의 대도시 시카고에서 새로운 춤의 형식이 탄생했습니다. 이름하며 ‘히플레(Hiplet)’라는 춤인데요. 힙합과 발레가 결합된 춤이라고 합니다.
[녹취: 히플레 댄스 스튜디오]
힙합이라고 하면 미국의 흑인사회에서 형성된 강하고 거친 느낌이 나는 음악이죠. 반면 오래전 유럽에서 탄생한 발레는 클래식 고전 음악에 맞춰 우아하게 춤을 추는 모습을 떠올리게 되는데요. 어떻게 보면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이 두 춤을 결합한 사람은 바로 무용가 호머 핸스 브라이언트 씨입니다.
[녹취: 호머 핸스 브라이언트] “저는 춤도 음악도 재미있게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처음 시도한 게 ‘랩-발레’인데요. 발레를 랩으로 풀어냈죠. 그러다가 생각한 게 힙합과 발레를 결합하면 어떨까 하는 거였어요. 힙합, 발레, 발레, 힙합, 히플레! 그래서 탄생한 이름입니다.”
브라이언트 씨는 주로 백인들이 많이 하는 발레를 흑인과 소수계 인종도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늘 연구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흑인들의 춤인 힙합에 발레를 결합했는데요. 결과는 대성공이었습니다. 인터넷 동영상 공유사이트인 유튜브에서 히플레는 큰 인기를 끌면서 수백만 건의 조회 수를 기록하게 됐죠. 그뿐 만이 아니었습니다. 수천 명의 사람이 히플레 수업을 듣고 싶다는 요청을 했다고 합니다.
[녹취: 호머 핸스 브라이언트] “히플레는 체격이나 몸무게는 전혀 따지지 않습니다. 고전 발레는 발레리나에게 기대하는 바가 있죠. 날씬하다 못해 거식증 환자처럼 보일 정도로 깡말라야 하고, 길고 얇은 목 그리고 팔은 필수잖아요. 하지만 히플레는 그런 조건이 전혀 없습니다. 누구나 할 수 있어요.”
히플레 발레리나인 루더스 테일러 씨는 3살 때 춤을 시작해 16년간 무용을 했다고 합니다. 지금은 히플레 전문 무용수가 돼 여름철엔 보통 1주일에 40시간 정도 연습한다고 하네요.
[녹취: 루더스 테일러] “히플레는 유럽에서 시작된, 백인들이 주로 하는 발레와 흑인들의 춤인 힙합을 잘 조화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전혀 어울릴 거 같지 않은 두 춤의 요소가 결합돼 예상치 못했던 놀라운 반응이 나오는데, 정말 재미있어요.”
무엇보다 히플레는 미국의 다양한 인종이 참여해 새롭고 아름다운 춤의 형식을 만들어 냈다는 점에서 미국을 대표할만한 춤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습니다.
네,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다음 주에는 미국의 또 다른 곳에 숨어 있는 이야기와 함께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함께 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